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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천천히, 느리게 감성이 번지는 북스테이. 남해 ‘몽도’ 게스트하우스

조금 일찍 서둘러야 제대로 된 봄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상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남해군이 그곳이죠. 남해와 창선 두 섬으로 이루어진 남해군은 북쪽으로는 하동, 사천이 있고, 동쪽으로는 통영을, 그리고 서쪽으로는 여수와 광양이 이어지는 곳에 위치해 두루두루 친구가 많은 성격 좋은 지역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남쪽으로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낭만을 만끽하는 곳. 남해는 조금은 멀리 있지만 그곳에 가면 무릉도원을 만날 수 있는데요. 그곳은 바로 오늘 소개할 북스테이 게스트하우스, ‘몽도’입니다.


천천히 머물다 가는 남해의 몽유도원, ‘몽도’

남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40분, 버스를 타면 1시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몽도는 남해의 작은 바닷가 마을 동천리 초입에 위치한 북스테이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그 옛날 이곳 동천리에는 복숭아나무가 많았다고 합니다. 복사꽃이 피는 4월이 되면 이곳엔 향긋한 꽃향기가 마을을 진동했을 듯한 낭만적인 마을이죠. ‘몽도’ 게스트하우스는 이러한 동천리의 몽유도원을 꿈꾸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몽유도원의 ‘몽(夢)’, 그리고 복숭아의 ‘도(桃)’를 써서 ‘몽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또 몽도의 영어 스펠링인 ‘MONDO’는 이탈리아어로 ‘세계’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이곳은 모든 감성 여행자들의 무릉도원이자 천천히 머물다 갈 수 있는 세계가 되어주는 이상적인 곳인 셈이죠.


‘삐그덕’ 소리를 내는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 가득 들어오는 초록빛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나무로 된 앞마당과 창문 사이로 보이는 사진들이 재미있는 곳인데요. 사진 좀 찍어보셨다는 사장님의 오픈 스튜디오인 이 마당의 이름은 ‘뜬구름 사진관’이라고 합니다. ‘좀 찍어봤다’기엔 수준급의 사진들이 가득. 사장님의 작품을 감상하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다 보면, 벌써부터 몽유도원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죠. 오래된 카메라, 풍경을 담은 사진, 그리고 좋은 글귀에서 주는 따뜻함은 먼 길을 달려온 여행자로 하여금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따뜻한 마당이자, 만남과 이별을 준비하는 발걸음이 가득한 곳이기도 한 의미 있는 사진관입니다.


서로 다른 것들의 어울림 : 방란장

마당 왼쪽에는 게스트하우스의 리셉션이자 아침을 먹는 공간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방란장’. 몽도의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은은하면서 기분 좋은 노래와 고소한 커피 향이 가득한 곳이지요. 방란장은 어지러운 듯 정돈되어있는 공간입니다. 전통적인 인테리어나, 이국적인 패턴과 유쾌한 소품들, 알록달록한 색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모양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모습은 마치 어디에서, 어떤 색깔인지 모를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어울림을 가지는 게스트하우스의 정신과 꼭 닮았다고 할까요.


사장님 내외의 취향이 한껏 드러나는 소장품과 책들. 물론 북스테이답게 이 책들은 몽도에 머무는 동안 마음껏 읽을 수 있습니다. 창호 문의 창살틈에 새어 들어오는 햇살과 정갈한 듯 멋스럽게 꽂혀있는 책. 마음에 드는 책 한 권과 맛있는 맥주 맥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공간이죠.


책장 곳곳에는 사장님 내외의 위트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 보입니다. 다짐 같은 글귀의 ‘만취금지’부터 시작해, 별을 보고 싶어 가져왔으나 아직은 작동법을 모르는 망원경,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여행 가방 등이 바로 그것들이죠. 은은한 조명, 음악 소리와 함께 몽도지기인 사장님 내외는 혼자 찾아온 여행객에게도 넉살 좋은 대화상대가 되어줍니다. 낯선 사람들. 낯선 공간. 처음 경험하는 것들로부터 얻는 작은 위로는 묘하게도 커다란 힘이 되어주죠. 짐을 다 풀기 전부터 마음이 충만해지는 곳, 몽도입니다.


