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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2DAY

[가을영화] 가을의 전설, 국화꽃향기, 만추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나니 거짓말같이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곧 가을이라는 자연의 신호겠지요? 올해 여름은 런던올림픽으로 그 어느 해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나날을 보냈는데요. 때문에 계절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서늘한 가을한 바람이 더욱 싱그럽고 반갑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에게 가을은 어떤 느낌인가요? 떠나간 연인이 아련히 떠오르는 계절? 첫사랑의 설렘이 생각나는 계절? 그렇다면 스크린의 가을은 어떤 느낌일까요? 자, 가을의 낭만이 물씬 풍기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만추>-가늠할 수 없는 외로움과 사랑의 깊이

 


가을 이미지와 썩 잘 어울리는 배우 현빈과 탕웨이의 만남으로 더욱 기대를 모았던 영화 <만추>는 그 어떤 작품보다 가을의 느낌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남편을 죽인 살인죄로 수감된 애나는 사실 자신의 첫사랑이 저지른 일을 뒤집어쓰고 복역 중입니다.


남자 접대부 훈은 자신의 고객이었던 유부녀 옥희의 남편에게 발각되어 쫓기는 신세이지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애나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72시간의 특별 휴가를 받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였습니다. 떠나려는 버스를 다급하게 붙잡고 올라탄 남자 훈, 쓸쓸했던 애나의 가을에 훈은 그렇게 불쑥 찾아왔지요.


7년 만에 어머니의 장례식으로 가족들과 대면하게 된 애나는 재산분할문제로 예민한 형제들과 낯선 조카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는 첫사랑을 보며 세상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습니다. 시애틀의 늦은 가을날의 풍경처럼 애나의 마음도 쓸쓸하고 황량하기만 하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어지는 훈과의 만남 속에서 사랑, 배신, 가족 등을 통해 가졌던 상처들을 조금씩 치유하며 훈에게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입니다.


그러나 애나처럼 옥희의 남편에 의해 살인 누명을 쓰게 된 훈, 장례식을 마치고 감옥으로 돌아가는 애나, 그들을 실은 버스. 시애틀의 안개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을 싣고 버스는 시애틀을 달립니다.


버스가 멈춰 선 휴게소에서 훈은 애나에게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담은 키스를 나누지요. 두 사람이 다시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을지 영영 못 만났을지는 영화를 본 다음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리뷰에서처럼 이 작품은 보는 영화라기 보다 느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중간 중간 흘러나오는 음악, 시애틀 곳곳의 멋진 풍경, 트렌치코트를 입고 그 거리를 헤매는 두 배우의 연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미쟝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원작 <만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1960년대에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데요. 원작도 함께 궁금해지네요. 단 3일이었지만 서로에게 깊고 강렬한 추억이 된 두 남녀의 사랑. 가을과 참 잘 어울리죠?

<영화정보>
 제목: 만추(2011)
감독: 김태용
출연: 현빈, 탕웨이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화꽃향기>-아픈 사랑과 이별의 기억


3년 전 꼭 이맘 때 위암으로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간 배우 고 장진영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국화꽃향기'는 가슴이 먹먹하도록 아픈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불의에 당당히 맞서며 임산부의 자리를 마련해 주던 희재의 모습을 우연히 마주한 인하는 희재가 떨어뜨린 동전을 주워주며 극적인 만남을 시작합니다. 선배를 따라간 북클럽에서 또 다시 희재를 마주하게 된 인하는 동아리 북클럽 회장이자 선배인 희재를 마음에 담고 있지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가던 날 희재에게 고백을 하지만 스무살 애송이의 순간의 열정으로 취급 당하고 맙니다.


