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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오늘은 아날로그 여행 : 평창 북스테이 <운교산방>

‘아날로그’. 단어만으로도 낭만의 정취가 느껴지는 이 단어는 디지털이 만연한 지금 이 시대에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생소하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뉴트로’라는 신조어마저 생겼습니다. 바삐 흘러가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디톡스’, 즉 아날로그가 가득한 여행지가 있다면 어떠신가요? 눈부신 신록의 계절 6월, 나무 그늘 아래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 떠나는 북스테이 여행. 턴테이블 위 듣기 좋은 LP 음악과 낡은 책이 있는 곳, 밤이 되면 은하수와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는 곳. 이번 북스테이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아날로그가 가득한 숙소, ‘운교산방’ 입니다. 


숲속 작은 시골집 : 평창 <운교산방>

운교산방은 주소상으로는 강원도 평창군에 속해 있지만 둔내와 더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신다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둔내역에 내려 택시를 타거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운교행 버스를 탄 후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은 태백산맥에 위치해 있어 해발고도가 700m 이상인 곳이 전체 면적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 덕에 6월의 평창은 유독 초록이 빛으로 그 매력이 배가 되는데요. 구불구불 굽이진 초록 길과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북스테이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치유되는 듯합니다. ‘길을 잘못 들은 건가?’ 싶을 때쯤 만나게 되는 초록 집. 발밑 ‘운교산방’ 나무 간판이 보인다면 그곳이 바로 하루 동안의 우리 집에 제대로 도착한 거랍니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한 마당이 매력적인 운교산방. 나무 그늘을 지붕 삼아 마시는 맛있는 맥주 맥스는 더욱 꿀맛이죠. 빨리 들고 온 짐을 풀고 마당에 앉아 함께 온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꿀맛 같은 맥스를 마시고 싶은 생각에 괜히 마음이 바빠집니다. 조금은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거실로 들어서기 전 보이는 널따란 테라스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창문에 비추는 초록색에 반해 한참을 감탄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달려 나옵니다. 이 녀석들 이름은 토리와 개울이. 이름부터 어쩜 운교산방과 참 많이 닮은 살가운 녀석들입니다. 


투박한 아날로그의 낭만 : LP와 턴테이블, 그리고 책

운교산방은 요즘 흔히 말하는 ‘뉴트로’의 공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차곡히 쌓인 LP판들과 책, 그리고 벽난로가 바로 그 증거이지요. 낡고 오래된 옛것이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운 문화로 와닿는 아날로그 감성. 흔히 사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나 ‘E-book’과 같은 현대의 편리함이 아닌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손끝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의 감촉’. 음악과 책이 가득한 운교산방은 자칭 ‘아트 스테이(Art Stay)’라고도 부르죠.


어떤 음악을 들을 때 떠오르는 사람, 추억이 있다는 건 살면서 얼마나 영화 같고 아름다운 일일까요. 비록 자주 찾아 듣는 음악이 꼭 아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 하며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 주는 힘이겠죠. 책상 서랍 속, 고이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누군가 무심코 틀어둔 음악에 뜻하지 않게 문득 떠오르던 기억. 트렌디한 최신 음악이 아닌, 먼지 냄새 나는 옛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요. 그 추억이 아픈 기억이든, 행복한 기억이든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지금 같은 초여름에는 초록빛 녹음이 있다면, 추운 계절에는 이 벽난로가 이 공간의 낭만을 담당하겠지요. 거실 구석에서도 그 위용을 당당히 자랑하는 벽난로. 겨울의 운교산방의 풍경도 꽤나 궁금하게 만드는 녀석입니다. 


다른 한쪽에는 만화책부터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책 읽으며 듣기 좋은 음악을 하나 선택한 후 책과 함께 음악 감상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죠. 이럴 때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가끔 튕기는 턴테이블 위 엘피판 음악 소리와 누군가가 읽어간 흔적이 있는 오래된 책들이 그저 정겹습니다. 푹신한 1인용 소파에 기대앉아보세요. 이번 스테이만큼은 함께이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쉼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외로워질 때 즈음, 곁을 돌아보면 함께 맥스를 나눠마실 친구들이 있음에 괜히 든든해지는 마음. 이곳은 ‘선택적 고독’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거실과 이어진 부엌에는 타일로 메꾼 테이블과 주방이 나란히 있습니다. 숙소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나 마트가 없기 때문에 숙소에 오시기 전 미리 장을 봐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조리대 옆에는 언제든 간단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갖가지 양념들도 함께 놓여있으니, 그동안 갈고 닦았던 요리 솜씨를 마음껏 뽐내보시길. 낯선 공간에서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 먹을 요리를 직접 하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운 일이니까요. 


운교산방에는 햇살이 살포시 들어오는 편안한 침실이 두 개 있습니다. 최대 인원 8명이 수용 가능한 곳이다 보니 침실도 꽤 넓은 편. 부엌 바로 옆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 누군가가 그려놓은 토리와 개울이의 초상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방 한쪽에는 취침 전에 간단하게 읽을 만화책들이 놓여있지요. 머리 한 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책들을 꽂아 놓은 것은, 자기 전 만큼은 어지러운 상념에 잠기지 않도록 게스트들을 생각하는 주인장의 따뜻한 배려가 아닐까요.


반대편에는 화장실과 또 다른 방으로 들어서는 문이 보이는데요. 방으로 들어가기 전 빛을 담은 듯한 그림과 나무로 된 책상은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 방은 조금 어두운 편입니다. 아마도 창문 밖 우거진 나무 잎사귀들 때문에 빛이 아주 살며시 들어오는 탓일 겁니다. 비록 불을 켜야만 밝아지는 방이지만, 서늘한 공기에 침대에 누워 가만히 산새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스르륵 단잠이 들게 만드는 요술같은 곳입니다.

