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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붉은 늦가을 정취에 스미다, 테라로그 : 남한산성

늦가을, 듣기만 해도 많은 감정이 스치는 계절입니다. 새파랗고 드높은 하늘과 더불어 진해져 가는 단풍에 설레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하지요. 무턱대고 이 계절을 보내버리기엔 턱없이 짧은 계절.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는 서울 안에도 정말 많지만 조금은 여유롭게 흘러갔으면 하는 이맘때. 그 염원을 담아 서울을 살짝 벗어나 남한산성으로 떠난다면 시간이 멈춘 듯 여유로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느리게 흘러가 주길 바라게 되는 가을, 마음에 와 닿는 모든 순간을 느리게 기록해나가는 필름카메라. 가을의 색감과 만나면 빛을 발하는 필름카메라와 함께, 그리고 이처럼 선선한 계절이면 떠오르는 청정라거 테라와 함께 늦가을 남한산성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리 역사와 함께하는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조선시대의 산성으로 서울 중심부에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평균 고도 해발 480m, 둘레 12km로 산세를 이용해 방어력을 극대화한 곳이었습니다. 산 위에 도시가 있었던 만큼 넓은 분지여서 한때는 백성과 함께 왕조가 대피할 수 있는 조선 왕실의 보장처였지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은 남한산성은 현재 시민들을 위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도립공원과, 소나무 숲길과 성곽길은 시민들의 건강한 산책로 명소로 거듭났습니다. 


남한산성 옛길을 돌아볼 수 있는 탐방로 코스는 총 다섯 가지. 그중 정상에 오르면 서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합니다. 남한산성은 산성 로터리에서 서울을 바라볼 수 있는 서문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그리 높지 않아 15~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고 길도 편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날씨가 좋은 가을철 산책코스로 제격입니다.


필름카메라 산책 #1. 남한산성이 품은 문화재

통일신라 시대부터 역사와 함께 존재해온 만큼 남한산성 내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습니다. 남한산성의 서문 방문으로 오르기 전, 산성 로터리 근처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재가 몇 곳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수당입니다. 


지수당은 현종 13년에 부윤 이세화가 건립한 정자로 건립 당시에는 정자를 중심으로 앞뒤에 3개의 연못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2개만 남아있습니다. 정자를 둘러싼 연못과 아직 남아있는 가을의 풍경, 그리고 따스하게 들어오는 햇빛의 조화가 필름의 색감과 만나니 그 정취가 참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거울처럼 깨끗한 반영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성곽길에 오르기 전에 꼭 둘러볼 만한 곳입니다.


지수당에서 다시 산성 로터리를 향해 돌아오다 보면 연무관을 만날 수 있는데요. 연무관은 군사들의 훈련을 위하여 건립한 곳으로, 규모가 크고 높은 기단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멀리서도 그 자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건물의 가운데에 있는 대들보에는 전, 후면에 용을 그렸고 측면 쪽 대들보에는 봉황을 그려 넣은 것이 특이합니다. 이런 한국적인 멋으로 가득한 문화재들은 필름과는 늘 좋은 상성을 가진 듯합니다. 옛 감성 가득한 필름 사진과 옛 문화재의 조화. 남한산성에 들리면 놓치지 말아야 할 촬영 포인트입니다.


본격적으로 성곽 둘레길에 오르기 전, 완연한 가을을 마주했습니다. 늦가을이라 단풍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풍성한 단풍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는 모습이 퍽 기특합니다. 둘레길에 오르기 전부터 앞으로 시작될 늦가을 산책을 설레는 기대감으로 부풀게 합니다.


필름카메라 산책 #2. 남한산성, 그 역사 깊은 성곽길 속으로

남한산성은 총 12.4km에 달하는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돌의 종류나 성곽을 쌓은 모습이 제각기 다르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남한산성이 어느 한 시대에 생긴 것이 아니라 기록상 통일신라 시대에 쌓았다는 걸 기초로 하여 조금씩 증축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오르는 내내 볼 수 있는 소나무 숲은 수도권 최대의 소나무 군락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청정한 이 소나무숲의 풍경은 산성리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금림조합을 결성하여 가꾸고 보전한 뿌듯한 결실이라고 합니다. 무심하게 지나쳐오던 한 그루의 나무도 누군가의 노력 덕이라 생각하면, 한 걸음 한 걸음이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과거,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우리 선조들을 지켜주던 성곽은 현대에는 많은 시민에게 쉼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성곽을 따라 오르는 산책길은 넓고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죠.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와 계절을 타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조화로운 경치는 걷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내뱉게 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쌓은 건축물과 남한산 대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이후 산성리 주민들이 지켜온 소나무가 어우러져 만드는 이 고즈넉하고도 웅장한 풍경에 오후의 따사로운 햇볕이 스미는 순간을 필름카메라로 기록하며 올라간다면, 필름을 현상했을 때 남한산성이 더 아름답게 기억되겠지요.


