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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 <제로다크서티> VS <아르고>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 <제로다크서티> VS <아르고>


영화는 엄연히 픽션입니다. 그럴듯하지만 결국 허구의 이야기를 하는 “뻥”에 가깝죠.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영화에 열광할까요? 그것은 허구지만 그럴 듯 한 “현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재미있는 if, 가정법을 세워 만들기 때문입니다.

∆ <타이타닉>도 실제사건을 배경으로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수상한 레전드지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 역시 한 방법입니다. 현실에 가장 기반해서 만드는 동시에, 실화가 주는 메시지가 살아있고 영화라서 재미있는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 같은 현실, 현실 같은 영화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에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을 다룬 두 작품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만났습니다. 둘 다 실제 이야기를 정말로 리얼하게 표현했으며 반대로 현실의 이야기에 영화적 재미도 높였습니다. 아카데미가 인정한 2012년의 걸작,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시길 바라며 이 번 주 영화대 영화, 특별히[?] 엄선해서 붙어보았습니다. 10년 간의 오사마 빈라덴 추격 <제로다크서티>와 이란의 폭동 속에서 대사관 직원들을 구한 헐리우드[?] <아르고>입니다.

비교포인트1. ZERO DARK THIRTY? ARGO? 제목에 숨겨진 비밀!


본격적인 두 영화의 대결에 앞서 제목만 듣고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두 작품, 과연 제목에는 어떤 숨은 뜻이 담겨있을까요?

∆ 오사마 빈라덴 추격 실과 <제로다크서티>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는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을 지칭한 군사용어라고 합니다. 또한 극 중 주인공 마야 (제시카 체스타인)가 상관 저스틴(크리스 프렛)에게 말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에 침투한다”는 뜻도 함께 내포되어있습니다. 실제 제목처럼 빈라덴 은신처에 당도한 시간도 제로 다크 서티, 즉 밤 12시 30분이라고 하네요.

∆ 대사관 직원 구출 프로젝트 <아르고>


<아르고 ARGO>는 이란에 갇혀있는 대사관 직원 구출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이때 구출 계획이 페이크 무비를 만들어 홍보하는 것이었는데 그 영화 제목 이름이l <아르고>였죠. 주인공 토니 멘데스(벤 에플렉)가 아들이 보고 있던 <혹성탈출>에 착안해, 중동을 배경으로 한 SF 영화이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극 중 <아르고>의 뜻을 캐묻는 기자에게 제작자 레스터 (앨런 아킨)가 귀찮은 듯 “아르고 뜻은 이거야! 엿이나 먹어!”라고 하는 명대사는 재미와 동시에 극 중 최고의 통쾌함이기도 하였죠.


비교포인트2. 그것이 알고 싶다! <제로다크서티>와 <아르고>의 실제 진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제로다크서티>와 <아르고>를 실화를 배경으로 하였으며 CIA가 주인공이기도 한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두 작품이 다루었던 실제 사건을 아는 것은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인데요.

∆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제로다크서티>


<제로다크서티>는 911테러이후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기 위한 10년간의 추격을 담은 실화입니다. 오프닝에서부터 911테러의 실제 음성이 나오며 영화제작 당시도 CIA의 감수로 진행되어 더욱 사실성을 높이기도 하였습니다.

극 중에 나온 캐릭터 대부분이 실존 인물이며 영화 마지막 빈라덴의 은신처를 침투하는 장면은 픽션이 아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제 에피소드와 동선까지 완벽히 재현했다고 합니다. <제로다크서티>가 얼마나 실제 사건을 재현 했을 정도냐면 미국 NBC 방송 시사시 프로그램 ‘밋더 프레스’에 리온 페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출연해 <제로다크서티>의 모든 내용은 사실임을 시인해 논란을 빚을 정도였으니까요.

∆ 영화 속 고문씬은 여러가지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제로다크서티>의 완벽한 실화 재현이 꼭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초반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CIA의 모습들이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비되어 그때의 사실과 현재의 정치관이 충돌을 빚기도 하였으며 몇몇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은 영화의 고문씬에 대한 실제 사실로 보이콧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구출작전 <아르고>


<아르고>는 1979년 이란 테헤란 미 대사관이 시위대에 점령당하면서 캐나다 대사관전로 피신한 6인의 구출작전을 그렸습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CIA 구출 전문요원 토니멘데스가 투입되면서 ‘아르고’라는 가짜 SF 영화를 만들어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했죠.

특히 <아르고>는 영화 엔딩 크레딧에 실제 사건의 사진과 영화 속 장면을 대비시키면서 얼마나 사실 재현에 공을 들였는지 단 번에 알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 ‘아르고’의 포스터와 컨셉 마저 영화에서 그대로 재현해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또한 ‘아르고 작전’은 CIA 기밀로 오랫동안 묻혀있다가 클린턴 대통령 때 공식적으로 공개되어 2012년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 아르고 또한 사실성을 높이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만 영화 중반 이란 전통 시장을 방문하는 미 대사관 직원들이 이란 군중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나, 후반부 이란 혁명 수비대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탑승하는 것은 실제와는 거리가 먼 재구성이라고 하네요. 또한 <아르고>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이후 이란은 이 작품에 대해 큰 불쾌감을 표시하며 법적 소송을 걸 예정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단순히 영화만으로는 볼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얽혀있나 봅니다.


