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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서울 데이트코스 추천] 3호선타고 힐링~ 초가을 서촌데이트!


서울에서 즐기는 자연 속 힐링! 인왕산 수성동 계곡과 서촌마을 데이트!


팍팍한 도시의 분주함을 떠나 잠시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싶지만 여의치 못할 때가 않다. 어느 정도 숲이 우거진 산을 찾으려면 최소 2~3시간은 이동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잘 찾아보면 서울 안에도 제법 심곡의 풍광을 자랑하는 녹지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경복궁 옆 서촌마을의 끝자락 수성동 계곡이 바로 그 중 한 곳이다. 게다 숲 아래 쪽에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마을, 서촌이 자리잡고 있어 ‘휴식+볼거리+맛+감성 충전’을 한 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알짜 코스다.  


인왕산 수성동계곡부터 시작하는 초가을 힐링 데이트코스! 



인왕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수성동 계곡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아 도시인들에게 여유로운 쉼터가 되고 있다. 굳이 숲을 찾아 하루를 투자하지 않더라도 오전 혹은 오후 시간 잠시 짬을 내어 찾을 수 있으니 부담 없다. 

수성동 계곡을 찾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경복궁 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계곡 바로 앞 입구까지 데려다 주어 여행의 시작을 편안하게 안내한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 작은 편의점이 하나 있어 숲에서 요기할 수 있는 간단한 먹거리, 음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 가는 법>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100m 직진-스타벅스 앞 마을버스 정류장 종로09번 마을버스 탑승-종점인 수성동 계곡에서 하차(약 15분 소요)



  

아쉽게도 지금은 물이 많이 말라 우렁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사라졌다. 대신 중간중간 고여 있는 물 웅덩이에는 놀랍게도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청계천의 발원지인 이곳에는 도롱뇽, 가재, 개구리, 버들치가 살고 있다는 안내표지판을 통해 자연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귀여워도 잡지 말아 달라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 수성동’에서 볼 수 있는 수성동 계곡의 기린교. (왼쪽사진)


우리 고유의 화풍인 진경산수화를 개척했던 겸재 정선의 작품집 장동팔경첩에 나오는 절경 중 한 곳이 바로 수성동 계곡이기도 하다. 평생 동안 전국 각지의 뛰어난 경치를 찾아 끊임없이 여행했던 겸재의 작품 속에 등장할 만큼 이곳이 예부터 빼어난 경치를 자랑했음을 짐작하게 된다. 풍류를 아는 왕자 안평대군이 사랑한 절경으로도 유명한 곳.


하지만 1971년에 옥인동 시범아파트의 건설로 계곡에 콘크리트가 덮이면서 이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 했다. 무분별한 개발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2008년 아파트가 철거되고 계곡은 다시 겸재의 작품 속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계곡 입구에는 그의 작품과 복원 과정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어 자성의 기회를 갖게 한다.  

 


★ 수성동 계곡에서 보물찾기! 계곡 입구에서 얼마 올라가지 않아 왼쪽으로 보이는 바위에 아주 자그마하게 사람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마치 바위 절벽을 가까스로 오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만큼 아주 작으니 산에 오르며 이 초소형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듯. 



초가을 산 속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을 산은 꽃과 잠자리들의 차지다. 어느 순간 도시에서 사라진 잠자리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모양이다. 작은 들꽃과 풀잎을 눈으로 쓰다듬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타고 오르다 보면 어느 새 계곡은 인왕산 자락으로 올라간다. 북악산 둘레길과 맞닿는 언덕까지 도달하는데 계곡 입구에서 불과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둘레길을 따라 북악산 방면으로 5분 정도 오르다 보면 청와대와 서촌, 경복궁, 광화문 일대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맑은 날에는 남산타워까지 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전망에 매료되어 휴대폰 셔터를 정신 없이 누르다 보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이곳은 청와대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으로 보안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대신 청와대가 잡히지 않게 살짝 빗겨 찍으면 가능~ 벤치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곳에 앉아 잠시 수고한 다리를 두들기며 맥주 한 캔으로 시원하게 목을 축여주는 것도 좋다. 서울 요지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마시는 맥스와 하이트는 더욱 맛난 듯. 


옛 가옥과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동네, 서촌마을 탐방! 



수성동 계곡 아래쪽에는 서촌마을이 자리잡고 있어 돌아가는 길은 타박타박 걸어 볼만 하다. 조선시대에는 중인들이 모여 살았고, 근•현대엔 윤동주, 이중섭 등 문인들이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다. 그들이 서촌에 만들어 놓은 예술의 향기는 지금까지 이어져 젊은 작가들의 공방이나 갤러리도 서촌이 여럿 자리잡고 있다. 


 ▲ 1. 서촌재(010-6202-5620) 2. 갤러리 ‘링가’ 밑 1층 푸른 양귀비, 3. 구상의 집(010-7348-1648) 


1. 대문이 열린 한옥을 기웃기웃 들여다보면 대게 작은 갤러리 또는 소호숍이다. 13평 남짓의 낡은 한옥을 복원하여 갤러리로 꾸민 ‘서촌재’에서는 도예, 미술 등이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2. 또 하나의 작은 갤러리 링가는 한 때 티벳 박물관이었던 건물 2층에 있다. 중국의 전족과 남근석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5000원의 입장료가 있지만 1층에 있는 ‘푸른 양귀비’에서 차를 마시면 공짜. 3. 앙증맞은 꽃들로 가득한 ‘구상의 집’은 리사이클 컨셉의 다육, 드라이플라워 숍이다. 캔, 맥주병, 우유병 등을 절단하여 식물을 심어 놓았다. 이곳에 자리잡은 지 채 두 달이 안 되는 서촌 막내다. 

