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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기념일 축하주로 맥주 어떨까요?

지난 주에는 친구 딸내미의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와인에 잔을 채워 돌박이의 건강을 기원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잔치에 와인이 잘 어울리는 축하주였을까요? 또래 친구들은 그냥 음미하는 척들하면서 맛있게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돌잔치라는게 어르신들도 함께 하는 자리다 보니, 소주나 맥주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축하할 일이 생기면 케익과 함께, 샴페인 혹은 와인이 파티 테이블을 차지 하기 시작했네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케익을 판매하는 베이커리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크리스마스 모자, 루돌프 코 장식 등과 함께샴페인과, 와인을 끼어팔기 시작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생긴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와인 관련해서 관련 서적이나 드라마들이 이슈가되면서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에 저도 가끔씩 축하할 일에는 멋을 부려가며 와인을 마시곤 했었습니다.

매년 결혼 기념일이면, 장미꽃 한 다발과 함께 이름도 외우지 못하는 와인(보통 와인 판매자들이 추천하는 와인으로…)으로 기념일을 축하하곤 했습니다. 로즈데이(5월 14일), 키스데이(6월 14일), 허그데이(12월 14일) 등 연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달 한번씩은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날들이 있을 겁니다. 이런 기념일에 매번 익숙하지 않은 와인이나 샴페인을꼭 마셔야 할까요?

이런 생각들을 바꿔보기위해 얼마 전 결혼 기념일에는 와인잔에 맥주를 채워 축하주로 대신했습니다. 축하의 의미를 담기 위해 와이잔만 빌려왔지요. 메인 요리 역시, 속 불편한 스파게티나 케익이 아닌 배 부르고 든든한 삼겹살로 바꿔서 말이죠.



우와~ 매일 먹는 맥주 맛이 이렇게 맛있을 줄을 몰랐습니다. 와인처럼 공기와 함께 입에 한 모금 머금고 향을 느끼며 꿀꺽! 입안에 퍼지는 맥주의 탄산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목을 넘어갈 때는 부드러움이 식도까지 한번에 전해 지는 게 아니겠습니다. 맥주잔 가득 담아 원샷으로 맥주를 넘길 때와는 또 다른 맥주의 숨은 맛을 찾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와인잔에 맥주를 담아 마시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20개월 된 아들 녀석도 컵을 내미네요. 물론 컵에는 맥주와 비슷한 색상의 보리차가 담겨 있었지만요. 와인잔에 담아 마시는 맥주, 그리고 내민 아들 녀석의 보리차… 축하주로는 전혀 손색이 없는 근사한 만찬이었습니다.


배경을 좀 더 근사하게 정리하고 촬영을 했었어야 하는데,
전 살아있는 생(Live) 사진이라 죄송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