눈부신 6월의 햇살을 조명 삼아 즐기는 북맥스 

자, 이제 듣고 싶은 음악과 읽고 싶은 책을 선택했다면 맛있는 맥주 맥스를 들고 각자만의 시간에 충실해 볼까요? 비어투데이가 추천하는 LP는 ‘Cold Play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영국 유명 락 밴드인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앨범이자 명반으로 유명하죠. 담담하게 그려내는 그들의 감정선과 그들의 멜로디가 책과 함께하기에 더더욱 좋습니다. 특히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의 OST로 유명한 ‘the scientist’를 들으며 가만히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이 공간에 녹아듭니다.


운교산방의 테라스는 단연코 최고의 독서공간입니다. 큰 창을 통해 햇빛이 제집 마냥 드나드는 곳, 테라스에 놓인 경쾌한 컬러의 의자는 휴양의 기분을 더욱 높여줍니다. 


눈부신 6월의 햇살을 이불 삼아, 청량한 바람을 벗 삼아,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LP 소리에 흥얼거리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부드러운 맥스의 맛이 배에 달하는 듯 온 마음이 충만해지는데요. 운교산방의 테라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한몫 한듯합니다. 블루톤의 타일로 만들어진 벽난로와 곳곳에 놓인 오래된 포스터들. 여느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는 마늘 꾸러미나 투박한 종이봉투마저 운교산방에서는 감성이 됩니다. 


들뜬 기분 탓인지 좀처럼 책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땐, 그냥 음악 감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세요. 보이는 모든 풍경을 그림삼아 그저 가만히 머무르는 것조차 힐링 그 자체. 잎에 앉은 햇빛의 반짝임, 싱그러운 풀 내음, 귀를 간질이는 달콤한 목소리. 일상 속 그토록 치열했던 몸부림이 무색하게 자연이 곁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온몸으로 행복이 와 닿는 이곳. 운교산방입니다.


어느새 감성이 충만해지다 보면 또 다른 채움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바로 식사시간! 잠시 책을 덮고,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 즐길 간단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세요. 


맛있는 맥주 맥스는 어떤 책과 음악과도 잘 어울리지만, 어떤 음식과도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죠. 한국인의 소울푸드 떡볶이와 함께 일행들과 한자리에 모여 각자 읽은 책들에 대해 간단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해 새로 알아낸 이야기, 화가 고갱의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들이 오가는 자리. 맛있는 맥스와 떡볶이가 함께한 작은 독서 토론의 장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맥스와 잘 어울리는 안주 중 하나는 역시 만두이지요. 쫄깃한 만두피에 속이 꽉 찬 육즙. 조리법은 간단해도 누구나 좋아하는 만두와 맛있는 맥스가 있으니, 그 어떤 푸짐한 상도 부럽지 않습니다. 심플하면서 낭만 가득한 저녁 시간! 우리도 가끔은 지나치게 단순해질 필요가 있으니까요. 방안을 가득 채운 잔잔한 LP 음악 소리와 맥스가 있으니 함께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공간이 문득 고맙게 느껴집니다.


누군가 방명록에 써놓은 한 줄. ‘일주일 이상 머물지 않는다면 퍼즐을 하지 마세요.’ 이전에 다녀간 낯선 게스트의 친절한 경고에 괜스레 도전정신이 불쑥 생긴 밤. 운교산방에는 이런 소소한 오락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퍼즐 하나에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도 한자리에 모여 합심하게 됩니다. 바닥엔 밤새 함께할 맥스와 함께 말이죠. 그렇게 퍼즐을 맞추어가다 어느새 깊어지는 밤이 되면 밖으로 나가보세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뿐만 아니라, 운이 좋다면 은하수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창밖에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이 떠지는 아침. 강렬한 햇빛이 내리비치는 한낮과 짙은 어둠 속 저녁의 운교산방의 모습과는 새로운 분위기가 피어오릅니다. 아쉽지만 돌아서야 하는 시간.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나요? 여행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 분주히 움직이지는 않나요? 거실 한복판에 놓인 퍼즐. 지난밤 함께한 그 영광스러운 흔적을 보며 잠시 으쓱대기도 하고,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앨범이지만 단지 낡은 LP 커버가 마음에 들어 턴테이블 위에 살포시 틀어보기도 합니다.


또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읽다 만 책을 마저 읽어보기도 하죠. 일상으로 돌아가면 쉬이 접할 수 없는 풍경들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보는 시간. 운교산방의 하루는 느리지만 마음에 진하게 스며들어, 여행자로 하여금 다시 찾게 만드는 짙은 여운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시 찾는 게스트가 참 많은 숙소이기도 하죠 


주인장과 따뜻한 인사를 몇 마디 건네고 있으면, 게스트의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쉬운지 귀여운 개울이가 배웅을 해줍니다. 저 멀리 투명한 하늘과 평창의 풍경은 언젠간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때도 역시 좋아하는 음악과 책 한 권, 그리고 맛있는 맥주 맥스가 옆에 있어 주겠지요.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이 될 테니까요.


  <운교산방>

- 주소 : 강원 평창군 방림면 비네소골길 86-56

- 번호 : 033-336-6151

- 운영 : 입실 15:00 / 퇴실 11:00 

- 예약 링크 : https://bit.ly/2wS6L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