2014년 청마의 해가 떠오른 게 엊그제인데 벌써 2월의 중반을 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하권의 겨울 추위로 몸을 잔뜩 움츠리게 만들지만 이번 겨울은 예상보다 눈도 적게 내렸고, 종종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죠. 그래서인지 이대로 떠나 보내기에는 아쉬운 이 계절의 끝자락을 여행으로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강원도 인제 내설악에 위치한 예술인촌 공공미술관으로의 겨울 여행을 안내합니다.
아름다운 산세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내설악 예술인촌
아름다운 산세의 내설악에 자리한 예술인촌에 들어서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특색 있고 아기자기한 주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설악 예술인촌이 생긴지는 약 20여 년이 되었는데요. 나무와 돌을 다듬는 장인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조성된 마을로 집과 주변 경관을 보고 있자면 오랜 세월 공을 들여 가꾸고 만든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 예술인촌답게 장독, 기와장 하나도 예술 작품으로 꾸며져 있어요
△ 미술관 주변에 조성된 아뜰리에를 거닐며 작품들을 감상해봅니다
내설악 예술인촌 공공미술관은 지난 2012년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로 개관하였으며, 지역 예술의 진흥과 육성을 목적으로 예술인촌 작가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 및 전시·교류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오는 23일까지 빙어축제와 함께하는 어락도전(展)이 개최되고 있어 강원도 인제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함께 작품을 감상해보실까요~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 ‘어락도展’
인제빙어축제 기간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어락도전은 물고기를 테마로 한 회화와 설치 미술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빙어축제를 즐기기 위해 강원도 인제를 찾았던 관광객들에게는 제 2의 빙어축제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시장 입장은 물론 관람객을 위한 미술 체험 프로그램도 무료로 진행되고 있는 착한 전시회 어락도전! 김영성, 윤우승, 옥현숙, 주혜령, 최근선 다섯 작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물고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 로비에서부터 보이는 검은 빙어를 따라가면 제1전시실로 안내됩니다
1층 전시실에는 설치 미술 작가인 주혜령, 옥현숙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주혜령 작가의 <물고기>. 하얀 물고기떼와 소녀 다이버가 전시장의 허공을 바다 속으로 만들어버린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데요. 공기를 크게 들이마신 듯 부푼 소녀의 얼굴이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옥현숙 작가의 <그물과 목어>를 비롯한 <그물>, <회귀> 등의 작품은 유년 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낸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집착과 얽매임도 없이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완전한 자유의 경지, 장자의 소요유’를 그리고 있습니다(작가의 작업 노트 중 발췌).
△ 옥현숙 작가의 작품. <그물>(상), <회귀>(하)
2층 제 2전시실에는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Life+Fish의 합성어인 <라이피쉬(Lifish)>란 타이틀이 붙은 윤우승 작가의 연작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윤우승 작가의 작품은 미니멀리즘과 현대적 감각으로 시각화되어 있지만, 작업 방식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나전칠기 공방에서 전통 공예 기법을 배우고, 알루미늄 주물 공장에서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특유의 방식으로 모든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겉으로 보여지는 매끈하고 감각적인 작품의 느낌만으로는 상상조차 되지 않지요.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하거나 톤다운된 색채를 자유롭게 활용하여 심해를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의 형상을 몽환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테크닉에 매료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깊은 묘사와 함께 작가는 자동차 도료를 활용하여 전통적인 옻칠방식으로 캔버스의 표면 마감을 하여 지금과 같은 매끈하고 광택이 빛나는 재질을 얻어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최근선 작가의 <Action of the speculation> 연작과 만나게 됩니다. 첫 작품부터 극사실주의로 그려진 거대한 물고기가 입구에서부터 맞이합니다. 극사실주의로 묘사된 최근선 작가의 작품들은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것 같은 물고기의 생명력이 난데없는 공간에 던져지거나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들과 함께 놓여짐으로써 얻어지는 생경함, 그 생경함에서 얻어지는 사색을 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고기들은 관람객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어하는 걸까요?
최근선 작가와 흡사한 극사실주의 작업을 하는 김영성 작가는 훨씬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그의 <無.生.物(무.생.물)> 연작에서 작가는 물고기 외에도 곤충과 양서류 달팽이 등 조금 더 다양한 생물들로 주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익숙한 물건들에 놓여진 생물의 모습을 통해 현대 문명에 대해 사유하게끔 유도하는 김영성 작가의 작품. 극사실주의로 표현된 생생한 생물들이 수저 위에 올려지거나 병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마치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설악 예술촌 공공미술관>
관람 안내: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1/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관공서의 공휴일 다음날
입장료: 무료 & 미술 체험 프로그램 운영(무료)
전시해설: 오전 11시, 오후 3시 (단체관람시 미술관으로 문의 : 033-463-4081)
주소: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 예술인촌길 66-12
내설악 예술인촌 공공미술관은 지난해에 1종 미술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는데요. 1명 이상의 학예사가 상주하고 1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에게만 허락되는 1종 미술관의 자격을 얻은 만큼 올해는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전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겨울의 끝자락 2월에는 ‘어락도展’ 전시를 감상하러, 이후 시즌에는 또 다른 전시 감상을 위해 인제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담백하고 맛있는 인제의 3대 막국수집 ‘합강막국수’
강원도 인제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식도락 메뉴는 바로 막국수입니다. 인제 시내에는 3대 막국수집(남북면옥, 원대막국수, 합강막국수)이 있는데요. 저렴한 가격대로 편육과 함께 막국수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편육은 싱싱한 배추와 제철 해산물 굴이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려진 겉절이가 함께 나오는데, 편육 한 점에 겉절이, 황태무침을 곁들어 먹는 이 조합에 참이슬이 빠질 수 없겠죠?
막국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설탕을 두 스푼 넣고 겨자와 참기름, 식초를 기호에 맞게 적당량 넣어서 버무리면 되는데요. 찬으로 나오는 백김치와 무김치를 곁들이면 부드러운 메밀면과 특유의 양념 맛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깔끔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인제 3대 막국수집>
남북면옥
이용시간: 11:30~19:00 (부정기적 휴무)
전화번호: 033-461-2219
주소: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78번지 24
원대막국수
이용시간: 9:30~21:00 (연중무휴)
전화번호: 033-462-1515
주소: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1113
합강막국수
이용시간: 9:30~20:00 (연중무휴)
전화번호: 033-461-0059
주소: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291번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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