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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책 읽어주는 집. 양평 북스테이 '글 헤는 밤' 게스트하우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시작한 것 같은데 나 혼자만 그대로인 것 같아 조금은 조급해지기도, 조금은 불안해지기도 한 달이 바로 3월인 듯합니다. 그 때문인지, 어느 통계학에선 겨울 우울증보다 봄 우울증이 더욱 심하다고도 하죠. 무언가를 시작할만한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잠시 생각을 멈추고 조용히 책을 읽어주는 따뜻한 곳으로의 여행은 어떨까요? 그곳에 가면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이제야 왔느냐며 살갑게 반겨줄 겁니다.


마치 어느 유럽의 시골집 같았던 ‘글 헤는 밤’

노란색 외관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글 헤는 밤은 경기도 양평 고송리에 위치한 북스테이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수백 년 된 높은 소나무가 있어 붙어진 지명 고송리. 그래서인지 아직 코끝 시린 꽃샘추위에도 글 헤는 밤으로 가는 길은 초록색이 펼쳐져 있는 따뜻한 마을 길입니다. 대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면 아름다운 노란색 집이 보이는데요, 이곳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글 헤는 밤’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마음씨 좋은 부부가 운영하는 노란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오늘 하루를 묵는 게스트를 반기는 작은 칠판이 보이고, 어디선가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납니다. 이 녀석의 소개는 잠시 미루고, 본격적으로 글 헤는 밤을 둘러봅니다.


높은 천장이 눈길을 사로잡는 글 헤는 밤은 햇살이 무척이나 잘 들어오는 예쁜 집입니다.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 집이 생각나는 그런 멋스러운 곳이죠. 나무로 된 테이블과 곳곳에 있는 커다란 창이 유독 인상적인 글 헤는 밤. 따뜻한 온기와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는 머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는 공간입니다. 


거실은 게스트 모두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는데요. 저녁에는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맛있는 맥주 맥스를, 그리고 아침엔 주인 내외가 차려준 맛있는 아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푹신한 쿠션과 소파에 기대앉아 좋아하는 책과 맥스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기도 하죠. 처음 방문하는 곳임에도 마치 시골 친척 집에 놀러 온 듯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탁상과 선반 위 보기 좋게 정렬되어 있는 책들. 글 헤는 밤의 모든 책은 구매도 가능합니다. 소설부터 에세이, 독립출판물, 영어 그림책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서적이 마련되어 있으며, 중고도서는 좀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글 헤는 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동안 마음에 와 닿는 책을 한 두 권 데려온다면 이 여행의 기억이 좀 더 오래 남아있겠죠?


글 헤는 밤의 거실에는 두 개의 문이 있습니다. 하나는 욕실 겸 화장실 그리고 또 하나 문은 바로 주인 내외만의 공간이죠. 글 헤는 밤은 가정식 책방으로, 집 안에서 주인 내외와 같이 머무는 곳입니다. 주인부부의 방문 아래는 고양이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는데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애묘인이나,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에게는 빼꼼히 고양이가 나오기를 고대하게 되는 구멍입니다.


널찍한 계단을 통해 게스트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계단에는 다양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계단 한쪽에 있는 창문엔 예쁜 드림캐쳐가 걸려있는데요, 창문 밖 풍경은 아직 겨울이지만,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초록빛 예쁜 들판이 펼쳐질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유리창 너머 햇빛과 별빛이 스며드는 글 읽는 방

2층엔 기다란 복도와 방 2개, 욕실, 화장실 그리고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기다란 복도 한쪽에는 책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장 자크 상뻬의 ‘꼬마 니콜라’를 포함해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책들도 만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햇살이 살짝 들어오는 복도에 앉아 책 한 권 읽으며 맛있는 맥주 맥스 한잔하기에 딱 좋은 공간입니다.


2층 침대가 있는 첫 번째 방은 마치 개구쟁이 아이들이 뛰놀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커다란 창문과 넓은 테라스, 그리고 침대에 걸려진 그림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죠. 침대 맞은편에 있는 책상 위에는 언제든지 읽을 수 있는 책이 상시 구비되어 있습니다.


특히 천장에 나 있는 작은 창은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스폿!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별이 반짝이는 어둑한 밤을 기다리게 된답니다. 익숙한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 가족과 함께 글 헤는 밤에서 별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공유해보세요.


▲침대 맞은편 창 밖 풍경

두 번째 방은 은은한 노란색 벽지가 인상적인 방입니다. 커다란 침대와 창문이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며, 창문 밖을 가만히 내다보면 고송리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이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전히 느껴보세요. 나른한 기분에 취해 낮잠 한 숨으로 잠시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방에는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전문 서적들이 놓여있는데요, 책은 조금 무거울 수 있지만, 방만은 상큼하고 아늑한 기분이어서 머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조금은 가파른듯한 나무 계단을 오르면, 살며시 빛이 들어오는 다락방이 있습니다. 다락방 안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 한 놀이기구와 팝업북, 만화책 등이 구비되어 있죠. 다락방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있을까요?


