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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머무는 자를 위한 공간, 동해 북스테이 <단순한 진심>

여행을 자주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동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흔히들 ‘동해’라는 단어를 들으면 드넓은 바다 즉, 동쪽에 있는 바다를 먼저 떠올리곤 하죠. 하지만 ‘동해시’라는 곳은 어떠신가요? 대부분의 사람은 동해와 동해시를 동일하게 보거나, “그곳이 어디야?”라며 물음표를 던집니다. 강릉과 삼척 사이에 묵묵히 자리하고 있는 도시인 동해시. 여름이면 아름다운 초록빛과 함께 옛 선조들의 휴양지가 되어준 무릉계곡을 포함해, 강원도에서 가장 넓은 모래사장을 가진 망상해수욕장 등 조용하지만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랍니다. 그리고오늘 소개해드릴 북스테이가 바로 이곳 동해시에 있는데요. 동해 지역의 특색과 어우러지게 조용하지만 아름답게 본연의 빛을 자아내는 곳, <단순한 진심>입니다.


단순한 진심.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간결함과 따뜻함. 이곳은 여느 스테이와는 달리 파격적인 운영 시간이 특징입니다. 체크인 시간은 오전 9시. 체크아웃 시간은 오후 5시. 여행을 좋아하는 단순한 진심의 공간지기 부부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늘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늦은 체크인과 이른 체크아웃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부부는 여행자의 시선에 맞춰, 단순한 진심에서 만큼은 게스트들에게 여유롭고도 충분한 추억을 내어주기로 정한 것이죠. 여행자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멀리서 온 손님을 쉬이 보내고 싶지 않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조용한 마을과 초록이 우거진 담벼락에 자리 잡은 ‘단순한 진심’. 늦은 오후, 멀리서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한 따뜻한 조명은 숙소를 디디는 낯선 이의 첫 발걸음조차 환하게 반겨주는 듯 합니다. 마당에는 단순한 진심의 충묘이자 귀염둥이인 고양이 한 마리도 있지요.


어수선함마저 멋들어진 정원과 대문 옆 눈에 띄는 조그마한 거울. 마당 대문 옆에도 그리고 현관문에도 보이는 커다란 거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심’을 상징하는 의미가 아닐까 조심히 생각해봅니다. 보이는 것 그대로 거울 속에 반영된 것이 바로 본인 자신의 자아이기도 하니까요. 거울은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 어쩌면 가장 절대적 진리의 반영이자 단순한 진심일 것입니다.


버려지고 오래된 것들이 더욱 빛이 나는 공간

단순한 진심은 어느 것 하나 새것이 없는 새로운 공간입니다. 숙소 전체를 은은하게 감도는 앤티크한 분위기. 이 모든 것은 주인장이 누군가에게 버려진 것들을 가져와 가구며, 소품 하나하나 새로 다듬고 가꾸어 놓았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돈이 없어서’라곤 하지만, 그들의 센스 있는 안목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흔히들 말하는 빈티지 스타일. 하지만 겉으로 흉내 낸 값비싼 빈티지가 아닌 이곳 ‘단순한 진심’에는 헌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공간을 사랑하는 ‘진심’을 담은 제대로 된 빈티지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한 진심은 북스테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많은 책들이 있는 공간은 결코 아닙니다. 많은 책들을 두기보다는 머물면서 한 권이라도 제대로 그리고 마음편히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북스테이가 되어주는 곳이죠. 앞에서 말한 이른 체크인과 늦은 체크아웃이 바로 그 예인데요. 멀리서 온 반가운 여행자에게 내어주는 차가운 물과 음료를 담은 컵마저도 공간과 잘 어울리리는 멋스러움. 꾸며내지 않아 더욱 진심이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면 간결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북스테이의 이름이 공간과 공간지기와 참 잘 어울리죠.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장장 32시간 동안 나만의 방이 되어줄 아늑하고 예쁜 공간에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레이스와 원목 소품들, 작은 메모들 하나하나에는 방 곳곳 공간지기가 진심 어린 손길이 어디에나 묻어있습니다. 한쪽에는 머무는 동안 필요한 정보와 지나간 이들의 흔적이 남긴 방명록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천천히 내용들을 읽다 보면, 이곳을 머물렀던 이들의 정성 가득한 진심을 담은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죠.


단순한 진심을 방문한 여행자들을 위한 ‘이용 가이드’. 귀여운 아이콘과 함께 이 공간을 충분히 누리고 갈 수 있는 방법과 함께 동해시에 있는 자연과 산책로, 그리고 식당과 카페 정보들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공간지기의 취향이 반영된 추천 리스트이니 동해시가 처음인 방문객이라면 꼭 참고하시길.


차근히 공간을 둘러보면 아기자기한 멋스러움과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반쯤 열린 창문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살며시 들어오는 아카시아꽃 향과 귀여운 공간 지기들을 닮은 피규어를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발목 높이의 낮은 침대와 포근한 침구, 외롭지 않게 공간을 꽉 채워줄 조명의 은은한 빛. 모든 것들이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완벽한 내 것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인 듯 느껴집니다. 마치 맛있는 맥주 맥스처럼 말이죠.


