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와 참이슬로 10년지기 회포 풀기 - 을지로 ‘영덕막회’
▲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영덕막회’
“근처 왔는데 한잔 어때?”라고 스스럼없이 번개를 청할 수 있는 친구가 있나요?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한 기꺼이 “좋지!”라고 대답하는 친구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이정도 친구라면 “오늘을 정말 힘들다.”고 답한들 맘 상해하지 않는 법입니다.
▲ 입구에서 싸이가 반겨주네요
그렇다면 오늘 어떠신가요? 모름지기 서울의 중심인 을지로, 종로, 광화문, 시청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근처에 있는 친구 녀석 하나는 꼭 떠오릅니다. 급하게 청해도 반갑게 달려 나와 술 한 잔을 기울이는 게 우리들의 우정이지요. 그 돈독함을 더해줄 곳으로 오랜 우정만큼이나 진득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을지로 뒷골목을 떠올립니다. 을지로입구, 고층빌딩의 화려한 위용 뒤에 소소하게 숨어있는 맛집, 그 중에서 ‘영덕막회’를 찾습니다.
▲ 겨울의 별미, 과메기입니다.
구룡포 겨울바람의 선물, 과메기입니다
▲ 겨울의 별미, 과메기입니다.
맛집의 보물지도라 불리는 을지로 골목에서 꼭 집어 ‘영덕막회’를 찾은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과메기’ 때문입니다. 포항 구룡포의 찬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린 쫀득한 과메기는 11월부터 시작해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이지요. 해마다 겨울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과메기를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가까이에서 보니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그런데 ‘과메기’가 무슨 뜻인 줄 아시나요? 생선의 이름이 아니라 가공방법에서 유래한 명칭인데요. 원래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 하여 ‘관목(貫目)’이라 불리던 것이 사투리가 섞여 ‘과메기’가 된 것이지요. 지금은 청어의 수확량이 줄어 꽁치로 대신하고 있답니다.
▲ 왁자한 분위기지만 그래서 더 편한 실내
투박해서 더욱 정겨운 ‘영덕막회’
▲ 왁자한 분위기지만 그래서 더 편한 실내
영덕막회는 세련된 횟집은 아닙니다. 야근도 물리고 후다닥 뛰어나온 친구와 마주앉은 테이블은 옆 좌석과 틈이 없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투박한 분위기의 가게이지만 그래서 더 스스럼없는 공간이지요. 목소리 조금 높여도, 어깨를 조금 떨구어도, 깊은 한숨을 내쉬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공간입니다.
▲ 기본안주 삼총사입니다.
웬만하면 변하지 않는 담백한 기본안주 역시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을 주네요. 양념을 꼭 짜낸 묵은지, 투박하게 퍼낸 달걀찜, 후루룩 부드럽게 넘어가는 미역국이 기본 삼총사이지요. 하지만 국물 한 숟갈을 뜨기 전, 소주잔을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있어야 공식적인 만찬이 시작되지요. ‘캬~’하고 한잔 넘기고 미역국을 한 수저 넘기는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지요.
쫀득하고 담백한 과메기의 진가
▲ 과메기 쌈 싸먹는 법
등 푸른 비늘이 그대로 살아있고, 속살의 갈색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과메기가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맛깔스런 비주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허나 오물오물 씹을수록 담백하고 쫀득한 그 맛은 겨울을 기다리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여기에 과메기를 호위하고 있는 김, 깻잎, 미역 등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 과메기 쌈에 참이슬 한잔!
먼저 김에 미역과 파를 더한 후 과메기를 초장(참기름과 마늘이 듬뿍 들어가 고소하기까지 합니다)에 살짝 찍어 올려 싸먹으면 바다내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지요. 깻잎과 배추를 베이스로 한다면 좀 더 아삭하고 개운한 느낌이 듭니다. 혹시라도 비리게 느껴진다면 (맛있는 과메기 일수록 비린 맛은 없는 법이지만요) 마늘과 고추를 적절히 더하여 싸먹으면 좋습니다. 과메기와 함께 깊어지는 겨울 저녁, 속 깊은 이야기와 함께 과메기도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네요. ^^
건강 한 접시, 행복 한 접시요
▲ 참이슬 한 잔으로 기분 업, 과메기로 건강도 업.
퇴근 후 번개에 과메기 한 접시는 건강에도 그만입니다. 반건조로 더 풍부해진 꽁치의 핵산 성분은 노화방지는 물론 체력저하, 뼈의 약화를 억제하는 효능까지 있지요. 생선 한 마리를 그대로 말렸으니 칼슘이 풍부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도 좋습니다. 참, 숙취에 좋은 아스파라긴산까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하니 주당 친구의 눈이 번쩍 뜨이네요.
▲ 친구 같은 술집 영덕막회
과메기의 풍부한 영양도 좋지만 가장 힘이 되고 몸을 가뿐하게 하는 건 친구와 나누는 진솔한 마음과 웃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밥 한 끼, 차 한 잔으로는 끌어낼 수 없는 깊은 속내가 술 한 잔만 더해지면 자연스레 풀어져 나오지요. 오늘따라 참이슬과 맥스 한 병의 조화가 참 고마워집니다. 이것이 오랜 친구와 기울이는 술 한 잔의 기쁨이겠지요.
[영덕막회]
◆서울 중구 다동 130
☏02-755-9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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