  


늘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서촌의 명소 중 한 곳. 박노수 가옥. 이곳은 1938년에 친일파 윤덕영이 그의 딸을 위해 지은 호사스러운 주택으로 한옥과 양옥의 형태가 조화된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외관을 지니고 있어 중요한 건축사적 자료로 손꼽히며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등록되기도 하였다. 

1973년 박노수 화백이 이 집을 사들여 40년을 거주하면서 이 집의 가치는 빛을 발하게 된다. 박노수 화백은 전통 방식과 어우러진 간결한 색감과 대담한 터치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룬 작가로 그의 작품은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정감이 가는 푸근함이 있다. 박노수 화백은 자신의 작품과 그가 생전에 수집해 사용해 오던 가구 등 1000여 점을 종로구에 기증하고 가택을 사회에 환원하여 지금의 구립 미술관으로 일반에 개방되었다. 

갤러리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나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을 맨발로 조심조심 딛으며 돌아보는 집안 내부에서 대화가의 체취가 오롯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의 푸근한 작품들과 아담한 가옥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가옥 앞마당에는 화백이 생전 아끼던 아름다운 수석이 가득하고 집 뒤편으로는 조붓한 오솔길과 전망대가 있어 아늑한 서촌마을을 굽어볼 수 있다. 


<박노수 미술관>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동 168-2 

- 전화: 02-2148-4171 

- 운영시간: AM 10:00~ PM 18:00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과 추석 휴무)

- 입장료: 무료

   

  


상추튀김, 김밥쌈, 통오징어 떡볶이 등을 파는 서촌 최대의 인기맛집 ‘남도분식(02-723-7775)’, 예쁘고 독특한 물건이 가득한 선물가게 ‘우연수집(070-4234-0759)’, 장난감 피겨, 오사카 벼룩시장에서 작가가 직접 구입한 빈티지한 물건들이 가득한 ‘동양백화점(02-732-2001)’, 유기농 제철 과일로 수제잼을 만들어 파는 제나나잼(02-6326-1982).



그리고 문학가 이상이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집 터의 일부에 들어선 갤러리 ‘이상의 집(070-8837-8374)’ 등 골목에 위치한 상점과 갤러리들을 하나하나 들어가 구경하다 보면 지하철역까지 다시 어떻게 왔는지 모를 만큼 거리 여기저기 볼거리가 가득하다. 

서촌에서 즐기는 숨은 맛! 스페인 가정식과 함께 맥스 크림생맥주 한 잔을!



서촌까지 왔는데 서촌의 맛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서운한 일. 서촌에는 워낙 알려진 맛집이 많으나 그리 유명하지 않은 숨은 맛집도 많다. 그 중 한 곳이 스페인 가정식을 파는 ‘와이숍(Y shop)’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한 디자이너 커플이 운영하는 곳으로 스페인 손맛 내는 현지 할머니에게서 받은 친필 레시피북으로 요리한다. 





매콤한 올리브오일에 마늘과 새우를 익혀 치아바타 빵을 찍어 먹는 빠깐떼(picante)는 와이숍에서 맛봐야 할 웰빙 요리다. 특히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든 치아바타 빵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하고 담백해 빵만 따로 더 사가고 싶을 정도.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방의 요리인 '빠에야'는 정말 잘하는 곳에서 먹어야 하는 메뉴 중 하나로 새우, 오징어, 홍합, 조개 등 갖가지 해산물과 노란 빛깔의 향신료 샤프란을 넣어 만든 스페인식 철판볶음밥인데 자칫하면 국물이 질척하거나 양념 간이 적절히 배지 않아 비릿하여 먹기 힘들다. 스페인에서 빠에야를 먹어본 이라면 이곳의 빠에야가 정통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듯.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2시부터 15시까지는 런치 세트로 스페인식 렌틸콩 스프와 발사믹 샐러드 그리고 오늘의 타파스를 구성하여 1만7000원에 맛볼 수 있다.


<스페인 가정식 – 와이숍(Y shop)>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24

- 전화: 070-8254-7088

- 운영시간: 11~23(15시~17시 브레이크 타임, 일요일 휴무)

- 주요메뉴: 해산물 빠에야(2인) 32,000원, 갑오징어 먹물빠에야(2인) 33,500원 

                 #점심세트 (월~목) 12:00~15:00 

                   ㄴ해산물 빠에야 세트 1인 17,000원 / 2인 34,000원

                     (스페인식 렌틸콩 스프+발사믹 샐러드+오늘의 타파스)




연인과 함께 오솔길을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정자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들과 계곡 물에 첨벙거리며 누릴 수 있는 자연은 서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걷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 이 가을에 수성동 계곡에 올라 여유를 누리고 돌아가는 길에 서촌의 한 꽃가게에서 국화꽃 한 다발을 사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의 감성이 우리 안에 더 오래도록 머물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