침대 옆에는 작은 화장대 겸 살짝 무릎을 구부리면 진심을 담는 거울과 간단한 화장품들이 놓여있습니다. 행여 화장품을 깜빡한 손님들이 당황하지는 않을까, 공간지기의 작지만 큰 배려가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지요. 그 옆 방문에 붙여진 사진 몇 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이곳의 공간지기들은 이런 예쁜 빛과 소소한 풍경을 닮은 곳을 만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누구나 머물러보고 싶은 방,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런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하고 머물기를 반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실 소파 위 걸린 바다 사진은 창문 프레임과 같은 액자 덕에, 금방이라도 파도 소리가 들릴 듯 느껴집니다. 쉬이 지나치면 느끼지 못할 작지만 의미 있는 소품들. 이런 소소한 재밋거리가 오밀조밀 모여 단순한 진심을 만들어 냅니다. 


근처에서 사 온 싱싱한 과일과 맛있는 맥주 그리고 좋아하는 책 한 권만 있다면 더더욱 만족스러운 공간이 되어주죠. 가만히 눈을 감고 거실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기분이 말랑말랑 따뜻해져 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맥스 한 모금 목구멍으로 삼키고 천천히 공간을 느끼다 보면 일상을 뒤로한 채 떠날 수 있음에, 그리고 이곳에 머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맥스의 부드러운 한 모금에 느껴지는 행복. 맛있는 맥스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공간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여행자로 하여금 더더욱 행복하게 해주곤 하죠.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라면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죠. 편의점에서 급 사 온 안주뿐이어도 충분합니다. 맥스를 사 들고 조심스럽게 공간지기 부부를 불러보세요. 흔쾌히 함께 술 동무가 되어주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밤. 맛있는 맥주 맥스를 함께 부딪히며 기분 좋은 대화가 오가고 공감하며 따뜻한 추억을 함께 만들기도 합니다. 서울 태생인 두 사람이 어쩌다 동해까지 오게 되었는지, 왜 이런 스테이를 만들게 되었는지에 등 여러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정도.


맛있는 맥주, 맥스만큼이나 쉬이 보내기 아쉬워지는 이 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소등시간인 11시가 훌쩍 넘어버리죠. 여행자는 이런 공간을 내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공간지기는 이곳까지 찾아와 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밤. 고마움이 오고 가는 밤 인사 후,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정리해봅니다. 


짧지만 긴 하루 : <단순한 진심>에서의 특별한 이튿날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방. 하얗게 번지는 빛의 간지러움에 못 이겨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보면 이번엔 코끝을 찌르는 듯한 향긋한 장미 향이 모닝콜 대신 기분 좋은 모닝향(香)을 선물합니다.


가끔은 ‘야옹~’ 하며 단순한 진심의 마스코트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수줍은 아침 인사를 건네기도 하죠. 햇살 때문에 일어나게 된 아침이지만 창문 넘어 느껴지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에 잠시 젖어보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담백하면서도 정성 가득한 단순한 진심의 조식 서비스. 나무 트레이 위에 가득 담긴 아침식사가 오늘 하루 든든한 여행을 응원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과 소박한 반찬 그리고 계절에 맞는 과일까지. 푸짐하면서 넉넉한 아침밥을 먹고 천천히 책을 읽으며 보내기 좋은 시간. 오랜만에 여행지에서 느껴보는 여유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좋아하는 책과 맛있는 맥주 맥스를 들고 시작하는 하루.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이 계절,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단순한 진심에서는 여행자를 위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가방에 마실 물과 책 한 권을 들고 가까운 곳으로 나가보세요. 코끝에서 진동하는 향기로운 아카시아 꽃향기와 바다 냄새가 여행자를 새로운 곳으로 인도해줄 테니까요.


▲화포해변 길


▲논골담길

자전거를 타고 5분 거리에 아름다운 해안을 보며 달릴 수 있는 화포해변 길. 지금은 기차가 달리지 않는 낡은 기찻길과 푸르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이마에 흐르는 땀마저도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멀리 가보고 싶다면 묵호항도 좋습니다. 묵호항에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마다 귀여운 벽화가 그려져 있는 논골담길도 있으니 한번 가보시는 것도 좋아요. 


자전거 산책을 즐긴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 조금도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숙소를 감싸는 기분 좋은 음악 소리,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시원한 물과 커피, 포근한 햇살. 그리고 아릿한 책 냄새. 이 모든 것들이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익숙해진 집에서 맛있는 맥주 맥스 한잔 마시며 한 템포 느리게 쉬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직 넉넉하게 남아있으니까요.


또는 단순한 진심에서 함께 운영하는 북바인딩 스튜디오 <안녕 늘보씨>를 이용해보세요. 내 손으로 직접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시간. 크라프트 커버와 유니크한 바인딩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세요. 단순한 진심에 머무르는 게스트에겐 10% 할인까지 된다고 하니, 평소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다만 북바인딩 체험은 예약이 필수이니, 참고하세요!


기분 좋은 게으름, 달콤한 낮잠, 맛있는 맥주 맥스. 체크아웃 시간이 꽤 늦은 덕에 둘째 날에도 욕심내지 않고 ‘단순한 진심’ 공간 속, 좋아하는 것들을 천천히 누릴 수 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단순한 진심. 하고 있는 일에 쫓기고 있거나, 바쁜 일상에 마음이 지쳐있었다면 맛있는 맥주 맥스를 들고 단순한 진심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 머물다 보면, 단순하면서도 진실한 자신의 시간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단순한 진심>

- 주소 : 강원도 동해시 부곡동 123-3

- 번호 : 010-5069-7416

- 운영 : 입실 09:00 / 퇴실 17:00

- 홈페이지 : http://sincerit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