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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출사지 추천! 알록달록 동심벽화가 있는 홍제동 개미마을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9-81번지. 개미마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입니다. 마을 구석구석 채색된 밝고 화사한 벽화들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끄는 곳이기도 하지요. 풍족하진 않지만 삶의 생기로 늘 반짝이는 곳, 개미마을의 풍경화를 사진에 담으러 떠나보시겠어요?

 

 

가장 높은 곳에 펼쳐진 가장 낮은 삶의 풍경들

 


개미마을을 가려면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내리세요. 1번 출구로 나와 뒤를 돌아보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보이는데 거기에서 07번 마을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그 마을버스의 종점이 바로 개미마을이지요. 홍제역에서 약 20분쯤 타고 가면 개미마을에 도착할 수 있어요. 여타 다른 달동네들이 그러하듯 개미마을도 산꼭대기 높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운동화와 편한 복장이 아니라면 마을버스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답니다.

 

△ 마을버스가 지나는 좁은 골목에도 아름다운 벽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터보 엔진을 달았는지 급경사길을 쌩쌩 올라가는 마을버스나 비좁은 골목길에서 마주 오는 승용차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곡예 하듯 올라가는 기사님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드디어 종점 도착! 마을 꼭대기에는 인왕산 등산로 입구가 있어 등산복 차림의 분들도 이곳에서 많이 내리셨습니다. 지대가 높아 마을의 전경은 물론 산 아래 아파트, 빌라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 먹고 자고 일하고… 하루 24시간 사람 사는 일은 다 똑같은데 선을 긋듯 순차적으로 연상되는 다른 도시의 풍경에 생각이 깊어집니다.

 

개미마을의 보물을 찾으러 출발!

 

 

종점에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용화장실. 마을에는 아직 화장실이 없는 집들이 있어 이렇게 공용화장실을 설치해 두었는데요. 겸사겸사 마을을 찾은 손님들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마을구경의 시작을 알리는 듯 화장실 옆 첫 번째 집 담벼락에 “Let’s GO”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할머니의 푸른 구슬을 찾으러 떠나는 개와 고양이의 모습일까요? 비투지기도 개미마을의 보물을 찾으러 출발해 봅니다.

 

 

개미마을은 도시가스보다 아직 연탄을 사용하는 집들이 많아요. 요즘 도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연탄재들이 집 앞에 놓여있습니다. 연탄재 옆에 놓인 작은 화분, 그리고 그 화분 속 작은 꽃들이 개미마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올 겨울 구수한 된장국거리가 되어줄 시래기도 담벼락 위에 나란히 널려 있네요. 

 


회색빛 담벼락이 미대생들의 캔버스로~

 

 

세월의 두께가 내려앉아 칙칙하던 개미마을에 이렇게 밝고 환한 벽화들이 입혀진 것은 지난 2008년 서대문구와 금호건설이 마련한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그램 덕분이에요. 마을에는 건국대, 추계예대, 상명대, 한성대 등 5개 대학의 미술전공 대학생 130여 명이 참여해 각 집 담벼락마다 그림을 그려 넣었지요. ‘환영’, ‘가족’, ‘자연진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 다섯 가지의 테마로 화사하게 단장한 개미마을은 단 이틀 만에 전혀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후로 5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 벽화 여기저기가 지워지고 색이 바랬지만 화사한 가을 햇살과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운치를 더하네요.

 

 

△ 개미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입니다

 

 

 

높디높은 경사로 언저리에 아슬아슬 지어진 집들이 모인 개미마을은 원래 인디언촌이라는 이름으로 6•25 전쟁 이후 만들어진 곳이에요. 서부영화에 나오던 인디언마을의 그들처럼 소리지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하는데 왠지 개미마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죠? 전쟁 이후 살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이 하나 둘 모여 이곳에 천막을 두르고 임시 거처로 지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마을의 모습을 갖추고 약 210여 가구 350여 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어려운 삶 그러나 희망을 틔우는 삶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유난히 많은 개미마을은 여전히 가난한 동네예요. 주민들 대부분이 일용직에 종사하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하루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녹록치 않은 삶입니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전달 뉴스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 개미마을이라고 하는데, 올 겨울은 개미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길 바래봅니다.

 

△ 담벼락 사이의 꽃들, 슬레이트 지붕 아래 갈라진 푸른빛 벽 그리고 해바라기,

깨진 시멘트 담벼락 위 멋스러운 벽화 등 개미마을의 풍경을 완성하는 훌륭한 소재들입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기억하시죠? “12월23일 14시28분 태어났어요. 2.1㎏” 1,000만 관객을 울린 예승이와 여섯 살 지능의 아빠 용구가 살던 동네의 배경이 바로 이곳 개미마을입니다. 예승이가 해피마트로 첫 출근하는 아빠에게 “수돗물 먹지 말고 끓인 물 먹어. 아니면 정수기”라고 말하며 챙겨주던 장면이 눈에 선하네요. 개미마을의 ‘연탄가게 앞 삼거리’가 바로 거기!

 


깊어가는 가을색을 닮은 개미마을 그리고 뜨끈한 국수 한 그릇

 

 

개미마을을 뒤로 하고 천천히 내려오는 길에 올려다 본 가을하늘과 단풍. 어쩐지 개미마을의 색과 닮아 있네요.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든 삶이지만 다시금 희망을 틔우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개미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벽화만큼이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한 그릇에 2,500원하는 뜨끈한 멸치국수와 참이슬로 추운 몸을 녹여봅니다. 서너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을 품는 아늑함이 있는 곳이네요. 모락모락 퍼지는 국수가락의 뜨거운 김 위로 개미마을의 풍경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알록달록한 벽화와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개미마을의 풍경화, 아련한 아름다움이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꽤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씨지만 홍제동 개미마을로 늦가을 출사 나들이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개미마을 가는 길 홍제역 1번 출구 하차-마을버스 02번 타고 개미마을 종점 하차

홍제해장국수집 개미마을 언덕을 내려와 홍제역 방향 도보 10분. 02-391-5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