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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천호맛집] 정겨운 일본식 선술집 '아키노유키'

화려하고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곳도 좋지만 가끔은 어딘가 골목길에 있는 작은 선술집을 찾는 때가 있곤 합니다. 특히나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나 오랜 친구를 만날 때면 소박하고 아늑한 작은 식당에서 추억을 하나씩 꺼내 안주 삼고 싶지요. “그때 그 아이가 그런 말을 했었는데...” 하며 말이에요. 대학 후문 술집에서 있었던 정겹고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스르륵 걸리곤 합니다. 안주로 과자 한 봉지만 놓고도 밤새 술을 마실 수 있던 때였고, 가끔 강의를 땡땡이치고 잔디밭에 앉아 낮부터 맥주를 마시던 시절인 만큼, 술값은 늘 부족하기만 했는데요. 벽지가 누렇게 뜬 오래된 주점에 앉아 인생은 이런 거야, 저런 거야 하며 그게 낭만인 줄 알기도 했죠.
천호동에 있는 아키노유키는 예전에 자주 갔던 대학교 후문의 정겨운 집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은 탁자 앞에 둘러앉아 은은한 조명을 받고 있으면 마치 다시 대학 새내기가 된 기분도 들죠. 그때 했던 고민, 철없던 생각들도 술술~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랍니다.
아키노유키는 가을의 눈이라는 뜻입니다. ‘가을에 내리는 첫눈같은 설렘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천호역 근처에 있는 이곳은 크기는 작지만,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어떤 안주는 도착하기 1시간 전에 미리 예약해놓고 가야 먹을 수 있을 정도라네요.
우선 도착하자마자 맥주부터 주문했습니다. 이곳은 기본 안주로 두부요리가 나옵니다. 두부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고 소스와 양념을 뿌린 다음 위에 가다랑어포를 얹은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제법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아키노유키에서 여러 가지 안주를 주문하기도 했고, 가게에 사람이 많다 보니 시간이 걸려 음식이 띄엄띄엄 나왔는데요. 그 심심한 사이를 채워 준 고마운 기본 요리였습니다. 
이어서 가장 먼저 나온 안주는 바로 특제 계란말이 '타마고야끼' 입니다. 미리 1시간 전에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안주인데요. 예약하더라도 여러 개를 시킬 수 없고 딱 한 개만 주문이 되더군요. 이 계란말이는 아주 얇게 여러 겹을 부쳐 만든 것으로 요리시간이 40분이나 걸리는데다가 한 사람이 계속 계란말이 앞을 쭉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거의 '계란'말이가 아니라 '금'말이 수준이죠. 이날 아키노유키에는 비투지기를 포함하여 모두 8명의 인원이 갔었는데, 다 같이 사이좋게 반씩 잘라 나눠 먹었습니다. 맛이 정말 환상이에요. 입안에서 부드럽게 살포시 녹는 게 꼭 치즈를 먹는 듯한 식감과 담백한 맛과 더불어 은은한 멸치육수의 향도 느껴졌습니다. 최고의 계란말이로 추천합니다.  

베이컨토마토, 아스파라거스 말이

안주들이 종류가 다양합니다. 특히 꼬치안주는 2~3,000원 가격대로 여러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것들도 수준이 높아 오래 기다려 시무룩했던 감정이 안주를 보는 순간 사르륵 녹아 버리죠.
이것은 고로케인데, 바삭한 겉면과 달리 안이 무척 부드럽습니다. 전혀 느끼하지 않아서 마요네즈를 찍어 먹으니 고소하고 맛있더군요. 맥주 안주로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고로케의 맛은 카레 맛과 보통 맛이 있다고 하네요. 
육수가 진국이었던 어묵탕도 좋았습니다. 냄비 안에 든 어묵들이 꽤 단단해 보이죠? 소 힘줄과 무가 깊은 국물맛을 내줍니다.

계속해서 관자구이나 연어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를 먹었습니다. 모두 맛있는 음식들이라 맥주가 술~술~ 들어갔어요. 특히 구이 안주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래 보이는 오징어구이입니다. 함께 드신 분이 그동안 나온 것 중 가장 맛있다고 말할 만큼 일품입니다. 
통통한 오징어가 적당히 쫀득한데 여기에 마요네즈나 소금을 찍어 먹습니다. 그냥 구이가 아니라 오징어에 뭔가 특제 소스를 발랐어요. 버터향이 느껴지면서 달콤한 맛이 나요.
잠시 앞 접시를 가져가시더니 새로 생계란을 담은 접시를 갖다 주셨습니다. 웬 계란인지 궁금하시죠? 바로 스키야끼를 먹기 위해서입니다.
두부와 버섯, 고기와 숙주, 면이 가득 들어 있는 스키야끼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스키야끼를 생계란과 함께 먹습니다. 작은 종지 그릇에 생계란을 풀은 다음 스키야끼 재료들을 살짝 찍어 먹는 거죠. 아키노유키의 스키야끼는 짭조름한 국물이 무척 시원했어요. 앞 접시의 계란을 풀은 다음 재료들을 계란에 담가서 먹는데, 생계란이라 비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스키야끼가 굉장히 뜨겁다 보니 전혀 그렇지 않고 부드러웠습니다. 정말 별미였습니다. 다음에 오면 꼭 다시 주문해 먹고 싶은 요리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안주도 맛있는 아키노유키는 현재 천호점 외에도 5개의 분점이 있습니다. 서울에는 신천점, 건대점, 거여점이 있고 지방에는 대전점, 김해점이 있답니다. 또 서울 강남점도 오픈 예정이라고 합니다. ^^


손때 묻은 물건들처럼 정감어린 곳, 아키노유키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세요. 오늘 저녁 오랜만에 학창시절 친구들과 모여 술 한잔 기울이는 건 어때요? 맥주 한잔에 추억을, 또 한잔에 우정을 담아 건배해요.

상호 : 아키노유키
전화 : 02)488-6923
주소 :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54-37
홈페이지 http://www.akinou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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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4 | 지도 크게 보기 ©  NHN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