토닥토닥 마음마저 다스려주는 잠자리 : 다스림

주인 내외와 손님들의 방이 있는 ‘다스림’. 힘차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한 조명과 함께 하얀 천이 보입니다. 고개를 빼꼼히 들어 안을 들여다보면 정갈하게 놓여있는 안락한 의자와 책들. 그리고 아늑한 작은 공간이 보이는데 바로 주인 내외만의 전용 공간인 곳이죠. 


둘만의 장소를 만들어 두었지만 완벽하게 닫아놓지 않은 세심함은 아마도 몽도지기의 작지만 커다란 배려이겠지요. 다스림에는 주인 내외가 머무는 공간 외 3개의 방이 나란히 있습니다. 모두 게스트들을 위한 공간. 이곳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문을 열어둔 채로 주인장이 틀어놓은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그럼 이제 다스림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볼까요?


제일 첫 번째 문을 열면 묵직한 나무로 된 이층 침대와 아늑한 조명이 방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곳은 4인 도미토리 룸으로 방 안에 화장실이 별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몽도의 도미토리는 첫 예약 손님의 성별에 따라 여성 전용 혹은 남성 전용으로 운영하죠. 잠시 후 이곳에 함께 머무를 여행자가 어떤 분인지 기다리는 그 설렘. 이것 또한 바로 게스트하우스의 묘미겠지요. 은은한 방란장 조명아래 함께 맛있는 맥주 맥스를 마실 새로운 친구를 맞이할 마음을 담아서 말이죠.


화장실 문 옆에는 독특한 모양의 곡선으로 된 화장대가 보이는데요, 원래 이 방은 처음에 몽도가 생겼을 때 6인실로 진행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손님을 줄이더라도 더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6인실을 4인실로, 4인실을 3인실로 줄였다고 하는데요. 그러는 과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침대가 화장대로 변신. 몇 개월 전에는 누군가의 잠자리가 되어준 나무가 이제는 예쁘게 단장할 화장대로 변했다고 하니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기특한 느낌도 듭니다.


문을 열고 나와 옆으로 옮기면 양옆으로 넓게 열 수 있는 미닫이문이 인상적인 3인실이 나옵니다. 한쪽에 걸려있는 별자리그림 천 덕에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이죠. 특별한 것 없어 보이지만, 이곳의 창문을 열면 아직은 조그맣지만, 곧 커다란 꽃을 맺을 예쁜 꽃나무가 나란히 마주 보고 있습니다. 앞뒤 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이자 여행자의 고단함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공간이 되기도 하죠. 바로 맛있는 맥주 맥스처럼 말입니다.


다스림에서 가장 빛이 잘 들어오는 온돌방은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환한 빛으로 게스트의 마음을 간질입니다. 모든 가구가 낮게 배치 되어있어 널찍한 느낌은 물론 편안함마저 주는 이 방은 가만히 장판 위에 등 지지고 누워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밝은 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문 옆에는 꿈을 이루어준다는 드림캐처가 걸려있습니다. 화장대 위에는 주인 내외가 사랑하는 시 한 편과 나쁜 꿈을 쫓아준다는 로즈메리 한 잎이 꽂혀 있습니다. 이곳을 머물다 간 여행자가 부디 편안한 밤을 보내기를 바라는 몽도지기의 마음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습니다.


봄볕 아래 바람의 움직임, 감촉, 그리고 소리 : 망명월

마당으로 나오면 옥상 ‘망명월’에 올라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밝은 달을 바라본다는 뜻의 망명월. 주변에 높은 건물 없이 드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는 망명월은 달과 별을 보기 아주 좋은 곳입니다. 책과 술 그리고 달. 생각만 해도 낭만이 가득, 달콤한 연결고리이죠. 망명월을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는 작은 풍경이 걸려있습니다. 사실 계단을 오르는 게스트들이 처마에 머리가 부딪칠까 걸어둔 주인 내외의 친절한 마음을 뜻하는데요. 그 덕에 시원한 봄바람이 불 때마다 청명한 울림이 퍼집니다. 


