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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은은한 달빛 따라 고궁데이트 - 2013 창덕궁 달빛기행


밤이 되면 과거로 떠나는 고궁 데이트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요즘 같은 날씨에 밤에도 밖에서 여유롭게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녁에 밖에서 할 수 있는 데이트 엄청 한정적이죠? 그나마 벚꽃축제는 이미 한 차례 지나갔고 까폐나 음식점, 실내에서 데이트를 하려니 날이 너무 좋아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봄바람 살랑살랑 맞으며 눈이 황홀 해 지는 특별한 저녁 데이트를 소개합니다. 


연인이라면 필수 데이트 코스!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고궁 데이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고즈넉한 고궁을 거닐다 보면 어느 새 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오늘은 서울시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궁궐’ 이라는 취지의 달빛 아래에서 창덕궁과 후원을 감상 할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을 떠나보겠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창덕궁의 밤에 무슨 일이? 


△ 지금부터 달빛기행 떠나 볼까요~?



‘창덕궁 달빛 기행’은 매월 음력 보름 오후 8시, 파란 하늘이 어둑어둑해 지는 시간에 시작이 됐습니다.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모여 기행을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행사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사진부터 한 장 찍고 보는 게 아닐까요~? 돈화문을 지키고 있는 늠름한 돈화문지기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돈화문 앞에서 기념사진은 필수! 



‘창덕궁 달빛기행’은 여느 고궁데이트와는 조금 다릅니다. 다채로운 왕실이야기를 전문가로부터 들으면서 달빛 아래에서 산책과 함께 다과를 곁들인 전통예술공연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미리 예매를 한 특별한 100명이 다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크게 6조로 나뉘어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다채로운 왕실이야기를 듣기 위한 달빛기행을 이끌어 줄 믿음직스러운 가이드도 각 조마다 배치가 완료되었습니다. 돈화문에 들어서는 순간 과거로의 데이트가 시작됩니다~!


본격적인 달빛 기행의 시작


△ 깜깜한 밤 길을 밝혀 줄 청사초롱



돈화문 앞에서니 고궁 데이트답게 청사초롱을 하나씩 나누어 줍니다. 창덕궁 안에는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온사인은 없습니다. 오직 창덕궁의 길을 비춰주는 것은 제 손에 들린 청사초롱, 곳곳에 서 있는 작은 가로등, 그리고 달빛뿐입니다. 어둑해진 저녁 길을 비춰 줄 청사초롱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설레는 이 마음을 잠시 가라 앉히고 창덕궁 달빛기행 코스 지도를 통해 미리 알아볼까요?



밤에 보는 고궁이여, 그 자태가 아름답도다.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돈화문을 지나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인정전 입니다. 인정전을 가기 위해서는 2개의 문을 지나가야 합니다. 분명 돈화문 앞에 모일 때만 해도 파랬던 하늘은 점차 어두워졌고 인정문 앞에 서니 검푸른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검푸르게 변한 하늘 아래 청사초롱을 든 사람들이 인정문 앞에 섰습니다.



인정전은 창덕궁의 정전으로서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중요한 국가적 의식을 치르던 곳 이랍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인정전은 그 여느 전 보다는 넓은 마당과 함께 크고 웅장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 달빛에 보는 인정전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단 말인가요?



사람들의 한 손에 쥐어 든 청사초롱과 인정전의 아름다운 조경을 카메라에 담으니 ‘서울 등불 축제’만큼 이나 아름답습니다. 인정전 안에서 도심을 바라보니 도시의 모습이 낯설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갑자기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 ‘부용지와 주합루’


창덕궁 ‘달빛기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뽑자면 바로 부용지와 주합루 입니다. 이곳은 후원의 첫 번째 중심 정원으로 300평 넓이의 사각형 연못인 ‘부용지’를 중심으로 여러 건물이 지어졌습니다. 달빛에 반사되어 연못 수면 위에 잔잔하게 비춰 진 주합루는 어디가 진짜 주합루 인지 몰라 볼 정도로 아름답고 투명하게 연못 위에 수 놓아져 있습니다.


△ 어디가 수면이고 어디가 땅일까요?


△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봄의 기운이 나를 살포시 감싸고, 달빛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도착한 곳은 바로 연경당. 창덕궁의 야경 경관에 눈이 즐거웠다면 이번엔 귀가 즐거울 차례! 걷느라 쉬어도 갈 겸, 목도 축일 겸 연경당에서 전통공연과 함께 작은 다과회도 마련 되어있었습니다.


           

△ 공연장이 아닌 고궁에서 즐기는 국악공연!



아직까지 저녁에 조금 쌀쌀하지만 이 곳에서 준비 해 준 따뜻한 차와 다과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약 30분간의 신명 나는 국악을 감상했습니다. 예쁜 한옥 안에서 로맨틱한 서울의 밤을 보내니 마치 제가 왕이 된 기분입니다. 먼 옛날 왕들도 이런 로맨틱한 봄의 밤을 보냈을까요? 연인들끼리 와도 좋겠지만 국악공연을 보고 있으니 부모님들과 함께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항상 늘 마음으로는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선물로 그 마음을 대신하기도 하죠. 값비싼 선물 아니더라도 퇴근 후 부모님과 함께 맛있는 저녁 먹고 이 곳에 와 창덕궁 산책도 하고 공연도 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청사초롱이 밝히는 후원 숲 길을 따라 연경당을 빠져나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은은한 청사초롱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 새 2시간 전에 출발했던 돈화문 앞입니다. 창덕궁 밖은 도시의 소음들과 대낮처럼 밤을 밝히고 있는 네온싸인들로 정신이 없는데, 조용했던 창덕궁을 벗어나 도심으로 나가니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 밖에는 화려한 네온싸인들이 도시를 비추고 있습니다.



오로지 달빛에 의존하여 조명이 모두 꺼진 창덕궁에서의 밤은 우리가 지나치게 밝은 밤에 익숙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과거의 사람들은 어두컴컴한 방안에 초를 켜고 생활을 했고, 길을 지나갈 때는 오늘처럼 청사초롱에 의지하여 밤길을 거닐었을 테니까요. 은은하게 내리는 달빛 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잡은 두 손에 의지하여 과거로 떠나는 고궁데이트! 온전히 깜깜한 밤을 느껴보며 과거로 떠나 보시는 거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