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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2DAY

록의 전설들, 스크린으로 다시 부활하다.

 

록의 전설들, 스크린으로 다시 부활하다

 

여름이 좋은 이유는? 시원한 바다가 있으니까, 화끈한 젊음이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을 불태울 록 페스티벌이 있으니까?! 맞습니다. 지난 27일~ 29일, 페스티벌 시즌의 절정을 알리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관람객 10만명을 넘기며 성황리에 개최되었죠. 라디오헤드, 제임스 블레이크, 스톤로지즈, 비디아이, 넬, 들국화, 버스커버스커 등 최고의 라인업으로 록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열정적인 페스티벌의 열기가가 아직도 남아있다면 혹은 미처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있다면, 록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을 다룬 영화 세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안타깝게도 모두 단명한 그들이지만 스크린을 통해 다시 부활한 그들의 감성을 함께 만나보시죠.

노웨어보이 - 존 레논



<Nowhere boy>의 존 레논 

수식어가 필요 없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의 창립멤버이자 리드보컬이었던 존 레논. 영화 은 화려했던 비틀즈의 전성기와 그들의 음악이 주인공이라기보다 그 음악적 배경과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존 레논의 청소년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비틀즈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이모의 손에서 자랐던 존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증의 감정을 늘 가지고 있었지요. 아버지의 존재와도 같던 이모부가 돌아가시고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되면서 일찍이 그를 버렸던 어머니 줄리아를 찾게 된 존, 엄격하고 고지식하던 이모 미미와 달리 락앤롤을 좋아하며 자유분방하던 줄리아를 통해 그는 음악을 만나게 됩니다. 존 레논의 음악적 뮤즈였다는 어머니 줄리아의 존재감은 영화에서도 상당히 도드라지는데요.

형식과 관념에 얽매이지 않던 여인 줄리아 역의 앤 마리 더프는 줄리아가 아들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였음에도 어쩐지 연민을 유발하게 하는 매력적인 연기를 펼칩니다. 비틀즈 시절 존 레논이 만든 곡 ‘Nowhere man’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의 제목 ‘Nowhere boy’는 존 레논의 소년시절이 영화의 시점임을 말해주지요. 영화의 제목처럼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었던 소년 존은 다시금 어머니 줄리아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전설적이 그룹 비틀즈를 만들어냅니다. 사실 영화에서는 ‘비틀즈’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답니다.

영화의 음악 또한 비틀스의 곡이나 존 레논 솔로 시절의 곡보다 제이 호킨스, 버디 홀리 등 로큰롤의 고전 스타들의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이것은 물론 영화가 비틀즈가 탄생하기 전의 시기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시대적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입니다. 비틀즈라는 단어 한 번 나오지 않아도, 비틀즈의 음악이 없어도 비틀즈의 감성이 흠뻑 느껴지는 영화 <Nowhere boy> , 한 번 감상해 보시지요.


<영화정보>
제목: Nowhere boy, 2009
감독: 샘 테일러 우드
출연: 배우 아론 존슨, 토마스 생스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라스트 데이즈 - 커트 코베인


<Last days>의 커트 코베인

1990년대 음악계를 홀라당 뒤집어 놓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록밴드 너바나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였던 커트 코베인을 다룬 영화입니다. 대중음악사적으로 그룹 너바나의 등장은 그 이전의 헤비메탈의 전성시대를 마무리하고 얼터너티브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지요. 그러나 너바나의 인기가 최고 절정에 달하고 있던 1994년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어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발견되기 몇 일 전 머리에 권총을 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타살의 가능성은 아직도 여전히 재기되고 있습니다.

