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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단비가 내리는 봄날을 기다리며, 숲속 작은 책방 북스테이. 세종시 단비책방

‘언제쯤 봄이 오려나?’ 고요한 아침, 칠흑 같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하루빨리 봄이 오길 바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요. 조금씩 부지런해지는 아침 햇살과 오후 5시가 넘어도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해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봄은 우리도 모른 채 조용히 오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혹 서둘러 봄을 만나고 싶다면, 맛있는 맥주 맥스를 들고 이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북스테이는 봄에 내리는 단비 같은 곳, 바로 세종시 별꽃마을에 있는 단비책방입니다.


단비를 기다리는 작은 집. 단비책방

조용한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단비책방은 ‘비암사’로 가는 길에 있는 우유갑 모양의 귀여운 책방이자 북스테이 숙소입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쉽게 갈 수 있고, 차가 없는 도보 여행자도 조금은 번거롭지만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는 위치입니다. 조치원역에서 택시를 타면 30분 거리. 봄이 되면 벚꽃 터널이 되는 도로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귀여운 빨간 벽돌의 집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곳이 바로 세종특별시에 위치한 단비책방,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단비책방의 체크인 시간은 일반 숙소에 비해 조금 늦습니다. 책방의 성격이 좀 더 강하기 때문인데요. 그 덕에 낮에는 세종시의 맛집 탐방 등, 이 지역을 부지런히 즐길 수 있죠.


유리로 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봄날 같은 따뜻한 온기에 기분도 절로 좋아집니다. 주인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1층 창가 자리에 앉아 창문 밖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보면 따뜻한 커피와 과자를 내어주죠. 


단비책방 주인 내외가 건네 준 이 한 잔의 작은 친절에 마음조차 따뜻해지는 모양이 마치 그동안의 추위를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SNS 채널을 그대로 본뜬 독특한 형태의 카드는 단비책방만의 명함입니다. 중앙이 투명하게 처리된 프레임 덕에 단비책방의 곳곳을 이색적으로 찍기에 아주 좋죠. 단비지기의 위트가 느껴지는 명함!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단비책방 스폿을 이 명함 안에 담아보세요. 촬영 후에는 책갈피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답니다.


단비책방의 온기에 서서히 익숙해져 갈 때쯤, 책방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독립출판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세종시의 1호 독립서점답게 유명한 베스트셀러 서적보다, 여러 생각들이 어울려 있는 다양한 책들이 놓여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책방 안에는 다양한 동물 책들이 눈에 띕니다. 강아지에 관련된 책부터 고양이, 곰, 노루 등 책의 수만큼 다양한 동물에 관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주인이 손수 적어 붙여 놓은 쪽지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예비 독자에게 전하는 편지이기도 하고, 단비지기의 취향과 생각이 묻어있는 일기 조각 같기도 하죠. 책방 한쪽에는 꽃을 그려놓은 그림엽서와 다양한 일러스트의 에코백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그 마음이 문득 가깝게 와닿습니다. 


따뜻한 대화가 남겨져 있는 서점, 단비책방

단비책방의 책들을 가만히 살펴보다 보면, 주인 내외와 저자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따뜻한 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 표지에 단비책방 지기가 적은 간단한 소감이나 추천 글 혹은 책의 저자가 남긴 메시지 등이 그것이지요. 또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독특한 책들도 눈에 띄죠. 


단비책방 지기와 짧게 나눈 대화에서 이 책들에 관심 두게 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우연히 본 웹툰 책을 보곤, 생소함에 ‘처음엔 이런 책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다 어느새 작가의 그림과 글에 빠져들어 독립 서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놓은 책의 힘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느리고 낡았지만 자연스러운 것들

1층 책방을 실컷 구경한 후 오늘의 스테이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단비책방의 숙소는 다름 아닌 다락방입니다. 누군가는 영화에서 경험했던, 누군가는 낭만으로 꿈꿔왔던 그 다락방을 단비책방에서 만나보세요. 


다락방으로 향하는 이 계단도 섣불리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벽면 가득 오래된 영화 포스터들과 정겨운 그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제일 먼저 마주치는 테이블 위에는 오래된 CD들이 차곡히 놓여있기 때문이죠. 빛바랜 엽서와 사진이 전하는 익숙한 느낌 덕에 왠지 오늘 하룻밤은 편안할 것만 같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소꿉친구의 방에 놀러 온 듯한 느낌마저 드는 다락방. 그래서인지 흘러간 옛 노래의 CD은 낡은 레코드판을 보는 것처럼 반갑습니다. 여행자를 배려한 따뜻한 카펫과 푹신한 쿠션들, 따뜻한 불빛의 클래식한 스탠드, 나무로 된 테이블들은 이 공간을 더욱 포근하게 만들어 줍니다. 


