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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맛골목] 부대찌개의 원조를 찾아서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

 

즉석에서 보글보글 끓어야 제 맛인, 꼬불꼬불 라면 사리 건져먹는 재미가 제법인, 뜨끈한 밥에 칼칼한 국물과 쓱쓱 비벼먹는 맛이 일품인 부대찌개! 사실 부대찌개는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친근한 메뉴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로 1시간을 달려 굳이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을 찾은 이유, 궁금하지 않나요. 맛 탐험과 이색데이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훈훈한 그 골목으로 출발해봅니다.

 

 

모노레일로 찾아가는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

 

내로라하는 부대찌개 맛집의 공통점은? ‘부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의정부, 송탄, 이태원까지 ‘미군부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죠. 한국전쟁 후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하나 둘 몰래 빠져 나온 햄과 소시지는 호사스러우면서도 생경한 식재료였지요. 하지만 이를 그대로 먹는 것은 입맛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 푸짐하게 조리해야 한다는 그 시절의 굶주림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는데요.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칼칼한 김치찌개와의 콜라보레이션! 햄, 소시지, 고기의 기름진 국물이 김치찌개의 자극적인 매운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매콤한 국물이 시원하게 넘어가는 ‘부대찌개’를 탄생시켰습니다.

 

 

부대찌개의 거룩한 탄생, 그 정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맛을 음미하기 위해 서울 북부 의정부로 떠납니다. 전방에 가까이 자리잡은 의정부 미군부대는 물자를 공급하는 보급기지의 역할까지 했기에 그 어느 곳보다 물자가 풍부했는데요. 그 덕에 ‘부대찌개’의 원조가 탄생하기에 적합한 곳이었지요. 그렇게 하나 둘 생겨난 부대찌개 집들이 현재는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 안에 약 30여 개가 오밀조밀 모여있답니다.

 

지하철 1호선이 쭉 뻗어있기에 교통카드 한 장이면 부담없이 닿을 수 있는 의정부. 서울 중심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데요. ‘의정부 부대찌개골목’은 1호선 의정부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도 되지만 의정부 경전철 ‘의정부중앙역’에서 내리면 바로 코앞이랍니다.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아담한 전동차가 도심 위 모노레일을 다리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데요.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꼭 한번 타보시길 권해봅니다. 이색 데이트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죠.

 

 

즉석에서 끓여 내는 보글보글 부대찌개의 힘


만국기가 펄럭이는, 그래서 더욱 정감있는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 입성하면 입구에서부터 메인 거리 양쪽에 부대찌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굳이 간판에 ‘부대찌개’라는 문구가 없어도 이곳에서는 어디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글보글 맛나게 끓는 부대찌개를 만날 수 있습니다.

 


△ 만화 ‘식객’에도 등장한 부대찌개 원조 식당

 

 

그 중에서도 골목 입구에 자리 잡은 ‘오뎅식당’은 원조 중의 원조로 꼽히는 집입니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이곳은 1960년부터 지금 그 자리에서 부대찌개를 팔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포장마차에서 미군들이 가져다 주는 햄이나 베이컨으로 볶음 요리를 하다 손님들이 밥과 어울리는 메뉴를 찾자 김치와 장이 어우러진 지금의 부대찌개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 널찍한 전골 냄비에 육수를 붓고 즉석에서 보글보글~

 

 

부대찌개의 매력은 주문과 동시에 조리에 들어가는 것 아닐까요. 커다란 냄비에 햄, 소시지, 두부, 김치, 파, 양념을 넣고 여기에 양은주전자 속 육수가 즉석에서 부어져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순식간에 찌개 가운데를 파고드는 것이 청양고추인데요. 칼칼한 매운맛의 비법이 여기 있었네요. 부대찌개에 빠질 수 없는 사리 추가는 당연 ‘사리계의 레전드’인 라면이겠지요^^

 

 

7~8분 정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다 뚜껑을 열면 모든 재료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먹음직스런 부대찌개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라면 사리를 건져 먹고, 갖가지 재료를 듬뿍 담아 한 대접 맛을 음미한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공기밥에 국물과 건더기를 올리고 싹싹 비벼먹어야 제맛입니다. 밥 한공기가 뚝딱인 든든한 식사가 되는 것은 물론, 햄과 소시지의 푸짐한 건더기를 맛깔난 술안주로 삼아도 그만인 부대찌개. 먹고 일어서면 언제나 ‘배부르다’는 탄성이 나오지요.

