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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일품맛집12] 지친 하루 다독이는 소박한 밥술이 있는 곳 신논현역 맛집 ‘분노지(文の字)’


영화 <카모메식당>에는 꽤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핀란드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사치에가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미도리와 인연이 되어 함께 살게 되는데 미도리가 사치에의 집에 온 첫날 미도리는 사치에에게서 소박한 일본식 식사를 대접 받는다. 식탁에 마주 앉아 숟가락을 들던 미도리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데 그를 바라보던 사치에는 조용히 티슈를 건네며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곁에 놓아준다. 왜 우느냐 묻지도 않고 요란스레 위로하지도 않았지만 그를 위해 떠 놓은 국 한 그릇의 위로가 그 어떤 백마디 말보다 깊은 위로가 되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내내 여운으로 남는다.

- 영화 <카코메식당 중> -



음식은 분명 사람들에게 있어 허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화에서 사치에가 미도리에게 건넨 국 한 그릇처럼 음식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순간, 그 음식은 허기를 채우는 그것,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다. 



지친 하루 다독이는 소박한 밥술이 있는 곳 신논현역 일식집 ‘분노지(文の字)’


신논현역 인근 조용한 주택가 한 켠에 자리잡은 일식당 ‘분노지(文の字)’는 요란한 위로보다 따뜻한 밥술의 힘을 아는 곳이다. 잔뜩 힘이 들어간 화려한 음식들은 없지만 아무 때나 찾아와 부담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지난 해 12월에 문을 연 이곳은 젊은 사장 문동택 씨가 운영하는 일식당이다. 문동택 씨는 세계적 요리 명문학교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출신이다.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츠지조리사전문학교는 미국의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프랑스의 르 꼬르동블루(Le Cordon Bleu)와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이다. 배출한 졸업생은 12만명이 넘고, 세계 굴지의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만 2천명이 넘는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뛰어나 어릴 적부터 맛에 경험이 풍부하고 조예가 깊다거나 미각이 천부적으로 발달했다거나 하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평소 ‘요리’와 ‘맛’에 관심이 많았지요.”



“괜찮은 식당, 맛있는 요리를 대할 때면 행복해지는 느낌, 그런 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길을 오게 되었네요”



그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언어가 아닌 요리 공부를 위해 2002년 일본을 찾았다. 1년 반의 어학연수 후 면접을 통해 당당히 요리명문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 입학하게 된 그는 2년 반 동안 학과 과정을 수료하고 2007년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서울 마포의 합정과 서교동 일대에서 7년간의 수련을 거친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요리를 통해 손님들과 소통하는 법, 요리의 기술보다 더 묵직한 그 무게감을 깨달았다. 



“모든 요리사들은 오너 셰프의 꿈을 가지지 않습니까? 저 또한 그 꿈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그 꿈을 펼치지 않고 7년간의 수련기간을 거친 것은 음식의 기술만으로 요리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통한 손님과의 교감, 그것이 일류요리사의 진짜 기술이지요. 

어느 정도 감이 왔을 때 제가 꿈꾸던 ‘분노지’를 오픈 하게 되었습니다.”



‘분노지(文の字)’라는 이름에도 그의 이런 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문동택 씨는 자신의 성이 ‘분’으로 발음되는 것과 ‘라는 자’ 뜻을 가진 노지(の字)를 합쳐 분노지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문씨네’ 정도의 의미를 담는다고 하겠다. 그런데 일본도 애도시대부터 요즘의 우리처럼 말을 줄여서 쓰는 습성이 내려오고 있는데 그 식으로 표현하자면 분노지는 ‘문자’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모바일 시스템이 발달한 요즘의 세대에 편지를 대신하는 가장 손쉬운 소통의 수단, ‘문자’를 선택한 것이다. 문동택 씨가 추구하는 요리는 바로 이와 같은 소통의 도구로서의 음식이다. 사치에가 흐느끼는 미도리 곁에 말 없이 국 한 그릇을 놓듯 그 또한 마음을 담아 손님 상에 요리를 올린다. 



문을 연지 1개월여 남짓, 아직은 혼자다. 주방에서 서빙까지 1인 다역이다. 또한 손님 10여명이면 만석이 되어버리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손님과 얼굴을 익혀가며 점차 친구가 되어 가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혹자는 자주 가면 먹을 게 없는 이자카야와 가격에 압박이 있는 일식집의 스윗 스팟을 찾은 곳이 바로 ‘분노지’라고 평한다. 무엇보다 가격 면에서 일반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넉넉히 헤아린 듯하다. 이곳 요리는 대부분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일식요리 하나에 일품진로 한 병으로 호사스런 저녁술상 좀 즐겨보자 마음 먹어도 주머니에 5만원이면 넉넉하다. 



연어, 전복, 청어 등 그날 그날 신선한 어종으로 나오는 사시미, 오늘의 사시미 주인공은 청어다 신선함이 입안으로 그대로 들어온다. 바삭한 청어 튀김도 담백하다.



얇게 썬 삼겹살에 배추, 버섯 등 다양한 야채를 함께 쪄낸 돼지고기 찜샤브 ‘부타무시 샤브’는 분노지의 인기메뉴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부타세이로무시(돼지고기야채찜)의 캐주얼한 스타일로 주문하면 대나무로 짠 딤섬찜통에 15분 정도 쪄내는데 익어가는 동안 풍기는 담백한 향이 절로 입맛을 끌어당긴다. 자극 없이 은은한 향이 일품진로와는 천생연분의 안주이다.



얇게 썬 삼겹살에 배추, 버섯 등 다양한 야채를 함께 쪄낸 돼지고기 찜샤브 ‘부타무시 샤브’는 분노지의 인기메뉴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부타세이로무시(돼지고기야채찜)의 캐주얼한 스타일로 주문하면 대나무로 짠 딤섬찜통에 15분 정도 쪄내는데 익어가는 동안 풍기는 담백한 향이 절로 입맛을 끌어당긴다. 자극 없이 은은한 향이 일품진로와는 천생연분의 안주이다.



분노지에는 부타무시 샤브 외에도 전복찜샤브인 야와비무시 샤브가 있고, 식전에 입맛을 돋아주는 굴초회, 두툼하니 씹을 것이 있는 새우튀김, 아나고 튀김, 닭가라 아게 등 튀김 종류가 있다. 와규 화로구이와 우설 화로구이, 메로 구이, 전복 버터구이 등의 구이류, 나가사끼 짬뽕, 일본식 오뎅, 니꾸 우동, 야끼 우동 등의 국물요리와 볶음요리, 간단한 안주를 위한 모찌리도후와 마끼 등도 준비된다. 



<분노지(文の字)>

- 주소: 서울시 서초구 주흥3길8(반포1동 743-17)

- 영업시간: 18시~02시

- 휴무일: 매주 일요일

- 전화: 070-4105-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