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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맛집] 비 오는 날 더욱 생각나는 전주 한정식 '다문(茶門)'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엄청난 양의 폭우, 천둥 번개와 벼락을 동반한 장대비. 벼르고 별러온 여름휴가를 떠나는 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서울을 떠나 천안을 지날 때만 해도 산등성이를 덮은 짙은 운무를 감상하며 정취에 취해 있었는데, 터널 하나를 지나고 나니 운무에 바람이 더해 그대로 비가 되어 쏟아집니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낙숫물마저 세찬, '억수같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법한 풍경. 그렇게 세 시간 남짓을 달려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폭우에 걷기조차 어려웠지만 기어이 예약해둔 한정식집을 찾아내 안채로 들어섰지요.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궂은 날씨에도 빈 테이블이 없네요. 이곳은 유명한 전주의 한정식집 '다문'입니다. 한옥에서 한정식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점인데요. 2005년 세계적인 식도락 안내서인 '미쉐린(미슐랭) 레드가이드 한국 편에 실려 더욱 유명세를 탄 곳입니다. 책자에는 한국의 20개 음식점, 전남에서는 3개의 한식집이 실렸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이며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앉았습니다.

예약해서인지 시간에 맞춰 기본 상차림을 하고 있더군요.

한식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3색 나물(시금치, 고사리, 숙주)과 시원한 오이냉국, 김치 등을 먼저 올리고요.

자리에 앉으니 전과 두부조림, 생선구이 등 더운 음식들을 내옵니다. 토기에 정갈하게 담긴 음식들이 식욕을 돋웁니다.

부드럽게 잘 삶은 보쌈과 맛 좋은 양념 김치는 상 가운데 놓은 다음,

뜨끈한 된장찌개와 계란찜까지 올리고 나면 한식 상차림이 마무리됩니다.

3인 한 상. 손님상에 빠지지 않는 잡채와 쉽게 맛볼 수 없는 멸치 젓갈까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든 우리네 상이죠. 몇 가지 반찬을 빼면 매일 먹는 밥상이지만 이렇게 차려 놓고 보니 기분이 남다릅니다. 원래 다문에서는 밥이나 국을 놋그릇에 담아 준다고 하는데, 이날은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그냥 스테인리스 그릇에 나왔더군요. 한식집의 제대로 된 놋그릇에 대한 로망이 있는 전 살짝 실망했지만, 아이가 있는 것을 본 주인이 인심 좋게 아이용 밥과 국을 더 마련해 주셔서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비는 계속 내립니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한옥의 비 오는 풍경.
 

처마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폭포가 되어 흐르고, 깊은 마당으로 떨어진 빗줄기는 흙물이 되어 튀어 오릅니다. 음식에 비가 들어갈까 종종걸음으로 처마 밑을 지나는 종업원의 발길은 바쁘지만, 안채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운치 있어 좋습니다. 분명 저는 한번도 이 집에 살아본 적이 없는데 고즈넉한 한옥의 기운이 저를 향수에 젖게 합니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나 봅니다. 매실차까지 한 잔 마신 후 한참을 기다려 겨우 빗줄기가 가늘어질 때쯤 대문을 나서는데, 손 글씨로 쓴 '다문(茶門)'이란 한자가 눈에 띕니다. 찻집 같은 이름이라 생각하며 돌아서는데, 지인 왈 이 집은 1937년에 지어진 한옥이자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찻집이라고 하더군요. 원래는 차만 팔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한정식도 하기 시작했다네요.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황정민이 비스듬히 누워 연인과 밀회를 즐기던 장면이 이 집의 작은 방에서 촬영되기도 했답니다.

음식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는지, 아니면 휴가철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이날 다문에서 맛본 한정식은 솔직히 생각만큼 근사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었다면, 생선을 바로 구워냈더라면, 전이 조금 더 바삭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죠. 하지만 오래된 한옥 안채에 앉아 마당으로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며 즐기는 엄마의 밥상 같은 소박한 식사는 여행의 정취를 더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운치 있는 여름휴가를 계획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끼 식사라기엔 밥보다 마음을 채운,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생각나는 다문에서의 몇 시간이었습니다.

상호: 다문(茶門)
전화번호: 063-288-8607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82번지
메뉴: 다문 한정식- 1인분 만원 / 4인 상차림- 6만원 (1인분 만원 상 + 낙지 등 반찬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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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82 (은행로 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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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돌이^^ 2011.07.27 17:24

    아~~~ 저녁시간 되어가니..비까지 오니...정말 허기가 폭풍으로 오네요..^^
    요런 한정식 레알 원츄요~~~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27 18:59

    과연 사진으로만 봐도 인기 있을 수밖에 없게 느껴지는 집 같네요.
    저런 집에서 한식 먹으면 맛도 두 배가 될 것 같습니다.

  • 샘쟁이 2011.07.27 19:17 신고

    그린데이님의 글 여기서도 볼 수 있군요!
    전주 한정식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그냥 돌아온게 영 아쉬워요.
    기회되면 꼭 다시 찾아서 소박한 식사를 하고 돌아오고 싶네요.

  • 퐁당 2011.08.29 19:45

    한옥인건 분명한데 맛은 별로던걸요
    그 사진속 총각 엄청 피곤에 절었는지 무표정 불친절합니다
    아들같은 나이라 안쓰럽기도해서 이해.
    제가 간 날은 예약 필요없이(일요일 오후 2시경)자리 많았구요
    된장찌게 약간 시큼해서 애들 못먹게 했습니다
    아마 미리 해둔 육수가 날씨땜에 살짝 맛이 간듯(살림 22년차 주부의 추측) 밖에서 돈들여 내가 한것보다 맛없는걸 먹는건 낭비라 생각하는지라 기분이 영~

  • 팜진 2011.09.04 22:01

    하나같이 맛없고 후식도 없어졌는지 안주고 배탈까지 나버렸습니다.
    다문이 유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ㅜ

    • 그린데이 2011.09.16 09:24

      그만큼 제대로 된 맛집이 없는것도 다문이 유명한 이유인것 같습니다.
      본문에도 있지만 저도 분명 아쉬움이 있는 식탁이었어요.
      외국인 손님도 꽤 많은것 같던데 가격을 좀 올리더라도 한옥의 정취만큼이나 맛깔나는 음식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