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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E 2DAY

최동원, 김성한 두 전설과 함께한 취중 야구 토크

끈적이던 어느 여름의 초입, 압구정동의 한 이자까야에서 전설 두 분을 만났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무쇠팔’ 투수 최동원 씨와, 기아 타이거즈의 ‘오리궁둥이’ 타자(죄송합니다^^) 김성한 씨에요. 이번 만남은 스포츠 전문 박동희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일본풍 펍

조기에 발견하기는 했지만, 몇 년 전 대장암 제거 수술을 받으셔서 그런지 많이 마르신 최동원 씨와 허허 웃는 풍채 좋으신 김성한 씨가 대비돼 살짝 마음이 아팠지만, 얼른 추스르고 두 분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레전드들의 아구 초년병 시절

왼쪽부터 박동희 기자, 최동원, 김성한

왼쪽부터 박동희 기자, 최동원, 김성한

박동희 기자: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거에요?

김성한: 초등학교 4학년 때요. 그때 당시는 대부분 고무신을 신고 있었어요. 그런데 야구를 하려면 운동화를 신어야 하잖아요. (웃음) 그게 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확 마음이 끌렸어요.

박동희 기자:
그럼 최동원 레전드도 혹시?

최동원: (웃음) 에이~ 그건 아니고.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에는 축구부만 있었어요. 운동을 좋아해서 일단 초등학교 때 축구부터 시작했죠. 그런데, 당시 부산에서 일본 프로야구 중계를 볼 수 있었는데 아버님이 그걸 굉장히 좋아하셔서 매일 저와 함께 봤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야구의 매력에 빠져버린 거죠. 마침, 초등학교 교사이시던 어머니가 5학년 때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는데 거기는 야구부가 있더라고요. 저도 얼른 전학 가서 야구를 시작했었습니다.

박동희 기자: 두 분 모두 시작하시면서부터 성적이 좋으셨어요.

김성한: 최동원 레전드는 그때부터도 명성이 엄청났죠. 저도 중학교 때부터 제법 했던 것 같아요. 아마 제가 최동원 선수를 처음 경기장에서 본 게, 청주에서 문교부장관기 야구대회가 있을 때였을 거에요.

박동희 기자: 그럼 김성한 레전드는 그때 최동원 레전드의 공을 쳐보셨겠네요?

김성한: 아~ 전 그때 시합 못 나갔어요. ‘급’이 안됐거든요. (일동 웃음)

박동희 기자: 그럼, 대학 때는 많이 붙어 보셨겠네요?

김성한: 그때는 좀 봤죠. 대학 시절,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우리는 무조건 최동원이 김시진이 잡아야 하는기야!~’하며 배트를 짧게 잡고 최대한 홈에 붙으라고 지시하셨어요. 볼 던지면 몸으로 그냥 맞으라 이거야, 하핫!!

박동희 기자: 아... 너무 잔인한 방법 아닌가요?

김성한: 그렇죠. 엄청 위험하지. 하지만, 별 거 없었어요. 뭐 이건 너무 빨라서,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잘 판단도 안 될 정도였어요. 이거 좀 높이 온다 싶으면 푹~ 꺼지는 변화구가 날아오니 쳐낼 도리가 없었어요.

두 레전드의 기록 열전

박동희 기자: 그런데, 프로야구 데뷔 첫 시즌에는 김성한 레전드가 오히려 투수로 승이 더 많았네요?

김성한: 프로로 딱 데뷔하니까, 나보고 투수를 하라는 거에요. 내 머릿속에서 투수는 이미 지워버린 상태인데... 그런데, 던지니까 또 던져지더라고요. 감독님 말씀 거역할 수도 없고. 지명타자도 없이 타석에도 제가 들어섰어요. 성적도 괜찮았어요. 방어율도 2.88인가? 꽤 높았고 타율도 3할대였고요. 기네스북에 올려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요?(웃음)

박동희 기자: 두 분 모두, 선수생활도 많이 하셨고 게임도 많이 뛰셨잖아요?

최동원: 어휴... 말도 마이소. 그때야 그냥 그런 줄 알고,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한 시즌에 보통 200 이닝씩 던졌어요. 기준이 126 이닝인가 그랬는데 말이죠. 1984년도 한국시리즈에서는 총 일곱 번의 경기 중 다섯 차례나 등판을 했어요. 지금 후배들이 만약 그런다면 말리고 싶어요 몸 다 망가져요.

김성한: 해태 타이거즈에 처음 입단했을 때, 투수도 시켰다고 했잖아요? 해태 타이거스가 원래 선수 열 네 명으로 출발한 팀이잖아요. 선수가 좀 모자라기는 했어요. 뭐 포수 말고 내야수는 한 번씩 다 해본 것 같아요.

박동희 기자: 당시 광주에서 경기하게 되면 분위기가 정말 살벌했다고 해요.

김성한: 우리가 부산 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엄청 살벌했지.

최동원: 정말 무서웠어요. 아마 우리(롯데)가 광주 원정경기를 가서 처음 이긴 날일 거에요. 마지막 9회에는 외야수들이 죄다 내야로 들어와 있어요. 왜? 외야 관중들이 막 (외야수들을) 새총으로 쏘거든. 심판들이 그걸 다 알고 '알아서 해줄 테니 다 들어가라’했다더라고요. 그날, 다행히 별문제 없이 내야 플라이로 그냥 끝났는데... 관중이 엄청나게 욕설을 퍼부으시더라고요. 그냥 그걸 다 들으며 덕아웃에 숨어있었어요. 나중에 경찰 에스코트를 받아 간신히 나온 다음, 새벽 세네시까지 껌껌한 커피숍에서 숨어있다가 경찰 철수하면서야 돌아갈 수 있었죠.

