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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제주도 정물오름으로 '제로힐링' 여행을 떠나다!

제주도 정물오름으로 '제로힐링' 여행을 떠나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회사에서 신년 휴가도 얻었는데,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제주 여행을 준비합니다.

이번 제주여행의 테마도 ‘제로힐링’으로 잡아봅니다. 묵은 해의 고민거리, 걱정, 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정리되지 않은 느낌들을 떨쳐내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담아서.

발길 닿는 데로 가자, 그러다 멈춰 서자.


그 동안 제주여행은 출발하기 몇 주전부터 각종 테마파크, 유명한 맛집, 유적지, 박물관을 찾아 다니느라 내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이곳에 왜 왔는지를 잊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 여행은 발길이 닿는 데로 머리에 느낌이 떠오르는 대로 움직이기로 합니다. 그때 바로 제주의 오름을 떠올렸습니다.

봄과 가을에 새별오름, 용눈이 오름 등 유명 오름을 오른 일이 있었지만 겨울, 그리고 새해의 오름이 주는 느낌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곳은 바로 ‘정물오름’.

정물오름은 제주도에 있는 여러 오름 중에도 특이하게 말굽형 오름입니다. 다른 오름들은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하나인 반면, 말굽자의 모형으로 한쪽 길로 올라 다른 편 길로 둥그렇게 돌며 내려 올 수 있는 구조지요. 위치는 이시돌 목장 앞쪽에 위치하고 있으니 목장과 테쉬폰을 들러볼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가벼운 걸음으로 정물오름에도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정물오름의 뜻은 오름의 북서쪽에 정수(井水)우물이 있어 정물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제주도는 모두 이런식으로 오름의 모양이나 그 주변의 특징에 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죠. 자 그럼 이제 오름을 올라봅니다.

겨울,바람,억새…한적한 겨울풍경을 안은 정물오름 


정물오름은 오르는 길이 두 개입니다. 왼쪽은 짧지만 약간 가파른 코스이고 오른쪽 코스는 완만한 산책로 입니다. 이 두 코스를 통해 오르내리면 정물 오름 전체를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위에서 설명 드린 것처럼 말굽형 오름이라 가능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가파른 왼쪽 코스를 골랐습니다. 좀 숨이 차오르고 싶었거든요. 힘들게 올라가는 것이 싫으신 분들은 오른쪽 코스를 선택해주세요.

정물오름을 오릅니다. 제가 선택한 왼쪽 코스는 역시 약간 경사가 있네요. 오르는 길을 도와주는 나무 계단과 바닥의 밧줄을 메어 만든 지지대도 보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다른 오름들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가지고 있던 정물오름은 오르는 내내 조용하고 고즈넉한 기분에 둘러싸이게 해주었습니다. 묵혀두었던 생각들을 정리하며 길을 따라 오릅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봅니다.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땅만 보고 걸었다면 저는 너무 많은 후회를 할 뻔했습니다. 겨울의 청량한 낮 해에 억새가 곱게 빛납니다. 적당히 기분 좋게 부는 바람 덕에 코 끝이 상쾌해집니다. 하늘거리는 억새들을 바라보니 반갑다고, 새해에도 건강 하라고 안녕을 빌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겨울 억새는 가을 억새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흐드러지다 살짝은 휘어진 모습이 오히려 더 여유로운 느낌이랄까요?

정물 오름을 오르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그렇게 시원한 겨울바람과 억새 감상을 하며 십오분 쯤을 올랐을까요.

정상에 올라 '제로힐링'을 외치다!


드디어 오름의 정상이 보입니다. 약간은 가파른 경사를 올랐더니 숨이 차오릅니다. 그래도 오름을 올라서인지 기분도 한껏 달아오르네요. 저기 나란히 놓인 나무벤치에 앉아 좀 쉬어야겠습니다.

이번 여행에 특별히 초대된 친구를 배낭에서 불러냅니다. 저의 ‘제로힐링’여행에 함께 하기에 딱인 제로친구 하이트제로입니다. 지난번 운동하고 마셔보니 정말 갈증해소에 탁월하더군요. 특히, 이렇게 기분까지 달아오른 상황이라면 시원한 캔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한데 아무래도 음주산행은 위험할 것 같아 챙겨 넣었지요.

드디어 정물오름의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올라설 때부터 한산하던 정물오름. 오르고 보니 이 정상에 저 혼자 우뚝 서있네요! 오늘 이 오름은 제가 접수했습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묘한 힐링이 되는 이 기분은 뭘까요?

정상에 올랐기에 맛 볼 수 있는 시원한 풍경의 사치를 마음껏 누립니다. 이 정상에 지금 저는 혼자 서있으니, 마음껏 소리도 질러봅니다. ‘잘 할 수 있어! 아자아자!’ 봉긋봉긋 오른 다른 제주의 오름들이 제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까요?

제주의 겨울 하늘과 새해 첫 건배를 합니다! 걱정거리도 제로! 나쁜 일도 제로! 힘든 일도 제로! 
비어투데이에 오시는 여러분의 새해에도 늘 행복이 함께 하길 바래봅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비워두어야 채울 것이 생긴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언젠가 버리고 비우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저처럼 ‘제로힐링’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