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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2DAY

벚꽃 피는 봄, 연애 세포를 깨울 소설 추천!


<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왠지 '30'이란 숫자는 우리의 신경 한쪽을 묘하게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작이랄까요. 모두들 서른 넘은 사람들에게 입을 모아 ‘잘 가, 청춘~’ 하는 것 같습니다. 


서른이란 나이는 어쩌면 인생의 본격적인 무대로 뛰어드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때이기도 하고 독립과 결혼, 새로운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중압감도 커질 때입니다. 이리저리 샌드백처럼 치이면서 ‘나’를 잊게 되는 때이기도 하죠. 하지만 실상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찾는 것 아닐까요?


정신 없이 공부하고 취업하고 이제 좀 살 만하면 또 다시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생겨나는 게 인생이라고 합니다. 모두 개인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지금껏 우리가 살아온 삶 속에서 자기 스스로 선택한 일이란 과연 몇 가지나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별로 없다고 생각 할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선택 받아온 삶이니까요. 내 삶에서 남을 밀어내고 오로지 ‘나’와 마주 서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나이, 바로 서른입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서른 넘어 함박눈> 같은 연애소설이 좋아집니다. 겉으로 보면 우습고 가벼운 연애소설일지 몰라도 그 속에 숨겨진 공감대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죠. 이 책에는 아홉 편의 연애소설이 담겨 있습니다. 저마다 연애의 쓴맛에 대해 토로하고 있지요. 너무 순진해서 대쉬하지도 못하고 “지금 몇 시예요?”라고 찔러보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친구 애인이 궁금하고 부러운 나머지 그 애인이 놓고 간 남자 팬티를 대신 빨고 다림질까지 하는 여자의 이야기, 늦은 나이까지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고 있는 자신과 함께 사는 엄마에게 노처녀 히스테리만 부리다가 엄마가 가출하는 사연이 있는가 하면 밤마다 낯선 여성을 집으로 데려오는 옆집 남자를 호기심에 훔쳐보는 여자의 이야기까지…. 서른 넘은 싱글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웃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뭔가 공감하려 하면 웃음이 나오는 소설들. 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며 웃고 있지만 실상 우리네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서른’이 넘으면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고 아파야 하는지, <서른 넘어 함박눈>의 지은이 다나베 세이코는 웃음으로 이 대답을 대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다 인생에 과정이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20대, 10대 때는 끝도 보이지 않는 우울과 긴긴 방황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서른이란 나이는 정신 없던 시절을 정리하고 잠시 숨 고르며 자신을 돌아보는 나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숨가쁘게 30년을 넘게 살아왔는데 자신에게 남은 건 없다는 초조함으로 애매모호한 무언가를 좇는 건 아니었는지. 그래도 10대보다, 20대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닐까요?


<시작은 키스> 다비드 포앙키노스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친 남과 여. 이대로 지나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뒤돌아볼 만한 외모를 지닌 사랑스러운 외모의 여인.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수줍어하는 귀여운 남자. 이 둘의 사랑은 솜사탕처럼 달콤하기만 했습니다. 사랑의 마지막 종점인 결혼을 하고 여느 부부처럼 살아가는 어느 날, 그는 잠시 운동을 하겠다며 집을 나섭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을 줄이야. 남편은 운동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녀는 보던 책 321페이지에 책갈피를 꽂아놓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은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이제 자신의 인생사전에서 영영 지워버리는 듯했습니다. 모든 걸 잊기 위해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주위의 유혹에도 심장이 없는 사람처럼 차갑게 대했죠. 그런데 그녀의 감정의 문을 똑똑 두드리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다름 아닌 자신의 회사에서 아무 존재감도 없었던 자신의 부하 직원. 그 직원은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었을까요?


뭐든 시작은 어렵습니다. 할까 말까 하다 지나치는 기회는 인생을 통틀어 수십 번 정도 될까요? 그와 마찬가지로 후회하는 횟수 또한 비등할 것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것보다 여주인공처럼 어이없을 정도로 미친 짓이라도 해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물론 이건 소설이고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소설의 여주인공은 아주 미인이니 통했을까요?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예측 불가한 상황을 막상 맞닥뜨렸을 때 기분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해집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사랑을 찾아 다닙니다. 이미 애인이 있던 없던,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지 간에 모두 사랑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약보다 중독적이고 딸기보다 달콤하고 롤러코스터보다 떨리는 그 느낌 말입니다.


<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이 책, 제목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애간장을 살살 녹이죠. 여기에 우리가 흔히 쓰는 연애의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충동적으로, 알코올의 힘을 빌려, 그리고 사람 환장하게 하는 연애 기술의 꽃인 밀당까지!