짝사랑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군에 입대한 인하 그리고 그 사이 약혼을 하게 된 희재. 하지만 희재는 불의의 사고로 약혼자와 부모를 한 순간에 잃게 됩니다. 희재 자신도 큰 수술을 세 번씩 감당해내며 가까스로 살아나게 됩니다. 이런 갑작스런 사고의 충격으로 희재는 마음 문을 닫고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대 후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인하는 라디오 PD가 되어 있었고 우연히 만난 선배를 통해 희재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는 희재가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자신이 맡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라디오를 통해 변함없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결국 그들은 먼 길을 돌아 사랑을 이루게 되지요.


힘들었던 만큼 서로의 사랑이 더욱 값짐을 알기에 두 사람은 너무나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희재는 임신 소식과 함께 위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됩니다. 차마 인하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희재는 태중의 아이를 생각해 진통제조차 먹지 않으며 그 고통을 참아냅니다.


그리고 라디오를 통해 사랑을 고백했던 인하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사연을 라디오에 띄웁니다. 위암 말기 임사부의 사연이 희재임을 직감한 인하는 그녀를 위해 여행을 준비합니다. 진통제 없이 엄청난 고통들을 감내해 내는 희재와 곁에서 이를 그저 바라봐야 하는 인하의 고통은 관객들에게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요.


아쉬움을 남긴 채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배우 장진영이기에 그녀의 연기가 더욱 가슴을 애입니다. 그녀를 꼭 담은 딸 아이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지만 인하와 그녀의 딸은 희재가 딸을 위해 만들어놓은 책을 읽으며 그녀를 추억합니다. 영화처럼 가슴 아픈 사연은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가슴 따뜻한 기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엔딩입니다.

<영화정보>
제목: 국화꽃 향기(2003)
감독: 이정욱
출연: 장진영, 박해일
등급: 전체 관람가

<가을의 전설> - 늦 가을에 태어난 전설적 운명

 

20세기 초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하여 한 가족의 사랑과 몰락의 과정을
한 편의 서사시처럼 그리고 있는 영화 <가을의 전설>


영화는 터킴이라는 인디언의 회고로 시작됩니다. 정부의 인디언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던 윌리엄 러드로우 대령은 퇴역 후 몬타나에 정착하여 목장을 짓고 그곳에서 세 아들을 키우며 행복한 삶을 꾸려나갑니다. 장남 알프레드와 둘째 트리스탄, 막내 새뮤얼. 성격은 다르지만 서로를 사랑하며 각별한 형제애를 가지고 있지요.


세월이 흐르고 유학 갔던 막내가 약혼녀 수잔나를 데리고 나타나면서 한 여자를 둘러싼 애증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둘째 트리스탄은 어릴 적부터 인디언들과 사냥을 하며 자연과 하나 되는 법을 배우며 살아온 캐릭터로 가을만 되면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강한 본성 같은 것을 느낍니다. 편안한 삶으로의 안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해야 할까요.


영화 <가을의 전설>은 브래드 피트의 마초적 이미지를 완성시킨 영화라고 할 만큼 젊은 날의 브래드 피트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주었지요. 반항적이면서도 순수해 보이는 그의 미소는 세계 여성 팬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아버릴 정도의 살인미소라고 할까요?


꽤 긴 러닝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은 멋진 미국의 전원 풍광과 함께 안소니 홉킨스 등 출연진의 안정적인 연기, 거기에 브래드 피트 그 자체 때문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뭐, 이제는 본인만큼 섹시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남자가 되었지만 젊은 시절의 브래드 피트를 감상하며 그를 추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네요.

<영화정보>
제목: 가을의 전설(1994)
감독: 에드워드 즈윅
출연: 브래드 피트, 안소니 홉킨 스, 에이든 퀸, 줄리아 오몬드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가을이 생각나는 영화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니 가을이 더욱 성큼 다가온 것 같네요. 참이슬도 이제는 따뜻한 어묵국물과 어울리는 계절이 되겠죠. 아직 고백하지 못한 사랑이 있다면, 용기가 나지 않아 마음을 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 가을이 주는 낭만의 무드를 기회로 한 번 용기를 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