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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랠리를 하기 때문?!

하이트와 함께 한 두바이 여행 #1에서 이어집니다. ^^

두바이에 가면 놓치지 말고 가야 할 곳이 바로 사막!

듬성 듬성 선인장도 나 있고 바위도 많은 그런 미국식 사막은 몇 번 경험해 봤지만
영화에서처럼 진짜 고운 모래만 있는 사막은 그리 보기 쉬운 게 아니죠.
사실 제 주변엔 사막엘 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꽤 있다는!
아무 것도 없는 모래 뿐이지만, 뭔가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사막에서 랠리를 한다니, 사실 기대감이 급 상승 했더랬죠.
집결 시간은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피해 오후 4시 반.
“아우, 네시 반도 진짜 뜨겁네!” 호텔에서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땀이 주루룩 흘러내렸답니다. 

사막에서 차를 타고 랠리를 한다고 해서
사실은 뚜껑 열린 그럴 듯한 지프를 상상했었는데
우리가 타야 할 차는 바로 이 녀석!
처음엔 상상과 너무 어긋나서 엥? 했지만
이 뜨거운 날, 뜨거운 사막에서 뚜껑도 없는 차를 탔다가는
거의 죽음일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어유 고맙기만 하더라고요.
게다가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멋진 기사님! 반갑다고 악수도 한 번 해주고!
하이트 원정단과 붉은 악마의 기운을 심기 위해 태극기와 포스터도 차에 붙이고
드디어 사막으로 출발!


아니 도대체 사막이 어디여??
기대감을 엄청 안고 차에 올랐지만, 삽십 분만 가면 된다는 사막은
삽십 분을 넘겼는데도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도로 주변이 사막이긴 한데 내가 생각한 사막은 아니고
끝도 없이 앞으로 이어지는 길은, 언제 끝날 지 모르고…


슬슬 여행의 피로에 지쳐 까닥까닥 졸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사막에 도착했다는 드라이버의 안내! 와우, 여기가 사막이라니!

그러나 먼저 사막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드라이버 마다 GPS를 켜고 작동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안에 들어가서 길을 일으면 안되니까요.
그리고 사막은 푹푹 빠지는 모래라서 원활한 주행을 하기 위해 타이어의 공기를 좀 빼주는 센스!


자자자, 사막이 보시고 싶으시다고요? 저는 오십분을 기다려서 봤는데
벌써 보시면 안되죠~ ㅋㅋ
ㅋㅋ 저 앞에서도 누군가 타이어에 바람을 빼고 있네요.


네, 두바이에서 만난 사막은
영화에서 보던 황금빛 모래라기 보다는 우리 황토와 비슷한
오히려 붉은 색의 모래였답니다. 아우, 그 곱기란~


타이어에 바람을 뺀 차들이 사막으로 속속 들어서기 시작하고
자, 사막 구경 한 번 해 보시겠어요? 저 수 많은 바퀴 자국들,
이미 차들이 한 바탕씩 휘저은 느낌이 나죠?

별로 힘들지도 않게 차들은 사막을 살짝 살짝 휘젓고 다닙니다.
십분이나 갔을까. 드라이버가 내리랍니다. 끝났다네요.
엥? 에이, 이게 무슨 랠리야.. 관광이 다 그렇지 머~
이런 느낌으로 투덜대기 시작하면서 일단 사진 부터 찍었습니다.
자, 그럼 온통 붉은 모래 천지인 중동의 사막 한 번 보시겠습니까? ^^



모처럼 사막에 왔는데 다 같이 기념 사진을 찍고
내일 있을 축구 경기에 대비해 화이팅도 한 번 외치면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그래서 이겼잖아요! 이게 다 사막의 정기를…. &%#%$&*!)


자자, 사진도 다 찍었으니 이제 가야지.
슬슬 달래는 드라이버의 말에 짜증이 납니다. 이걸 볼라고 내가 사막엘 왔단 말야??
어쨌든 차에 타지 않고서는 도리가 없으니 일단 올라 탑니다.
그러나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이것이 그 길고 긴 고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먼저 출발한 차들이 다시 앞으로, 앞으로… 한 대씩 출발 합니다.
그러나 출발 하자마자, 어디선가 괴성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앞 쪽을 봤습니다. 그럤더니 바로 앞 차가, 앞 차가, 앞 차가…

앞 차의 얘기였으면 좋았을 걸요. 곧이어 우리 팀이 탄 차도…
거의 롤러코스터를 타듯 사막을 달립니다. 그러기를 한 십분은 달렸을까
갑자기 드라이버가 차를 세우더니 뒤를 보며 한 마디 합니다.
“Seat Belt, Please.”
하지만, 제게 들린 뉘앙스는, “니네 아직도 안전 벨트 안 맸니?” ㅜㅜ
 벨트를 매고 차는 또 달립니다. 갑자기 생겨나는 급경사를 내려가지를 않나
경사 길을 비스듬히 타고 달리지를 않나
급격히 턴을 하는 바람에 온 몸이 한 쪽으로 쏠리고
사방으로 흔들리는 차 때문에 천정에 머리를 박기도 몇 차례.



