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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남도를 품고 달리는 남도 해양 관광열차 S-train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 가사 중 일부) 이 가사를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열차 두 대가 지금 이 시간에도 남도의 맛과 멋을 품고서 달리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남도 해양 관광열차 S-train 입니다.


S- train의 S는 남쪽(South), 바다(Sea), 느림(Slow)의 첫 글자 ‘S’를 따온 것으로 남도의 리아스식 해안과 경전선의 구불구불한 모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올해 9월10일 개통한 뒤 9월27일부터 본격적인 상업운행을 시작하였고, 부산역에서 여수역까지 운행하는 열차와 광주역에서 마산역까지 운행하는 열차, 2편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 열차는 하루 1차례만 왕복하는데. 시간은 편도를 기준으로 약 4시간 30분가량 걸린다고 합니다.



남도 해양 관광열차로 남해안권 관광 활성화와 동서 통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사시사철 남도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계절별 특화 상품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남도 해양 관광열차

  

  • 구간 운임 요금 (금~일요일 / 월~목요일은 할인요금) 
  • 2013. 09. 11 코레일 홈페이지 기준 부산 -> 여수엑스포(편도) 26,900원 / 15,900원 광주송정 -> 마산(편도) 27,000원 / 25,900원 
  • 승차권 예약 일반발매 :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 역창구, 승차권 자동발매기 등 일반승차권 발매 방법과 동일 세트발매 : 가족석 4인 7세트(28석), 커플룸 2인 4세트(8인석) 
  • S-train pass(여행패스) 패스 사용기간 내 연계노선을 운행하는 S-train, 새마을호, 무궁화호 이용 1일권, 2일권, 3일권, 5일권, 7일권 판매 
  • 승차권 예약문의 고객센터 1544-7788 
  • 코레일 홈페이지 http://www.korail.com

남도 해양 관광열차를 타고 득량역으로


남도 해양 관광열차를 타기 위해 광주역에 왔습니다. 아침 7시5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오히려 마음은 가뿐합니다. 플랫폼에 도착해보니 이미 남도로 향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이 있었습니다. 하루 1대만 운행한다고 하니 부지런한 사람들만이 남도 해양 관광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모양인가 봅니다. ^^



오늘은 남도 해양 관광열차를 타고 추억의 거리가 있는 득량역까지 가볼 계획입니다. 광주역을 출발한 남도 해양 관광열차는 광주 송정역에 들러 잠시 정차합니다. 그곳에서 오늘의 여정을 맡고 책임져 줄 기관차를 연결하기 위함인데요, 잠시 후 용 그림이 전체를 휘감고 있는 기관차 한 대가 들어와, 남도 해양 관광열차 선두에 장착되었습니다. 바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모티브로 제작된 ‘거북선열차’입니다. 자~ 이제 드디어 출발을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춰졌습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Slow 기차여행


남도 해양 관광열차의 외관과 내부는 한국적 무늬들로 가득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관차는 거북선 모양으로 치장되어 있고, 전체 객실차의 외관과 내부는 학 무늬와 동백꽃등의 무늬들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남도 해양 관광열차의 전체 좌석은 총 218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객실의 각 칸들은 힐링실, 가족실, 카페실, 다례실, 이벤트실 등 각자의 컨셉과 용도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호차 힐링실과 2호차 가족실은 외양이 약간 다르게 꾸며져 있지만 일반 객실입니다. 힐링실이 좀 더 의자와 공간이 널찍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면 가족실은 수유실도 있고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열차의 각 좌석마다 개별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어 모바일 기기 등 전자제품 등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 매콤하고 푸짐한 맛이 일품인 낙지덮밥



3호차 카페실은 남도의 먹거리들이 도시락으로 준비되어 있고, 각종 음료와 스낵류, 주류와 안주류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뭇 도시락과는 달리 사진에서도 보듯 적당한 가격에 풍성한 재료가 도시락 패키지 안에 가득 담겨있습니다. 맛도 좋습니다. 열차 안에서의 배고픔을 해결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가히 추천할 만 합니다.


 ▲ 식사 후 창 밖 풍경을 보며 시원하게 목을 축입니다.