 

 

 

의정부가 재미있다! 의정부 제일시장

 

 

솔직히 말하자면 ‘의정부부대찌개골목’은 조금 심심합니다. 부대찌개 가게와 작은 슈퍼 몇 개가 고작이니 정말 부대찌개만 먹고 돌아서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여기서 발길을 돌리긴 너무 아쉽지 않나요. 의정부까지 왔는데 부대찌개의 탄생에 있어 지대한 공을 세운 ‘의정부 제일시장’을 빼놓아선 안 됩니다. 부대찌개골목과 세트로 엮여야 마땅한 곳이죠. 부른 배도 꺼뜨릴 겸 의정부역 바로 앞에 자리잡은 제일시장까지 도보로 이동해도 좋은데요. 단순히 동네시장이겠거니, 하고 찾았다가는 그 규모와 가지각색 볼거리 먹거리에 놀라게 됩니다.

 

△ 제일시장에는 부대찌개용 부대고기를 팔고 있어요

 

 

미군부대와 함께 성장한 의정부 제일시장은 당시로선 신기하기만 한 미군 물자가 한곳에 모이는 곳으로 유명했는데요. 지금도 제법 크게 수입품 상가들이 모여 있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수입품 상가마다 붉은 간판으로 내걸고 있는 ‘부대고기’입니다. 그 정체가 궁금해 간판이 붙은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니 부대찌개에 빠질 수 없는 소시지, 햄, 치즈 등의 수입 식재료가 가득하네요. 의정부가 부대찌개의 원조로 자리잡게 한 수훈장이 바로 이곳 제일시장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네요. 식재료가 귀했던 시절, 이곳 제일시장으로 모여든 미군식료품이 부대찌개를 꾸준히 만들어내게 한 것이지요.

 

△ 지하로 내려가면 즉석 조리를 해주는 포장마차형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특히 시장 지하에는 직접 조리를 해주는 식당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습니다. 흡사 거리의 포장마차를 지하에 옮겨다 놓은 모습인데요. 참고할 점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평균 연령대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 파릇파릇한 젊음이라면 슬쩍 분위기만 즐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간식 ‘떡볶이와 순대’는 진리죠~

 

 

옷, 과일, 생선, 고기, 떡, 반찬 등 없는 게 없는 종합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는데요.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서 먹은 부대찌개가 다 소화됐다면 군것질로 시장의 낭만을 더해볼 차례입니다. 떡볶이, 국수 등 간단히 주전부리를 할 수 있는 포장마차가 유혹을 하니 그냥 지나치는 건 예의가 아니죠. 매콤한 떡볶이에 순대를 찍어 먹는 이 맛. 뜨끈한 오뎅국물도 맛이 좋습니다. 의정부 제일시장은 주차시설도 깔끔하게 갖춰져 있고, 시장 전체에 차양이 덮여 있어 궂은 날씨에도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요. 부대찌개골목을 찾은 분이라면 꼭 놓치지 말고 함께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의정부 부대찌개골목>
위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1동 (의정부 경전철 중앙역 2번 출구)
메뉴: 부대찌개 1인분 8,000원 대 / 햄•소시지 사리 3,000~5,000원 대 / 면사리 1,000원 대 

 

<의정부 제일시장>
위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60
문의: 031-846-2617
영업시간: 9:00~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