그 와중에도 차 안에서 제가 이런 사진을 찍었다니.
주여, 정말 이 사진들을 제가 찍었단 말씀이시옵니까!




물론 그렇게 항상 쉴새 없이 오르락 내리락만 한 건 아닙니다.

사막 가기 전에 가이드 하시는 분이 이런 말을 하셨죠.
카메라 꼭 가져가라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되는 곳이 사막이라고.
그러나, 그런 마음의 여유도 잠깐. 4륜 구동의 힘 있는 차들은
다시금 사막의 급경사를 박차고 열심히 달립니다.
아, 정말 타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릅니다.

012



이 차가, 여기 그대로 서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대로 내려올까요.

제가 먼저 내려온 후에 찍은 사진이니, 저 차도 그대로 내려왔다는 말씀!



췟, 누군 돌아가고, 누군 내려가고… 으아악!!!


그렇게 사정 없이 달리는 차 덕분에
다 큰 어른이 처음으로 차 멀미를 하는 일까지 겪고 말았으니
몇 십 분을 정신 없이 달린 차가 쉬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멍!
어쩐지 멀미약 먹으라고 할 때 먹을 걸 그랬습니다.
멀미 기운에 좀 멍하기는 했지만, 사막의 풍경을 또 언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으랴.
흐릿하게 떠 있는 사막의 달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태고적 신비를 안은 듯, 사막의 저 물결 무늬.



한동안 달린 차들은 엔진을 끄고 후드를 열어 엔진을 식히고 있었습니다.
사람도, 차도, 사막의 석양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순간.
은근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던 우리의 드라이버 아자씨!
그리고 눈에 보일 듯 말듯한, 뒷문에 붙어 있는 빅뱅과 하이트! ㅋㅋ
사막의 해가 서서히 내려 앉고 있었습니다. 지평선으로 내려 가는 태양과
또 붉은 노을이라니…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왕자가 말했던가요.

뉘엿 뉘여 지는 사막의 해를 뒤로 하고 우리는, 오아시스로 향했습니다!
ㅋㅋ 말이 오아시스지, 사실은 사막 한 가운데 마련된 중동식 부페 식당!
사실 속은 울렁거려 저녁 생각은 나지 않았지만
아리따운 중동의 미녀가 밸리댄스를 보여준다길래 ^^ 은근히 기대를 안고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것도 역시 쉽게 가지를 않는군요.
거의 삼사십분을 더 달려서, 지쳐 쓰러져 잠이 들기 직전, 사막의 부페에 도착합니다.
어두운 사막 한 가운데 피어나는 화려한 불빛들.
비록 멀미에 지치고, 허기에 지쳤지만, 모래를 헤치며 터벅 터벅 걸어갑니다.
식당 내 바에서는 음료가 무제한 무료! 이게 바로 오아시스군요! ㅋㅋ


식사 나오기 전 밸리댄스 공연을 입을 벌리고 보고 있노라니 어느덧 식사 시간.
중동의 카레와, 담백하게 구워낸 밀가루 빵 ‘난’과 우리와는 좀 다른 쌀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볶음밥들, 그리고 양고기, 닭고기 바베큐…




이것 저것 접시에 담으니 근사한 중동 현지식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빼 놓을 수 없는, 우리의 하!이!트!
사막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의 맛은 정말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사막에서 하이트를 마실 수 있을 거라고!
마지막으로 과일까지 후식으로 든든히 먹다 보니
내가 언제 멀미를 했더라? 이런 뒷 생각이 들었답니다. 역시 먹을 것 앞에서는! ㅋㅋ



거한 식사를 마치고 사막에서 하이트와 함께 기념 촬영도 하고
(사막에 저렇게 맥주가 묻혀 있다면, 이건 오아시스 정도가 아니겠죠!)
(거기에 얼음 덩어리라니!)


사막의 정취를 즐기고 있노라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4륜 구동에 몸을 싣고, 정신 없이 잠에 빠져 버리고 말았지요.
틀림없이 사막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돌아오느라 울렁 거렸을 텐데
피곤함을 핑계 삼아 아주 푹 자고 났더니 호텔에 도착했더랍니다.

잠깐 동안의 랠리를 통해 사막을 느껴본게 다지만
사막이 아름답다는 이유,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 랠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하이트와 함께 한 두바이 여행기 세번째, 두바이의 상징 버즈 알 아랍 호텔 방문기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