[s-train 스낵바

  • 남도의 맛과 멋을 품은 도시락 6,000원 ~10,000원 

  • 음료류 1,000원~3,000원 

  • 스낵류 15,00원~4,000원

  • 주류 1,900원

  • 안주류 2,200원~10,000원

  • 선물세트 10,000원


▲ 녹차와 음료 등을 판매하는 다례실



카페실에는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2인석과 둥그렇게 앉을 수 있는 4인석, 그리고 한 켠에는 은밀하게(?) 마련된 커플석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4호차 다례실에는 열차의 코스에도 속해 있는, 세계적인 녹차밭 보성의 녹차음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례실에 들어서자 녹차의 향긋하고 푸근한 향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느리게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흘러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녹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다례실 메뉴] 

  • 다례체험 5,000원~7,000원 (다기세트 제공, 찻잎/다식 제공) 

  • 녹차음료1,000원~2,000원 

  • 녹차라떼3,000원

  • 녹차과자 4,000원~5,000원


▲ (좌) 자전거 거치대 │ (우) 이벤트실 전경



5호차 이벤트실은 말 그대로 이벤트를 위한 공간입니다. 미리 예약하면 단체나 회사, 혹은 동호회 등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공연, 게임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벤트실에는 42석 정도의 일반 좌석과 함께 자전거를 이용하시는 분들을 위한 자전거 거치대도 널찍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간이역 ‘남평역’


가을만이 선사하는 특유의 맑고 화창한, 그리고 호젓하리만큼 느릿하게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자그마한 남평역에 정차를 하게 됩니다. 안내원이 객실 내 스피커를 통해서 20여분간 정차할 예정이니 내려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하시라고 직접 안내를 해주네요.



철로에서부터 남평역까지 노란 국화가 늘어서 있습니다. 화사한 가을햇살을 받은 풍경이 마치 식물원의 노란 꽃 길처럼 보입니다. 그 길에 끝에 보이는 남평역은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었던 것 마냥 아름답습니다. 현재 남평역은 역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차문화 갤러리가 있는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옆 쪽으로는 ‘티월드갤러리’ 라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 티월드갤러리 입구/내부



남평역에는 ‘전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간이역’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데요. 직접 가서 보니 어떤 이유인지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여러분,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아시나요? 이곳은 그 시의 배경이 되었던 역이기도 하답니다. 찬찬히 둘러보니 쓸쓸함을 담고 있는 그 시속의 심상과,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품고 있는 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역사가 깃든 남평역


지나간 역사와 함께 하고 있고,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등록문화재 제299호로 지정되어 있는 남평역에서 잠시 머물러 보세요. 푸근해진 마음과 함께 열차 여행이 더 즐거워 집니다.


‘득량역’ 그리고 추억의 거리


녹차의 고장 보성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 득량역에 도착했습니다. 현대적으로 다시 지어진 듯한 건물이지만 역시나 한눈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역입니다. 남평역과는 달리 세련되게 꾸며진 역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역내에 꾸며진 자그마한 정원 한 켠에는 이 지역 명물인 거북바위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소원을 비는 장소라고 합니다.


▲ 역 앞에서 설치된 망원경과 지역 명물인 거북바위



역 바깥으로 나가니 추억의 거리의 상징일까요? 1986년 포니라고 적혀있는 차 한 대가 역 앞에 주차되어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 역 앞에 전시된 ‘포니 자동차’



문화역이라고 이름 지어진 득량역 내부에는 잘 디자인된 약도로 득량역 주변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남도 해양 관광열차에 관한 팜플렛과 보성 등 주변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득량역 앞을 나섰습니다. 정말 조그마한 동네입니다. 10여m 정도 걸어가면 ‘추억의 거리’가 보입니다. 50m 남짓한 거리의 양쪽으로 가게들과 다방, 학교가 늘어서 있습니다. 벽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 광고, 그리고 오래 전 정치인들의 담화문들에서 적어도 30~40년전의 모습이라는걸 알려주고 있네요. 모두 우리 부모 세대가 향유했던 공간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모든 곳에 베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집니다.


▲ 달아오른 목을 축이고, 이제부터 득량 추억길을 떠나보겠습니다!

▲ 추억의 거리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관람순서입니다

▲ 역전이발관에서부터 시작!



49년전 처음 운영됐고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다는 역전이발관입니다. 제 기억 속에 이런 이미지들은 유년 혹은 국민학교 시절의 끝자락쯤? 그것도 시골이나 중,소도시 어딘가에서 봤던 것들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외양뿐만 아니라 이발을 위한 장비와 주변기구, 소품 등이 모두가 적어도 80년대 물건들입니다. 아~ 다만 이용요금만큼은 물가를 감안한 것 같습니다. ^ ^


▲ 곳곳에 옛정취가 묻어있는 이발관 내부


장난감 가게에는 우리 삼촌과 형들 세대들이 일상적으로 가지고 놀았을 것 같은 장난감, 보드게임 등이 전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어렸을 적 동네 동시상영관 극장에서 하곤 했던 만화영화들의 포스터들이 인상 깊네요. 우와~ 아날로그 세대의 감수성이 대폭발 하는 순간입니다.



