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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독일여행] 세계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맥주와 함께하는 여행길

계절은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었습니다. 제법 매서운 바람이 부는 요즘엔 독일은 여름이 두 달, 겨울이 열 달이라며 친구들끼리 했던 농담이 떠오를 지경입니다. 밝고 따듯한 날씨가 특히나 짧은 지역인지라 매해 떠나가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 때문입니다.
옥토버페스트를 방문했던 올해는 그런 느낌이 유난히 강하게 들었습니다. 마치 옥토버페스트가 끝남과 동시에 깊은 가을을 맞닥뜨린 느낌인데요, 그래서 일곱 번째 마지막 옥토버페스트의 현장방문기에는 분주한 축제현장에서 벗어나 한적한 뮌헨의 여름 풍경을 담아보았습니다. 장소는 또 하나의 명소, 님펜부르크성(Schloss Nymphenburg)입니다.

현장에서 즐기는 옥토버페스트⑦- 맥주와 함께하는 여행길, 가을로

님펜부르크성은 1664년에 지어진 이래 왕가의 여름저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덕분에 도심의 뮌히너 레지덴츠(Münchner Residenz)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화려한 장식이 작은 볼거리입니다.
해의 신, 헬리오스(Helios)의 프레스코 벽화가 천장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앞서 횃불을 들고 길을 이끌고 있는 이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라고 하는군요.
'현장에서 즐기는 옥토버페스트⑥ - 옥토버페스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편에서 살펴보았듯이, 옥토버페스트의 시초는 루드비히 1세(LudwigI. von Bayern)의 결혼식 피로연이었습니다. 님펜부르크성도 루트비히 1세와 관련이 있는데요, 그는 이 저택에 아름다움의 갤러리를 뜻하는 쉔하이텐갈레리(Schönheitengalerie)를 만들어 빼어난 미녀 36명의 초상화를 걸어 둘 정도로 여인의 아름다움에도 무척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행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건 탁 트인 공원의 정경입니다. 아직 머리 위에 떨어지는 볕이 따갑다 했더니, 옆길로 접어들어 만난 벤치 곁엔 낙엽이 꽤 쌓였습니다. 축제의 열기에 빠져 놓쳤던 계절이 고스란히 길 위에 흩뿌린 것 같아 어쩐지 쌉쌀한 기분이 듭니다.
목도리처럼 문 주위에 푸른 넝쿨을 두른 이곳은 게라니언하우스(Geranienhaus)입니다. 작은 온실인가보다 했더니 마침 조촐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째깍째깍. 평온함과 다채로움 속에 시간은 바삐 흘러갑니다. 마주치는 사람조차 드문 길은 조끼에서 연방 회중시계를 꺼내보는 흰 토끼처럼 조금은 현실에서 동떨어진듯한 공간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막달레넨클라우제(Magdalenenklause). 공원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건축물과는 달리 시간의 풍화를 겪은 이곳은 옛 기도처였습니다.
조가비로 장식한 천장과 죗값을 치르는 막달레나상(die Büßende Magdalena)을 보고 나오며 한 노수녀님과 수줍은 눈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잠시 사진을 찍고 돌아보니 수녀님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갑니다. 아직은 만나야 할 사람이 더 있는데. 아직은 가봐야 할 곳이 더 있는데. 물러가는 여름에 조급함이 일어 얼른 발길을 재촉하고 보니, 숲은 괜찮다, 늦지 않았다며 푸르름으로 맞이해주었습니다.
그리곤 로코코양식의 하얀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 앞에서 느긋한 여행객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낮잠을 즐기는 모습을 보자니, ‚물러가는 여름이면 어때. 지금 조금 더 만끽하면 될 일이지.’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습니다. 뮌헨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마시는 맥주와 함께 말이죠.
님펜부르크공원 안에 있는 슐로스카페(Schlosscafé)에서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이전에 흑맥주도, 투명한 마쓰비어(Maßbier)도 마셔봤으니, 바이쓰비어(Weißbier)도 빠뜨릴 수 없겠죠.

옥토버페스트에 참여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노부부도,
단란한 가족도,
쓰다듬어주고 싶은 예쁜 아기도 모두 축제의 현장에서 즐거운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곳도 가보았습니다.
축제의 중심지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
이름난 뮌헨의 맥주집들이 늘어선 거리,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경험들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새 계절을 맞고, 새해를 맞고, 또 새롭게 다가올 옥토버페스트를 기대해봅니다. 현장에서 즐기는 옥토버페스트 방문기가 비어투데이 독자 여러분에게 조그만 기쁨이 되었기 바랍니다. 저는 옥토버페스트 방문기가 이어지는 동안 또 많은 일을 함께한 친구들과 맥주이야기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로 곧 찾아 뵙겠습니다.

출처 www.muench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