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licious 2DAY

맥주를 더 맛있게! 샌디 개프

혼자서 고이 키운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차마 눈물은 흘릴 수 없지만, 결혼식장 내내 막혀오는 가슴을 어찌할 바 몰라했습니다.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씩씩한 모습으로 결혼식에 입장했던 딸이 끝내 울음을 터뜨렸을 때 아버지도 눈 끝을 훔치고야 말았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딸 아이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바에서 쓸쓸한 마음을 달래는 아버지에게 사위에 찾아 옵니다. 이럴 때 사위 녀석과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좋겠지만, 사위는 술 한 잔 할 줄 모릅니다. 소문난 주당인 아버지는 그래서 왠지 더 서운합니다.

그런 장인과 사위 앞에, 바텐더는 축하의 칵테일을 내어 놓습니다. 술을 마실 줄 모르는 사위에게 무슨 칵테일을 주냐고 잔소리를 던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바텐더는 ‘아마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두 잔의 칵테일을 만듭니다.

차갑게 식혀둔 글라스에 맥주를 반, 그리고 진저에일을 반. 이름하여 샌디 개프(Shandy Gaff)가 바로 그것입니다. 알콜 도수 4, 5도의 맥주에 생강 맛 탄산 음료인 진저에일을 섞어 전체적으로 도수를 낮춥니다. 진저에일의 달콤한 맛이 맥주의 쌉싸름한 맛을 감싸주고, 부드럽고 상쾌한 맛을 입 안에 남겨 줍니다. 여자애들이나 먹는 거라면서 머뜩지 않아하던 아버지도 그 맛에 놀라고, 술을 못 마시는 사위도 이 정도라면 마실 수 있겠다 합니다. 사위는 이 술을, 부자주라고 이름짓습니다. 딸을 잃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얻은 것이라고 하면서요. 만화 바텐더 11권에 나오는 첫번째 에피소드, 부자주는 맥주와 탄산음료를 섞은 칵테일인 샌디 개프를 소재로 잔잔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샌디 개프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맥주에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한 낮에 골프를 즐기시던 분들은 그늘집에서 맥주와 사이다를 4:1 정도의 비율로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골프장 폭탄주라고도 부르는 이 방식은 맥주의 상큼함을 강조하면서 쓴 맛을 가려주어 누구나 즐겨할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럼 한 번 따라해볼까요? 하이트나 스타우트, 맥스 어느 것이든 글라스에 거품이 많이 나지 않도록 반까지 채웁니다. 이제 진저에일로 나머지 반을 채웁니다. 스푼 같은 것으로 가볍게 저어 섞으면 끝. 요즘 하는 말로, 참 쉽죠잉~입니다. 탄산의 상큼함은 그대로 살아 있고, 맥주의 쓴 맛은 숨겨졌으며 진저에일의 독특한 달콤함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하이트는 하이트 나름대로, 스타우트는 스타우트 나름대로의 맛이 있습니다만, 좀 특별한 분위기를 원하신다면 스타우트로 시도해 보세요. 흑맥주의 특별한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어 꽤 맛이 좋습니다.


솔직히 진저에일은 구하기 쉬운 음료는 아닙니다. 그래서 흔히 사이다를 쓰기도 하는데요, 사이다는 진저에일보다 단 맛이 강해 마시고 난 후 달달함이 조금 입에 거슬립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입 맛에 따라 사이다 양을 조절해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진저에일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하시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여유 있을 때 몇 개 주문해서 드셔 보시기를. 게다가 진저에일은 같은 양의 사이나다 콜라에 비해 칼로리가 적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집에서 여는 잔치 때 술을 잘 못해 속상하셨다면, 하이트와 함께 하는 샌디 개프를 준비해 보세요. 기분도 업! 파티 분위기도 업! 집 안 분위기도 업! 원래 술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