잘못된 이메일 주소로 보낸 남과 황당한 메일을 받은 여자. 사소한 실수로 보낸 이메일은 곧 호기심으로 발전했고 사랑으로 증폭됐습니다. 메일 주소 오타로 다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우연의 바람은 멀리 날아갑니다. 호기심으로 메일 데이트는 시작됐지만 에미(여주인공)에겐 가정이 있었습니다. 레오(남주인공)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아찔한 데이트를 이어나갑니다. 


호기심으로라도 혹은 우연한 기회로 한 번쯤은 사이버 상에서 만난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있을 겁니다. 상상 속의 인물에게 때론 과감하게 때론 거리낌 없이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히려 더 쉽게 말이죠. 왜냐하면 서로 누군지 모르는 상황, 익명성이 보장된 사이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인터넷 채팅방에서 만난 사이처럼 말입니다. 서로에게 호기심이 발전되면 과감하게 야한 얘기까지 주고받게 되고 말이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이렇게 가슴 떨리게 만드는 연애소설이 이제 껏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추리소설도 아니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예상할 수 없는 연애소설입니다.


<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이 책은 제목부터 참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불쌍하구나?> 뭐가 그리 그들을 불쌍하게 만들었을까요? 


백화점에서 브랜드 옷을 파는 주인공 쥬리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항상 친절하고 포근하고 착한 남자친구. 쥬리에는 사랑을 시작하고서부터 얼굴에서 빛이 났고 매장의 매출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류다이(남자친구)가 충격적인 얘기를 전합니다.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아키요)가 돈이 없다고 해서 직장을 구할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 거랍니다. 이게 무슨 풍선 옆구리 터지는 소린가 했는데, 말 그대로 동거를 시작한다는군요.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남자친구와 옛 애인은 미국에서 만난 사이였습니다. 남자친구가 미국에서 힘들게 살아갈 때 옆에서 물심양면 도와준 게 바로 아키요였습니다. 미국에서 직장을 잃고 일본으로 돌아올 때도 류다이 때문에 함께 들어온 아키요. 남자가 헤어지자고 통보해서 헤어졌는데 예전에 자신을 도와준 ‘빚’이 남아 내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덜’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 번을 고민하고 동료와 의논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상한 동거를 허락해버렸습니다. 그 후 항상 그 둘이 집에 있는 상상을 하면 할수록 미쳐버릴 것만 같아 견딜 수 없었던 그녀. 드디어 결심을 합니다. 무작정 남자친구의 집에 쳐들어가기로!


<불쌍하구나?>는 두 편의 소설이 담긴 단편집입니다. 그 중 타이틀이자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불쌍하구나?>입니다. 지진을 무서워하는 쥬리에에겐 꿈이 있었지만 브랜드 옷 매장에서 판매원 생활을 하며 현실에 안주해버렸습니다. 매일 새 옷을 사람들에게 파는 일을 하지만 정작 그 옷을 사 입는 것은 자신입니다. 도시 여성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시골에서 쓰던 사투리도 전혀 쓰지 않습니다. 그녀에겐 현실은 그저 참고 인내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뿐입니다. 


그러다 남자를 만났는데 그 인간은 ‘착한 척’ 병에 걸린 우유부단한 놈이었습니다. 어설프게 착한 것이죠. 물론 그녀에게 잘해주지만 결정적으로 ‘누구나’에게 다 잘해 줄 남자입니다. 옛 여자친구가 돈이 없어 집에서 좀 살자고 하는데 그냥 받아들이는 나쁜 남자! 일이 끝나면 밖에서는 쥬리에와 데이트하고 집에서는 옛 여자 친구하고 지내는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고 이중생활을 떳떳이 하는 남자. 물론 그에게도 사정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에게나 해당하는 좋은 핑계거리일 뿐이죠. 쥬리에는 비참하지만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애써 자신을 속이고 현실에 순응하려 합니다. 하지만 곧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찾을 것이냐 아니면 비굴하게라도 끈질기게 사랑을 이어갈 것이냐


여기서 등장하는 주인공 세 명은 모두 다 불쌍해 보입니다. 주인공은 남자 때문에 불쌍하고 남자는 애인과 옛 애인 둘 때문에 자신이 불쌍하고 옛 애인은 돈 없고 취직이 안 돼서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나도 나 자신이 불쌍할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불쌍해서 눈물이라도 흘려야 할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불쌍해 보이는 이유를 찾아 정면 돌파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그걸 정면으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집니다. 쥬리에처럼 이런저런 생각만 하다 시간 다 까먹지 말고 화끈하게 마주하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한번 하는 편이 낫습니다! 전기밥솥에서 ‘뻥’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처럼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줄 것입니다. 


<불쌍하구나?>를 읽었을 때 단순히 연애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곰곰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습니다. 좋은 연애소설이란 읽고 나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