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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인심 넘치고 추억이 살아 있는 곳! 인천 배다리 일대 골목 투어


요즘엔 웬만한 도시의 어느 거리를 가건 말끔하게 잘 차려진 음식점들이 대부분이죠. 물론 음식을 파는 집이 당연히 말끔하고 깨끗하고 정갈해야 하는 것 은 맞지만, 가끔 한 번씩은 오래되었지만 음식 맛이 훌륭하고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끝내주는, 정이 묻어나는 전통의 맛 골목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한 잔 생각이 간절한 날이면 더더욱 말이죠. 사실, 도심에 있는 맛 골목이라 이름 붙여진 곳들이 길이도 짧고, 막상 가면 지나친 호객행위에 부담스럽기도 한 게 사실이죠, 또 먼 길 애써 차를 몰고 갔는데 주차 씨름까지 하게 된다면, 기분 좋게 맛 좋은 음식 먹으러 갔다가 기분만 상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함정! 여기,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만한 인천의 맛 골목을 소개합니다. 인천의 맛과 추억이 가로지르는 이곳, 배다리 일대의 맛과 추억의 골목 탐방기, 시작해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단골이 되는 맛 집들이 즐비한 곳


  

1호선 지하철 동인천역에 내려 새 동인천 쇼핑타운이나 3번 출구 쪽으로 나오며 얼마 전, 재개발로 깨끗하고 넓게 조성된 인천 동구 시민 쉼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쉼터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리면 곱창, 순대 전문이라고 쓰인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가 보입니다. 바로, 이곳이 송현동 순대골목입니다. 



공식적인 이름은 ‘인천 송현동 순대골목’이라 붙여졌지만, 사실 순대만을 먹기 위해 오는 사람들보다 이곳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칼칼한 곱창전골과 얼큰한 순댓국을 먹기 위해 이곳을 단골로 두고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이 맛 골목은 옛 인천의 개항기 시절부터 생겨난 전통 있는 곱창, 순대 골목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음식점들의 특징은 한 집의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단골인 집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먼저 단골이었던 아버지들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드나들던 집들이 아직 그대로 성업하고 있어, 아버지를 따라와 순댓국 한 그릇 얻어먹었던 아들들이 성장해 또다시 그 집의 단골이 되는 것이죠. 



순댓국의 양과 질 역시 특별한데요. 보시다시피, 순댓국에 들어가는 머리고기의 양이 일단 푸짐합니다. 국물 한 술 뜨고 나니, 시~원한 하이트가 생각나 한 잔 슬쩍 들이켜 봅니다. ㅎㅎㅎ 



순댓국엔 당연히 소주라고요? 에이~ 너무 뻔한 조합은 오히려 음식 맛, 술맛 모두를 반감시키죠. 비투지기가 자신 있게 추천드리건데, 순댓국에 맥주의 조합, 훌륭합니다! 뜨끈하고 칼칼한 맛의 순댓국을 한 술 뜨고 그 끝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면 입안에서 느껴지는 반전의 식감이 정말 끝내주거든요!



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곱창, 순대 전문점 수는 대략 예닐곱 개. 하지만, 집집마다 짧게는 10년부터 많게는 30년 이상 된 집들이 대부분이라 저마다의 맛을 내는 노하우 또한 남다르게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순댓국은 이 집, 곱창전골은 저 집, 곱창 순대볶음은 그 집이라고 할 정도로 집집마다 대표메뉴로 평가받는 음식들에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요. 먹고 싶은 메뉴에 따라 그 메뉴가 가장 맛있다고 평가받는 집을 골라가는 것도 좋은 이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거리에는 호객이 없어 얼마든지 느긋하게 밖에서 휘~둘러보며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많이 먹고 있는지를 슬쩍 본 다음 선택을 하는 것도 가능하답니다.


곱창 전골엔 당연히 곱창이 메인! 재료를 아끼지 않는 집


비투지기가 좋아하는 음식 중, 손에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순위권에 드는 음식이 바로 곱창전골인데요. 늘 아쉬운 건 지금까지 갔던 어느 곱창집에서도 전골에 곱창을 푸짐하게 넣어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곱창전골이 왜 곱창전골이냐며,당연히 곱창이 주재료니까 곱창전골 아니냐며 전골 小 자에 푸짐한 양의 곱창을 양껏 넣어주시는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이 절대 재료를 아끼지 않는 집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또, 전골이 끓는 동안 시장기를 달래라고 약간이 순대와 간이 서비스로 나오는데요. 흔히 맛보시던 순대와는 그 맛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저 야채들 아래 감춰져 있는 곱창의 양은 2인이 다 못 먹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는데요. 자~이제 한 번 본격적으로 끓여 볼까요? 맛있게 끓어오르는 모습은 도저히 이미지로는 그 맛이 살지 않아 이렇게 영상으로 대신합니다.



곱창전골을 맛있게 먹는 두 가지 방법!


하나, 국물과 함께 숟가락으로 팍팍 떠먹는 방법. 칼칼하면서도 담백한 국물과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곱창의 조합은 정말인지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데요. 국물보다 곱창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바로 곱창을 건져내고 그 위에 부추무침과 배추김치, 약간의 새우 젓갈을 곁들여 한 입에 합! 입안에서 야들야들 아삭아삭, 쫄깃쫄깃 씹히는 그 맛이 정말 일품입니다.