애교쟁이 시크한 듀이와 겁쟁이 조이와의 만남

자, 이제 글 헤는 밤의 또 다른 주인 고양이들을 만나볼까요? 글 헤는 밤의 주인 내외의 고양이 사랑은 집 안 구석구석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고양이 모양의 인형이나 소품,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언제나 게스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글 헤는 밤의 마스코트 듀이와 조이. 사랑스러운 두 고양이지만 애정하는 마음에 섣불리 다가가기보다는 한걸음 뒤에서 듀이와 조이를 바라봐주세요. 관심 어린 눈길에 두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인사해줄 테니까요.


이 아이의 이름은 듀이입니다. 시크한 듯하지만 애교가 많은 직진남인데요. 동글동글한 외모만큼 성격도 동글동글. 일명 ‘개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듀이는 게스트들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녀석입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조이입니다. 낯도 많이 가리고, 겁쟁이라 게스트들의 애를 타게 하는 녀석이죠. 이 녀석과 친해지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손 위에 조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올려두면 되는데요. 친해지는 것도 잠시, 죠이는 간식을 다 먹은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차가운 매력의 여성이죠.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거실에 앉아 따뜻한 오후 햇살 맞으며 커피 혹은 맛있는 맥주 맥스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뭅니다. 출출해지면 케이크로 간식타임도 가져봅니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맥스가 이럴 땐 기특하게도 느껴집니다. 


맛있는 맥주 맥스가 있는 따뜻한 글 헤는 밤.

2층 복도에서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주인 내외가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 냄새인데요.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차려준 한상차림에 먹기 전부터 마음이 배불러옵니다. 이럴 때 빠질 수 없는 맛있는 맥주 맥스! 덕분에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지죠. 밥을 먹고 잠시 밖으로 나서면, 하늘에 촘촘하게 박힌 별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해가 넘어가고 어스름이 짙어지는 글 헤는 밤 게스트하우스의 저녁. 글밤지기의 손길에 벽난로가 켜지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온기가 숙소 안을 가득 채웁니다. 자작자작 타고 있는 나무 소리와 함께 포근한 소파에 앉아 지나간 이들의 방명록을 들여다보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이죠. 정성스러운 그림과 글씨들, 글 헤는 밤의 동화 같은 감성에 취해서인지, 이곳을 지나간 게스트들은 모두 한 편의 작품처럼 그들의 발자취를 남기곤 합니다.


글 헤는 밤 게스트하우스의 또 하나의 특별함은 주인 내외와 함께하는 그림책 테라피 입니다. 글밤지기가 책 한 권을 골라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치 라디오 DJ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책을 읽어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하나의 주제에 따라 도화지 위에 자신의 감정을 그려봅니다.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가며, 조금이나마 마음이 치유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순간만은 귀여운 듀이와 조이도 우리의 이야기에 경청하며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죠.


잠시 후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거실은 게스트만을 위한 공간이 됩니다. 함께 여행 온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맛있는 맥주 맥스를 마시다 보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를 정도. 밤의 어둠은 여행자의 시간을 안온하게 감싸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빠르게 흐르는 하루가 아쉽게 느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아침이 되면, 정갈하게 차려진 아침 식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슬슬 이곳을 떠나기가 아쉬워집니다. 고양이와 작별 인사를 하고 어느 새 정이 든 이 공간을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은 후, 천천히 밖을 나섭니다. 어느덧 봄과 가까워진 따뜻한 공기가 기분 좋아지는 아침입니다.


<글 헤는 밤>

- 주소 : 경기 양평군 양동면 고송길 35-37

- 번호 : 010-7795-8007

- 운영 : 주말 13:00~18:00

-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written_night


시간이 머물러있는 작은 옛 간이역, 양평 구둔역

글 헤는 밤에서 차로 20여 분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구둔역. 구둔역은 현재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인데요, 영화 ‘건축학 개론’과 가수 아이유의 화보 촬영으로 유명세를 타 여전히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작고 아담한 역입니다.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된 이곳은 목조양식의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사진 찍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 구둔역 플랫폼에는 기분 좋은 정적이 흐릅니다. 묵은 상념은 비운 채, 정차되어 있는 오래된 열차 곁에서 철길 끝을 응시하며 맛있는 맥주 맥스 한 모금을 하는 지금. 어느 유명 애니메이션의 대사 한 마디가 문득 떠오릅니다.


“Doing nothing often leads to the very best of something”

-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종종 대단한 뭔가를 가져오지.


쉬이 보낸 시간들에 불안해하지 마세요.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을 얻기도 하니까요.

흘러간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아름다운 구둔역을 거닐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됩니다. 구둔역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소원나무. 이 나무에는 방문객 저마다의 황금빛 소망들이 걸려있죠.


아쉽게도 아직은 동절기라 구둔역의 대합실과 카페 문은 닫혀있습니다. 하지만 곧 봄이 오면, 봄꽃과 함께 사람이 북적이는 따뜻한 풍경이 우리를 반기겠죠. 봄날에도 함께할 맛있는 맥주 맥스를 기대하며 이른 봄이 어서 찾아오기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