성곽 너머 웅장한 산맥이 가을옷을 입은 경치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산맥,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 울퉁불퉁한 산맥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모두 필름카메라에 기록하고 담아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들입니다.


필름카메라 산책 #3. 지나가는 가을의 한 켠, 테라와 함께하는 필름 기록

돌계단과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조금씩 힘이 들기 마련입니다. 잠시나마 멈춰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죠. 산책길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도 좋습니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닦고 재정비를 하는 동안 가방에서 테라를 꺼내 봅니다. 성곽 뒤로 펼쳐진 훌륭한 풍경을 안주 삼아 감상하며 시원한 테라를 한 모금 마시면 그만큼 달콤한 휴식이 또 있을까요?


성곽길을 오르다가 지치고 힘든 순간 테라를 꺼내 얼른 목을 축여도 좋지만 쉬어가는 김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가을 낙엽과 테라를 함께 담아보면 어떨까요? 테라는 가을의 분위기와도 제법 잘 어울리는 피사체가 되어줍니다. 벤치 한 켠에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는 낙엽들과 테라, 낙엽 밭 사이에 연인처럼 사이좋게 기대어 있는 테라 두 캔. 이미 낙엽이 많이 떨어진 늦가을이지만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빛을 닮은 청정라거 테라는 지나가는 가을마저 조금 더 머물다 가라며 도닥이는듯 합니다.


가을 낙엽을 배경으로 소품을 활용해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테라의 색감과 닮은, 그리고 낙엽의 색감을 닮은 필름을 테라 캔 옆에 두니 너무 귀엽습니다. 마치 아빠와 아들을 보는 듯 많이 닮은 둘. 특별히 활용할만한 소품이 없다면 신고 온 신발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을 낙엽 위의 운동화와 테라, 필름카메라로 담으면 참 낭만적인 것들입니다.


필름카메라 산책 #4. 정상을 향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

남한산성 성곽길이나 산책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산성의 서문에 도착합니다. 사람들이 남한산성을 찾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곳에 있는데, 바로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서울의 풍경입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멋진 경치와 시원한 바람. 산길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이자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맑은 날에는 서울타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서울 노을과 야경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죠. 날이 정말 청명한 가을날은 오히려 빛이 너무 강하게 산란하는 탓에 사진에는 이처럼 서울타워를 선명하게 담기 어렵지만, 날이 맑은 만큼 멋진 노을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하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봅니다.


테라 한 캔이 노을을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채워줍니다. 테라는 발효 공정에서 100% 리얼탄산이 자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리얼탄산 특유의 청량감과 조밀한 거품 덕분에 넋 놓고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마시는 동안에도 탄산의 청량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잔잔하게 기울어가는 햇빛을 받아 더욱 영롱하게 빛나는 테라의 시그니처 골든 트라이앵글. 정상에 올라 가슴까지 뻥 뚫리는 경치를 보며 마시는 시원한 테라 한 캔은 정상까지 오르는 모든 수고를 한 번에 날려줍니다.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노을이 은은하게 저물어 갑니다. 가을이 우리에게 기다리느라 고생했다며 이토록 아름다운 노을을 보여주나 봅니다. 아직 불빛이 들어오지 않은 채 노을이 저물어가는 도시의 풍경은 아름다우면서도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남한산성 서문 밖에 전망대로 마련된 공간도 좋지만, 서문에서 조금 더 올라오면 성곽과 함께 더 높이서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스팟이 있습니다. 함께 온 일행이 있다면 노을을 배경으로 멋진 실루엣 사진을 남겨보세요. 


해가 완전히 들어가고 나면 서울도 야경으로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맑은 날에는 노을빛의 번짐이 오래 남아있어서 멋진 매직아워와 서울의 야경을 같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서울의 어딘가에 있다면 빌딩 숲 사이에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았을 텐데, 서울을 조금 벗어나 남한산성에서 서울 전체를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감회가 새롭습니다.