박동희 기자: 어느 투수가 제일 어려우셨나요?

김성한: 당연히 최동원 레전드죠. 많은 사람이 최동원 레전드와 선동열 선수를 비교하는데, 저는 서슴없이 '최동원'이라고 말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제가 투지가 대단했었어요. 최동원 선수가 던지는 공을 치려고 홈에 깊숙이 붙어서 플레이를 했는데... 공이 몸쪽으로 들어오더니 손목에 맞고 툭 떨어졌어요. 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병원에 가봤더니, 손목에 금이 갔더라고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공에 맞고 뼈가 부러질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그렇게 볼이 위력이 있었어요.

박동희 기자: 최동원 레전드가 보시기에는 김성한 레전드와 이만수 선수 중 누가 더 까다로우셨나요?

최동원: 당연히 김성한 레전드죠. 일단 타격 자세 자체가 큰 것만을 노리는 게 아니에요. 볼을 갖다 맞추는 센스도 대단했고요. '오리 궁둥이' 타법이 유명해지긴 했는데, 진짜 센스있는 타자에요. 기록상으로는 모르겠지만, 김성한 선수한테 이만수 감독은 안된다고 봐요.

야구의 전설, 주량도 전설급!!

박동희 기자: 두 분 레전드 모두, 맥주 좋아하세요?

김성한: 경기가 있는 시즌에는 아무래도 거의 안 마시죠. 하지만, 시즌 끝나면 선수들이나 친구들과 자주 호프집을 찾았어요. 예전에 한 번, 지금 SK와이번스 감독이신 김성근 감독과 단골 호프집을 찾아가서 10만 원을 맡겨놓고 말했어요. ‘저희 와서 가끔 맥주 마시면 이 돈에서 제해 주세요’. 그런데, 그걸 한 번에 다 먹었지 뭐에요. 아마 그때 500cc 생맥주 한 잔이 1000원 쯤 했을거에요.

최동원: 저는 요 몇 년 건강이 안좋아서 거의 안마시긴 하는데... 독한 술은 잘 못마셔도 맥주는 가끔 마셨어요.

박동희 기자: 이전부터 사회인 야구는 많이 보셨나요?

최동원: 대전 한화에 있으면서, 한화 구장에 사회인 야구 동호회들이 와서 게임하고 하더라고요. 그걸 많이 봤습니다.

김성한: 저는 강진 베이스볼파크에서 사회인 야구 동호회를 상대로 '1박2일 야구 캠프'를 열고 대화도 나누고 코치도 해줬어요. 굉장히 뿌듯했던 게, 그분들이 무척 좋아하시는거에요. 그분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코치를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캐치볼도 하고, 볼 받을 때의 자세와 수비 스텝, 공 던지고 잡는 법이나 스윙법들을 가르쳐주면 너무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아마추어 야구이지만, 야구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라 열심히 하시고 그만큼 기술 습득도 빠르거든요. 앞으로 그분들이 꾸준히 야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지도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박동희 기자: 두 분이 이번에 하이트볼 챔피언십에 멘토 역할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각오나 다짐 같은게 있을까요?

김성한: 내가 순간적으로 지도한다 해서 큰 변화가 있겠냐만은, 최대한 재미있는 야구를 모두 다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거에요.

최동원: 게임 분석이나 선수 분석 자료를 연구하고 그걸 토대로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발전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 같아요. 단기간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도움이 될거에요.

박동희 기자: 최동원 감독님은 분석도 하고 면담도 하신다는데, 김성한 감독님은 그걸로 되시겠어요?

김성한: 그 자료를 (최동원 레전드가)저한테 줄 겁니다.

최동원: 상대 팀 자료를 받아서 뭐하게요? 주면 안되지.

김성한: 그거 말고요. 내가 지방에 있으니까 최동원 감독님이 우리 팀 자료를 받아서 좀 분석도 해서 주고 그러시면 그걸 내가 받아서...

최동원: (손사래를 치고 말을 끊으며) 아 나 바빠. 바빠서 못해. 바쁘다니까.

이즈음 공식 인터뷰는 끝나고, 두 분은 옛날이야기들을 하시며 천천히 술잔을 비워 나가셨습니다. 딱 봐도 주량이 세 보이시는 김성한 레전드는 연거푸 500cc 잔을 비우셨어요. 최동원 레전드도 예전에 맥주는 잘 드셨다고 하는데, 건강 문제 때문인지 계속 잔을 들었다 놨다 하시기만 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2011 하이트볼 챔피언십, 화이팅!!

두 분은 이번 8월 6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리며, 2부 리그 60팀, 3부 리그 64팀, 합계 124팀의 사회인 야구단이 참가하는 ‘2011 하이트볼 챔피언십’ 사회인 야구대회에서 일시적으로 감독으로 복귀하신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4강 진출 팀들은 ‘두 전설’이 직접 멘토링을 해 주신다고 해요. 결승전에서는 두 분이 각각 한 팀의 감독을 맡아 직접 경기를 지휘하실 거에요. 이긴 팀에게 진 팀 감독이 시원한 하이트 생맥주 한 잔씩을 직접 한 명씩 따라주시겠다는 내기까지 하셨어요.

승부를 가르는 게 스포츠긴 합니다만, 사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재미’입니다. 2011 하이트볼 챔피언십에 참가하신 모든 사회인 야구단 여러분... 모두 최선을 다하시면서도 여러분 가슴 속에 숨어 있는 ‘야구의 재미’를 꼭 찾으시기를 비투지기가 응원할게요!! 사회인 야구에 큰 도움이 되실 두 레전드 분도 화이팅입니다!! 아 참, 절대 다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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