비교포인트3. <제로다크서티>와 <아르고>의 85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이렇게 영화 대 영화로 묶으니 더욱더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두 작품은 CIA가 주인공으로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인 동시에 이번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두 작품의 결과 또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 <제로다크서티>의 감독 케서린 비글로우


<제로다크서티>는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5개 부문 후보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음향편집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최종 수상은 음향 편집상 한 개에 그쳤습니다. 개인적으로 <허트로커>로 아카데미 사상 최초의 여성 감독상을 탄 캐서린 비글로우가 이번에는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 극 중 마야 역을 열연한 제시카 체스타인이 여우주연상을 타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네요.

이 같은 아쉬운 결과는 아무래도 3년 전 <허트로커>로 이미 아카데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에 대한 일종의 분배정책[?]과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시상식 전 몇몇 아카데미 회원들의 보이콧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 <아르고>의 감독 밴 애플랙


<제로다크서티>가 화려한 메뉴판에 비해 푸대접이었다면 이번 아카데미의 진정한 승자는 <아르고>였습니다. <아르고>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이 12개 부문에 비해 다소 작은 7개 부문에 올랐지만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각색상 등 알짜부문 3개 수상과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까지, 명실상부 2012년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습니다. 다만 최우수 작품을 만든 감독이 후보조차 오르지 못한 감독상 부문은 <제로다크서티>와 함께 많이 아쉽네요. 작품은 인정해도 사람은 인정 못하겠다는 것일까요?


비교포인트4 <제로다크서티> VS <아르고> R군의 간단리뷰


이래저래 비교하면서 2012년 세계가 가장 주목한 작품임은 틀림없었던 <제로다크서티>와 <아르고>, 그렇다면 영화수다꾼[?] R군의 간단리뷰는?

<제로다크서티>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 그 다음?


∆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추격


<제로다크서티>를 보면 <살인의 추억>과 <조디악>이 많이 떠오릅니다. 세 작품 모두 누군가를 미치도록 잡고 싶은 추격자의 동병상련이기도 하니깐요. [다만 <제로다크서티>는 잡았죠….] 그 만큼 <제로다크서티>는 10년 간의 긴 추적 속 드라마적으로 큰 떨림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미국 CIA의 위대함보다는 사건 자체를 담담한 어조로 치밀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추리스릴극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약간의 지루함이 있었지만 철저한 고증과 실화에 입각한 이야기는 진념의 추격 이상으로 경제/정치/외교에 연결되는 사회적 상황을 담은 디테일도 돋보였습니다.

∆ 영화 후반부의 기습 장면은 극적인 긴장감 마저 일이킵니다.


그 와중에서도 제시카 체스타인이 열연한 주인공 마야에 대한 묘사는 일품입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사마 빈라덴만을 추격한 그녀의 장인정신과 더불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작 <허트로커>가 오버랩 되며 일종의 일 중독에서 빚어지는 충돌은 심리스릴러서도 수준급입니다. 또한 담담하게 풀어가던 드라마가 20분을 남겨두고 코드네임 제로니모의 특수부대 기습 장면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으로 극적인 긴장감까지 불어넣기도 하죠. 

∆ 10년간의 추격을 끝낸 후 공허함만이 남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제로다크서티>는 테러리스트 추격에 대한 미국에 훈장 격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 미국 애국주의 호소가 분명 있지만 그것이 큰 이질감 없이 균형 있고 그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이 마냥 마야를 미국의 영웅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미션 컴플리트로 마무리 짓지만 모든 것을 걸었던 일이 끝났기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감을 잡지 못하는 마야의 공허함은 잠깐의 뿌듯함 속에 왠지 모를 허탈감으로 긴 여운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아르고> 2012년 최고의 간떨림


실화를 배경으로 했지만 <아르고>는 <제로다크서티>보다 좀 더 오락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일단 프로젝트 자체가 페이크 영화를 통해 인질을 구출한다는 다소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프로젝트 성공을 이루어낸다는 역전이 장르적 쾌감을 주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 아르고는 긴장감을 이용하여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요즘 영화들이 놓쳤던 ‘긴장감의 근원’을 캐치, 거대한 볼거리가 아니라 자체 현장에서 주는 스릴이 압권입니다. 수 하나라도 틀리면 바로 처형당하는 분위기 속 아슬아슬하게 핀토를 맞추어 탈출하는 마지막 공항 시퀀스는 ‘2012년 최고의 간떨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실제 극장에서도 비행기 타고 이란을 탈출 할 때 보고 있던 관객들이 박수를 칠 정도로 상당한 감정이입을 자랑합니다.

아카데미가 인정한 작품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메이저 영화제 수상작에서 오는 예술성의 프리미엄보다 오히려 몇몇 씬에서 보여주는 오락적 긴장감이야말로 <아르고>의 ‘진정한 작품성’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네요.

∆ 감독으로써 밴 애블렉의 능력을 인정받은 작품 <아르고>


<아르고>의 대성공으로 인해 배우 벤 애플렉도 물론 좋아하지만 감독 벤 애플렉의 진정한 포텐이 터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헐리우드는 클린트이스트우드 이후 감독과 배우 모두 다재다능 한 마스터를 또 한 번 발굴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