테라로그가 알려주는 필름카메라 촬영 팁!

Tip 1. 같은 장면, 다른 조리개값 활용하기

필름카메라는 필름 고유의 ISO 값이 고정값으로 이미 정해져 있어서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로 나머지 노출을 조절합니다. 수동 필름카메라를 막 사용하기 시작한 초심자가 상황마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기란 마냥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감도 잡을 겸 연습 삼아 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바로 셔터 스피드와 노출은 한 값으로 고정하고 조리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 다양한 조리개 값 설정 예시

조리개(f)가 사진에서 결정하는 건 바로 사진의 심도인데요.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춘 상태로 조리개를 개방(숫자를 낮게)하면 초점이 맞은 대상 이외의 것들은 흐릿하게 날아가는 이른바 아웃포커싱 효과가 나타납니다. 보통 피사체를 부각하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죠. 하지만 이번에 활용해 볼 방법은 심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조리개를 조인 상태(숫자를 높게)에서 조리개 값을 다르게 하여 여러 장을 찍어보는 것입니다.


조리개를 5 이상으로 조이게 되면 아웃포커싱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5 이후로도 8, 11, 16 조리개를 더 조일 수가 있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라 같은 사진도 사진의 깊이나 색감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조리개를 다양하게 활용해보며 내가 원하는 색감과 밝기의 사진에 감을 잡는다면 앞으로의 필름 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Tip 2. 프레임 활용하기

프레임을 사용해서 재미를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남한산성은 성곽길 곳곳에 이렇게 네모난 프레임들이 많이 있어서 활용하기에 좋았는데요. 프레임 뒤에 펼쳐진 가을 풍경과 테라의 색감 조화도 좋습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의 한켠에 들어오는 빛과 테라도 묘한 어울림을 자아냅니다. 이렇게 네모반듯하고 정석적인 프레임이 아니더라도, 두 기둥을 사이에 두고 프레임을 만든다거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프레임을 만들어가며 사진을 찍는다면 더 재밌는 필름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Tip 3. 플레어 표현하기

저물어가고 있는 멋진 노을을 마주했다면 주저 없이 플레어를 담아보세요. 해가 다 저물고 난 후의 은은한 풍경을 눈으로 보는 만큼 필름카메라에 담기란 쉽지 않습니다. 역광이 너무 심한 탓에 하늘의 노을빛이 날아가거나, 아니면 노을빛은 잘 살아났는데 도시나 자연 풍경이 너무 어둡게 나오기 쉽상이죠. 필름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처럼 선명하지도 않고, 후보정으로 명암의 대비를 살려내기가 어렵습니다. 필름카메라로 노을을 예쁘게 담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저물어 가고 있는, 아직 들어가지 않은 노을을 포착하는 것인데요. 저물어가는 태양은 눈으로 바라보아도 눈이 부시지 않을 만큼 광량이 많이 약해져 있습니다. 


포인트는 조리개를 적당히 닫고 셔터 스피드는 비교적 느리게 하는 것입니다. 조리개를 3.5 에서 5 정도로 두고 손으로 잡고 찍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셔터 스피드를 유지한 채 뷰파인더를 바라봅니다. 뷰파인더로 보면 어느 정도 플레어가 잡히는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적당한 구도를 잡으면 그 상태로 셔터를 누르면 됩니다. 노을을 배경으로 특정 피사체를 담을 때에도 ‘적당히 조인 조리개값’, ‘비교적 느린 셔터 스피드’ 이 두 가지를 활용한다면 노을과 피사체 둘 다 살아나는 예쁜 필름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느리게 기록하는 필름처럼 느리게 흘러가 주었으면 하는 계절. 청정한 풍경 앞,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성 가득하게 남겨줄 수 있는 필름카메라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산책길이 될 테죠. 열심히 걷다가 보면 시원한 무언가가 필요한 순간이 또 오기 마련. 뭐든지 함께 먹으면 맛도 배가 되는 법! 테라도 함께하는 이들과 마신다면 그 시원함과 청량함은 배가 되지 않을까요? 짧기에 더 좋은 이 계절, 점점 추워진다고 피하지 말고 필름카메라와 테라 한 캔 들고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아름다운 남한산성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