장난감 가게를 나와 득량국민학교 라고 적혀있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간판을 따라 들어가 보았습니다.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의 한 켠에 국민학교 교실이 꾸며져 있습니다. 득량국민학교라고 적혀있는 현판 위에는 학교종이 설치되어 있는데 살짝 쳐보니 생각보다 큰 영롱한 소리에 흠칫 놀라기도 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책걸상과 책가방, 공책 등 각종 옛날 학용품과 낡은 풍금 등이 보입니다. 그리고 무쇠로 만들어진 난로 위에 쌓여진 양철 도시락 통들까지……



국민학교 시절의 추억을 안고 다시 추억의 거리로 나와 행운의 다방이라는 곳을 향합니다. 이곳은 77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영업 중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제 곧 40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역시 DJ박스입니다. 뮤직박스라고 벌겋고 큼지막하게 쓰여진 부스 안에는 LP판과 낡은 턴테이블, 그리고 마이크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이런 좁은 곳에서 DJ는 어떤 음악으로 손님들과 하루를 나누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것의 대답처럼 반대편에 몇 장의 LP판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정수라, 김완선 정도되는 한때의 대세였던 국민 언니들도 이젠 추억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녀들도 이제 데뷔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정겨운 소품들과 성냥갑, 주황색 공중전화기까지…… 모두가 추억의 이름들입니다.


▲ (좌) 득량상회 내부 │ (우) 역전만화방 내부



득량상회와 역전만화방, 득량역 등 과거를 회상하는 곳에 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금도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 할아버지, 부모세대들의 숨 깊은 정서들은 쉽게 잊혀질 만한 것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옛 득량역 안에 빼곡히 적혀있는 행선지와 열차의 출발시간을 보면서, 과거라는 지나간 시간 속의 모든 것들이 우리가 너무 메말라 버린 탓에 현재에서 놓치고 사는 것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습니다.


▲ 1987년 4월 이라고 기록된 열차시간표

득량면의 자랑 강골전통마을


향수에 젖어 아쉬운 마음으로 역으로 향할 때쯤 동네 어르신 한 분께서 이곳에서 15분정도만 걸어가면 멋진 한옥의 전통마을이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이곳까지 힘들게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순 없죠. 비투지기가 힘을 내서 강골전통마을로 향합니다. 득량역에서 15~20분정도 걸어가면 강골전통마을이라는 이정표가 나오고, 곧이어 검은 비석으로 세워진 강골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 거기까지도 설마 그런 마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산과 산 사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곳입니다.



가을들녘과 억새들을 지나 조금 걷다 보면 강골 기록사랑마을 전시관이라 불리는 멋들어진 한옥건물과 함께 대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작은 길이 나오는데요, 그 길을 지나면 본격적인 강골마을이 등장합니다.



이곳은 한옥으로 지어진 곳의 선물세트 같은 곳이라고 여겨집니다. 지나가시는 어느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대뜸 따라오라 하시면서 자신이 사는 집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사시는 곳은 한옥스타일로 지어진 일반 집이었는데 너무나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생활과 삶의 흔적들이 곳곳에 베어 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할머니가 사시는 곳을 벌써 몇 번이나 방송에서 담아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몇 년 전 예능프로그램이었던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나왔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요즘에도 가끔씩 민박으로 지내다 가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생각이 들만큼 소박하고 정겨운 곳이었습니다.



할머니와 헤어지고 마을을 둘러 보았습니다. 마을이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한옥이라고 알려져 있다는 이용욱 가옥(중요민속자료 제159호)은 작은 호수, 수령이 깊어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멋진 경치와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화정이라는 곳에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마을 초입에서 200여m 정도 되는 돌계단으로 된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왼편으로 아주 고풍스러운 정자 하나가 지어져 있습니다. 역시나 중요민속자료 제162호라고 합니다. 정자에 대문도 지어놓고 그 안에 호수도 만들어 놓은 것이 예사롭지 않은 정자인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여름에 오면 굉장히 시원할 것 같고, 지금 같은 가을에는 낭만스러운 분위기도 연출될 것 같은 곳입니다. 옛 선비들의 풍류가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남도 해양 관광열차와 함께한 옛 것에 대한 낭만들


평균 30~50km로 유유히 이동하는 남도 해양 관광열차의 느릿하고 여유로운 속도는, 가을날의 푸르르고 풍요로운 낭만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그리 많이 떠오르지를 않네요. 열차 안에서 남도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전국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간이역에 들러 사진도 찍고, 추억의 거리라 불리는 득량역에 내려 잠시 옛 향수에 젖어보기도 하고…… 신비로운 느낌의 전통한옥마을에 들러 천천히 걷다 보면 이런 삶의 리듬이야 말로 힘들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자! 가을의 여유와 낭만이 남도에서 손짓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에 꼭 달려가세요. 열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