영화 <라스트 데이즈>는 커트 코베인이 죽기 전 몇 일, 혹은 죽은 이후 발견되기까지의 몇 일일수도 있는 기간 동안의 그의 감정과 심리를 추측해보는 영화라고 할까요? 영화 <엘리펀트>를 감독했던 구스 반 산트는 커트 코베인이라는 인물 탐색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었던 감정의 조각들을 재구성하여 커트 코베인의 사라진 몇 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 시간들은 물리적 흐름을 거부한 채 과거와 현재가 뒤바뀌거나 반복되고 때로 그 시점 자체도 모호하며 공간의 이동 또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편치 않은 구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러한 혼란과 궁금증은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하고 어느새 주인공 블레이크에게 집중하게 되지요.

커트 코베인은 어릴 적 부모의 이혼과 불우한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결혼생활의 영향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였는데 영화에서는 이러한 커트 코베인의 심리와 그 속에서 고뇌하던 그의 감정들을 대사가 아닌 소리와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때문에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어야 영화의 분위기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폭발하는 감성의 보컬과 기타연주로 록 마니아들의 가슴에 살아있는 커트 코베인.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아쉽고,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가능성조차 믿고 싶은 팬들, 그리고 아직도 그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록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며 새로이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중고생 팬들의 인터넷 글 속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충격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합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오경필 중사 역을 맡은 송강호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을까.”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라스트 데이즈>는 커트 코베인의 죽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보는 일은 바로 여러분의 몫이랍니다.


<영화정보>
제목: Last days, 2005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마이클 피트, 루카스 하스, 아시아 아르젠토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왠 유어 스트레인지 - 짐 모리슨


<When you're strange>의 짐 모리슨

1960년대에 활동했던 미국 출신의 사이키델릭밴드 도어즈와 리드보컬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When you're strange>. 이 작품은 앞서 소개한 두 영화와 사뭇 다릅니다. 앞의 두 영화는 음악인에 관한 영화이면서도 그의 음악이 영화에서 거의 쓰이지 않은 것에 반해 <When you're strange>에서는 도어스의 공연실황을 비롯하여 도어스의 활동 당시 실제 자료화면과 짐 모리슨이 UCLA 영화과 재학 당시 친구들의 작품에 출연했던 영화를 자료화면 사이사이에 구성하고 있으며 도어스의 음악도 풍성하게 들을 수 있지요. 도어즈는 UCLA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짐 모리슨과 레이 만자렉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습니다.

밴드명은 영국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천국과 지옥의 결혼’의 한 구절에서 인용했는데 음악뿐만 아니라 시인으로서의 문학적 감수성과 재능 또한 뛰어났던 짐 모리슨은 도어즈의 모든 곡의 작사를 담당하며 문학적인 가사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록 뮤지션 중에는 기인들이 많지요. 짐 모리슨 또한 경악스런 무대 매너로 유명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초연한 모습으로 죽어가던 늙은 인디언의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고 무아지경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어 본인도 이를 경험하기 위해 음악, 섹스, 술, 마약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고 하는군요.

1971년 27세의 나이였던 짐 모리슨은 마약 중독으로 자신의 아파트에서 사망하였는데 그 후 밴드는 결국 해체되었습니다. 60년대 말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전설이 된 록밴드 ‘도어스’. <When you're strange>는 조니 뎁의 매력적인 내레이션으로 당시의 사회상과 짐 모리슨의 생생한 실제 모습, 도어스의 탄생 배경까지 친절하게(영화 <Last days>에 비하자면 상당히) 설명해주고 있답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도어스를 몰랐던 이들도 그들의 음악에 흠뻑 빠져 어느새 그들의 열혈 팬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정보>
제목: When you're strange, 2009
감독: 톰 디칠로
출연: 조니 뎁(내레이터 목소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이제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들의 풍부한 음악적 감수성과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세 편의 영화를 시간을 내어 메들리로 한 번 감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에 깊고 풍부한 맛의 Max가 함께한다면 금상첨하겠지요? 8월 초에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락 오브 에이지>라는 신나는 록뮤지컬 영화도 개봉한답니다. 신나는 록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여름밤의 열기를 위해 다함께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