고요함, 그대로도 충만한 단비책방의 밤

책방을 찾은 손님과 주인 내외가 모두 떠나면, 단비책방은 오직 머무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 됩니다. 고요한 다락방엔 기다란 창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곳은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주인 내외가 별이 잘 보이는 서쪽 창에 창문을 내었다고 합니다. 초여름이면 반딧불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니, 이곳에 앉아 가만히 반딧불과 촘촘하게 박힌 별을 보고 있기에 좋은 공간이 되는 곳입니다.


단비책방 로고의 모티브가 된 이곳의 독특한 지붕. 책을 펼쳐서 엎어놓은 듯한 단비책방의 박공형 지붕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집 모양의 대표적인 이미지지만, 일상에서 접하기는 다소 어렵죠. 따뜻한 이불 속에서 보이는 단비책방의 낮은 천장과 1층의 책 냄새. 그리고 은은한 조명의 온기에 금새라도 잠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쉽습니다. 조용한 책방과 맛있는 맥주 맥스의 조합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밤이니까요. 


별 헤는 밤,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하는 하루의 마무리

최소한의 조명만 켜둔 채,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된 단비책방. 단비책방은 1층이 전부 책방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조리가 불가합니다. 그래서 식사는 주변에서 즐긴 후, 간단한 주전부리 거리와 함께 들어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실, 별다른 안주가 없어도 맛있는 맥주 맥스라면 괜찮습니다. 맥스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으니까요. 잔잔한 음악을 틀고, 아무도 없는 빈 책방에서 책과 함께 마시는 맥스는 봄을 기다리는 자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맥주 맛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단비책방 정원에 잠시 나가보세요. 하늘에 누군가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새하얀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답니다.


톡.톡.톡. 아침을 깨우는 단비 소리

다음 날 아침, 주인 내외가 차려준 푸짐한 아침식사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샐러드와 과일, 빵과 각종 잼 그리고 넉넉한 커피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운 아침식사입니다. 다정한 단비 지기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얼마나 따뜻한 분인가를 느끼게 됩니다.


책방의 이름처럼 창밖에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바깥풍경을 보고 있는 순간, 공간 특유의 아늑함이 더욱 살아납니다. 비를 좋아해서 서점 이름을 ‘단비책방’으로 지었다며 웃는 단비책방 지기의 해맑은 미소에선 벌써 봄이 느껴지죠. 봄을 알리는 단비,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지친 현대인에게 단비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맛있는 맥주 맥스처럼 말이죠. 


단비와 함께 한 주변 산책. 천년 고찰 비암사

‘단비책방’에서 나와 ‘단비’를 맞으며 걷는 산책길. 책방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는 81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는 오래된 고찰 비암사가 있습니다. 아직은 봄이 오기 전이라 앙상한 나뭇가지가 먼저 여행자를 반기지만, 포근한 절터는 이내 우산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작은 사찰은 가볍게 거닐기 좋죠. 신록이 가득한 봄날 이곳을 다시 찾으면, 더욱더 따뜻한 느낌의 절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단비책방에서 비암사로 가는 길에는 도깨비 도로라는 곳이 있습니다. 착시현상 때문에 내리막길이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도로인데요. 눈으로 봤을 때는 분명 오르막인데, 자동차 기어를 중립으로 두고 있으면 그 오르막을 저절로 오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죠. 


▲3월의 벚꽃

단비가 내리는 날 비암사에서 조치원역으로 가는 길에는 자욱한 안개로 절경이 펼쳐진 저수지를 만날 수 있는데요. 봄이 되면 이곳 세종시의 조천변은 장관을 연출하는 벚꽃 명소라고 합니다. 봄이 되면 시선을 조금만 올려보아도 하늘이 온통 벚꽃으로 가득한, 일명 벚꽃 터널을 이룬다고 하니, 조만간 봄의 정취를 맘껏 누릴 수 있겠죠? 


어느덧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도 끝이 보입니다. 겨울에게는 미안하지만, 따뜻한 봄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는데요, 봄날을 기다리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맥주 맥스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나긴 기다림에 단비가 내리듯 말이죠.


<단비책방>

- 주소 : 세종 전의면 비암사길 75

- 번호 : 010-9447-1267

- 운영 : 체크인 19:00, 체크아웃 09:00 (동절기 10:00)

*숙박은 금요일 or 토요일만 가능합니다

*책방 : 10:00~19:00 운영 /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