맛과 추억의 교차로!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곳은 인천 개항기부터 장사를 해오던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합니다. 순대골목이 붙어있는 이 한 블록의 명칭은 정확하게는 중앙시장인데요, 과거 인천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지금의 동인천역 뒤편에 위치한 화평 철교에서 배달 철교 사이의 약 500미터에 걸쳐 400여 점포가 밀집한 대규모의 시장이었습니다. 한복, 침구류, 양품점 등의 의류가 주종을 이루었고 시민들이 구하기 어려웠던 미제 물건을 은밀히 파는 곳도 많았기 때문에 지역민들 사이에선 ‘양키시장’이라고 불리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대형 백화점들의 호재와 중심상권의 이동으로 시장의 형체만 간직하고 있지만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어 또 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는 곳입니다. 



이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놓고 보자면, 동인천역 방면으론 인천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자유공원이, 인천역 방면으론 세숫대야 냉면으로 유명한 화평동 냉면 골목이, 도화역 방면으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인근으로도 수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이지만 오늘은 딱 저 정도만 다뤄볼게요. ㅎㅎ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나와 세숫대야 냉면! 화평동 냉면 골목 



먼저, 또 다른 맛 골목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위에서 보셨던 새 동인천 쇼핑타운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바라보시면 큰 길가로 나가는 길이 나오는데요. 1분만 걸어서 그 길 앞에 이르시면 바로 정면으로 화평동 냉면골목을 알리는 간판이 보이실 겁니다.



그 안쪽부터 시작해 송월동으로 넘어가는 언덕모두가 화평동 냉면 골목인데요. 이 곳 역시 마찬가지로 다들 오랜 전통이 있는 집들인지라 어지간한 곳이라면 맛은 다 기본 이상은 하는 듯 합니다. 



화평동 냉면은 세숫대야와 같이 큰 그릇에 나오기 때문에 일명 세숫대야 냉면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메밀과 고구마전분을 섞어 뽑은 메밀면에 양지머리로 우려낸 육수와 열무김치, 그리고 이 냉면골목에 위치한 집집마다의 특재 양념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이 곳에서 손님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누가 외지에서 온 손님이고 누가 인천사람인지를 금새 알게 되는데요. 냉면을 막 먹으려 하는 시점에서 그 차이가 나타납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 인천 화평동 냉면 골목에 가신다면 지금부터 비투지기가 안내해드리는 이 골목의 냉면 먹는 방법을 한번 따라해 보세요~! 새로운 재미도 있고 독특한 맛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1. 인천 토박이라면 대부분 면을 먹기 전에 계란의 노른자를 으깨 냉면 육수에 풀어낸 뒤, 

2. 남은 계란 흰자를 먹고 국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3. 그 뒤, 따로 나오는 열무김치를 냉면에 넣어 면과 함께 드시면 됩니다.


뭔가 꼭 그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이 곳 사람들 나름의 화평동 냉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 정도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이 역시, 어른들로부터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풍습 중 하나라면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누군가의 아련한 추억들이 가득한 곳, 배다리 헌책방 골목 



맛 골목은 아니지만 꼭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 헌책방 골목 입니다. 헌책방 골목은 화평동 냉면골목 입구에서 골목을 등지고 정면으로 중앙시장 한복골목을 쭉~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곳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배다리 헌책방 골목’. 이번 포스팅에 소개해드린 모든 곳들이 그러하겠지만, 사실 이 ‘배다리’라는 곳은 수많은 인천의 문화예술인들과 지성인을 배출해 낸 명실상부한 인천 문화예술의 온상지입니다. 이 헌책방 골목은 1953년 인현동 일대에 있던 학교들의 담벼락 아래로 리어카와 노점상들이 모여들여 헌책들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골목으로 이후 지금의 배다리쪽으로 옮겨와 번성하게 되었는데요. 새학기가 되면 값이싼 헌 참고서를 구입하기 위해 학생들이 몰려들고, 배움에 목이 마른 지식인들과 지성인들이 이 곳 헌책방에 있던 방대한 양의 도서들을 탐독하던 곳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이 골목에 헌책방이 40여개에 달했을 정도로 흥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경제적 여유가 나아지고 컴퓨터, 인터넷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현재는 약 5개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새 책들을 파는 서점들도 사정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헌책방들이야 오죽할까요. 



헌 책이라고 하면 외관상으로 많이 낡아서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한 책들일꺼라 생각하시는데요. 전혀~! 아니랍니다. 한 달에도 몇 만권씩 쏟아져 나오는 출판물들의 홍수 속에 아직 새 책이라 해도 믿을 만큼 모양새 좋은 녀석들도 헌 책으로 분류되어 팔리고 있으니까요. 

 


꼭 사보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친 작가의 책들이나 지금은 절판된 책들이 많이 있어 좁은 통로 사이사이를 잘 비집고 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레어 아이템(?)들을 만나게 되는 행운이 따를지도 모릅니다. 책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찾기 어려우실 땐, 찾는 책의 작가와 작품 이름을 사장님께 여쭤보면 정말 놀라울만치 신속하게 책을 찾아주시는 사장님의 놀라운 능력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ㅎㅎ 가격은 책 정가의 50%안, 팎! 정말 저렴하죠?



이렇게 맛과 추억까지 만날 수 있는 인천의 맛 골목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린 배다리 일대의 맛 골목들 외에도 비어투데이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싶을 만큼 인천 곳곳에는 숨어있는 맛 골목들과 데이트 코스로 손색없는 명소들이 참 많이 있답니다. 아마도 지리적인 특성상 일제 개항의 역사와 한국전쟁 이후 피난의 역사를 모두 품고 있는 고장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 여러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비투지기가 정말 열심히 취재한 이번 포스팅에 공감과 덧글로 많은 응원 주신다면, 힘을 팍팍 받고 더 좋은, 더 알찬 정보 가득한 취재 포스팅 올려드릴게요. 맛과 추억이 가득한 인천 배다리 일대 골목투어! 꼭 한번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