은은하게 번지는 오후 햇살과 밤에는 별이 잘 보이는 망명월에서는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건너편 대숲에서는 사부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초록빛 물결이 파도를 칩니다. 남해의 일상에 녹아드는 시간. 자연을 바라보며 혼자 또는 함께한 여행자와 함께 마시는 맛있는 맥주 한 모금은 이 순간을 더욱 가득히 채우는 역할을 해줍니다.


고요한 시골 마을 동천리는 밤이 좀 더 짙게 내려옵니다. 그러니 마을을 돌아보고 싶다면 낮에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안전상의 문제도 있지만, 동천리 곳곳에 봄을 알리는 예쁜 들꽃과 꽃나무를 놓쳐선 안 되거든요.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쉬엄쉬엄 마을 어귀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봄바람에 발맞추어 가볍게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몽유도원 속 방랑자들의 저녁 이야기

고요한 거실 너머로 문 여는 소리가 드르륵 들리기 시작하고 창밖으로 어둠이 깔리면 가벼운 마음으로 게스트들의 사랑방, 방란장으로 이동해보세요.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라면 더더욱 좋고요. 그곳에 가면 몽도의 주인 내외와 오늘 밤 같은 곳에 머무는 방랑자들과 함께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기다릴테니까요.


기분이 말랑해지는 달콤한 노래를 배경으로, 여러 여행자가 도란도란 모여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서로 이름을 묻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시간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혹은 직장 동료처럼 서로를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마음들로 가득한 시간이 됩니다. 먼 곳에 위치한 덕분인지 머무는 게스트들도 각양각색. 이 공간을 채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맛있는 맥주, 맥스를 기울여보세요. 방랑자들을 위한 낭만의 밤이 더욱 깊어져 갑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내리면 망명월에 올라가 별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밝은 달을 바라본다’는 이름에 맞게 몽도의 옥상은 환한 달과 별이 가득합니다. 비록 구름이 가득해 밤하늘 별이 보이지 않더라도 실망은 금물.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남해의 산뜻한 밤공기에 온 마음이 평온해질 테니까요. 


맛있는 맥주 맥스에 취해, 별빛에 취해, 이야기에 취해. 어느덧 밤 11시가 되면 모두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몽도만의 규칙. 몽도 게스트하우스 내 공용 공간의 불이 꺼지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누군가에겐 잠을 청하기에 조금은 이른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몽도지기의 이 단호한 결심에는 작은 배려가 숨어져 있는데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소규모 민박이기에 정한 이용방침이지요.


모든 여행객들의 단잠을 바라는 주인장의 사려 깊은 마음. 대신 이 밤이 아쉬운 여행자들을 위해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작은 불빛, 개인 스탠드를 활용해보세요. 나만을 위한 불빛 아래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또는 잠시 사색에 잠기는 것도 좋습니다.


몽도의 아침은 새소리와 따스한 봄볕으로 시작합니다. 별채인 방란장으로 가면 주인 내외가 손수 정성껏 차린 아침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식 메뉴는 몽도지기의 뭉근하고도 포근한 마음을 꼭 닮은 ‘황태 누룽지탕’과 무려 가마솥에 로스팅한 커피 또는 잎녹차 한 잔입니다. 누군가는 더 머물 테고, 누군가는 이제 곧 떠나는 날 아침. 하룻밤 사이 쌓은 우정을 확인하듯, 진심을 담아 서로의 여행길에 행운을 빌어줍니다. 


오는 듯 마는 듯 애를 태우던 봄이 드디어 완연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가벼운 옷차림으로 한 손엔 맛있는 맥주 맥스를 들고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계절이죠. 조금은 소란스러운 봄을 맞고 있다면, 먼 길을 떠나 마음 편한 휴식이 되어주는 남해의 몽유도원, ‘몽도’ 북스테이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 가면 맛있는 맥주 맥스처럼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