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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추천 데이트코스! 언덕을 오르며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곳 서촌 마을



다른 도시와 달리 서울은, 급격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그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길은 탁 트인 대로가 되고 옹기종기 지붕이 맞닿아있던 야트막한 집들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서울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용케도 개발의 바람을 빗겨가 아직 옛 느낌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서촌마을이 바로 그 중 한 곳인데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660여 채의 한옥과 공방, 갤러리 등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촌마을의 정경, 함께 걸으며 감상해 보실까요?


사람 냄새 나는 서민마을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쪽에 있다 하여 서촌마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이곳은 성곽 안쪽에 자리한 옥인동, 체부동, 통인동, 청운동, 효자동, 경복궁 역에 이르기까지의 지역을 말합니다. 경복궁 동쪽에 있는 북촌(청계천의 북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북촌에 비해 조금 더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긴다고 해야 할까요? 으리으리한 기와집보다는 작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기와집이 많고 시장이 있어 보다 서민의 삶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에서 발행한 ‘경복궁 서측 걷기’ 라는 안내책자를 구한다면 서촌에 대해 미리 자세히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책자에서는 5가지 테마로 서촌 걷기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각 코스마다 여정과 무드가 다르니, 여러분들의 취향에 따라 골라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다운받기 http://bukchon.seoul.go.kr/bbs/bbs_view.jsp?bbsid=8&idx=947


<테마별 서촌 도보 코스>


코스1 _ 예술산책길

경복궁 역 4번 출구 - 소소돌방 - 대림미술관 - 서울 통의동의 백송 - 류가헌 - 보안여관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 쌍홍문 터 - 갤러리 아트가 - 경복궁아트홀 (소요시간: 1시간 20분)


2코스 _ 옛추억길 

경복궁 역 2번 출구 - 통인동 이상 가옥 - 통인동 빈티지 - 잔 갤러리 - 예미다정 - 구메구메 - 누하33 - 대오서점 - 예화 - 아트돌 - 통인시장 - 리즈솝 - 송석원 터 - 자수궁 터 - 마을공동체 품애 (소요시간: 50분)


3코스 _ 골목여행길 

경복궁 역 1번 출구 - 금천교시장 - 영웅사 세탁소 - 체부동 홍종문 가옥 - 노천명 가옥 - 소호 - 배화여고 생활관 - 필운대 - 작은 세종 아트 (소요시간: 50분)


4코스 _ 하늘풍경길 

마을버스 승차장(종로05) - 소호 - 서촌주거공간연구회 - 이상범 가옥 및 화실 - 아이안 - 아트팩토리 - 옥인상점(서촌라이프) - 윤동주 하숙집 터 - 티벳박물관 - 인왕산 수성동 계곡 (소요시간: 50분)


5코스 _ 마을여행길 

경복궁 역 4번 출구 - 보안여관 - 팔레 드 서울 - 임이조 전통춤전수원 - 세종대왕 나신 곳 - 수주 변영로 가옥 터 - 자수궁 터 - 송석원 터 - 경복궁역 1번 출구 (소요시간: 1시간 50분)


경복궁에서 시작하는 역사 속으로의 도심산책


한 가지 코스만 걷기 욕심난다면 지도를 보고 코스를 적절히 믹스해서 나만의 도보 코스를 잡아보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그래서 일단! 5코스의 시작점인 경복궁 역 4번 출구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출구에서 뒤로 돌면 바로 옆으로 나있는 작은 골목. 그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오래된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있네요. 머리 위로 어지러이 얽힌 전깃줄도 가을하늘과 매치되니 근사합니다. 



골목길을 나와 길 건너 경복궁 돌담길이 있는 큰 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대림미술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사진 전시로 출발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 대중적인 콘텐츠를 통해 예술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로 유명합니다. 폴 스미스 전, 칼 라거펠트 전, 핀 율 전 등에 이어 요즘은 ‘라이언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을 하고 있답니다. 



기와지붕 아래 손바닥만한 쪽창문, 칠이 다 벗겨진 나무대문, 녹슨 사슬…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과 ‘낡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촌이 아닐까 합니다. 낡아서 더 운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 많은 것들을 잃고 난 지금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 서촌은 느릿느릿 걷기에 더 없이 좋은 동네지요. 서촌을 찾을 때는 차는 잠시 집에 두고 오세요~



통의동에는 '통의동 백송'이라고 하여 유명한 백송이 있었는데요. 높이 16m로 우리나라 백송 중 가장 크고 수형이 아름다워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되었으나, 1990년에 태풍으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현재 터에는 백송의 밑동만 남아 있는데 그것만으로 크기를 짐작해봐도 실제 살아있었다면 어마어마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백송터가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영조가 임금이 되기 전 살던 영조 잠저와 추사 김정희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입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어린 시절과 실제 함께 해온 백송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해지네요. 

 


백송터에서 나와 통의동 한옥갤러리 류가현과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이중섭 같은 시인과 화가들이 모여 활발한 교류를 나눴던 80년 넘은 보안여관,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와 함께 거의 100년의 역사를 가진 자교교회까지 둘러보고 나면 바로 길 건너 맞은 편에 통인시장 입구가 보입니다. 이제 길 건너 통인동으로 가볼까요? 


서민의 삶이 깃든 소소한 풍경



통인시장은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입니다. 서촌은 조선시대부터 민가가 밀집해 있던 곳으로 4대문 안에 있는 유일한 골목형 시장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지금의 통인시장은 기름떡볶이, 도시락 카페 등으로 유명한데요. 시장에서 산 먹거리들을 도시락 카페라는 시장 내 공간에서 먹을 수 있답니다. 


▲ 거리마다 소소한 아름다움을 지닌 서촌의 매력에 금새 기분은 Up~.

전봇대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천천히 다시 걸어봅니다.



통인시장에서 나와 수성동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이곳 저곳 한 눈 팔 곳이 너무 많은 서촌.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온 한옥집이 바로 이 누하동에 있는 한옥입니다. 이 외에도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을 노래했던 노천명 시인의 가옥, 티벳 박물관, 윤동주 하숙집터, 드라마 <상어>에도 나왔던 옛모습 그대로의 ‘대오서점’ 그리고 그 안으로 살짝 들여다 보이는 100년이 넘은 안채 등 줄줄이 이어진 명소들에 카메라 메모리가 부족할까 걱정될 정도로 정신 없이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특히 대오서점의 주인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62년째 헌책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미 서점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한 만큼 문을 닫을까 고민이 많으시다지만 그 보존적 가치와 추억의 아쉬움에 할머니도 쉽사리 그리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오서점 막내딸이 ‘대오서점 겨울나기’ 프로젝트(www.withcrowd.co.kr)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대오서점이 계속 이곳에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합니다.   


▲ 서촌의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면 수성동 계곡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데요.

바로 저 초록색 9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되지요. 옥인아파트 종점에서 하차!



<종로09번 마을버스 노선 안내>


첫차 06:00 / 막차 22:00


옥인아파트(종점)-우리약국-한아름슈퍼- 오거리-칠성약국-경복궁역(3호선)-광화문역(5호선)-코리아나호텔-시청역(1/2호선)-삼성프라자-남대문(기점)-프레스센터-광화문한국통신-경복궁역(3호선)-칠성약국-오거리-통인시장, 종로보건소-우리약국-옥인아파트



서촌의 먹거리는 서촌의 역사만큼이나 전통이 있습니다.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뿐 아니라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까지 있는, 상추튀김과 김밥쌈이 유명한 ‘남도분식’, 매운 고추짜장면과 고추짬뽕으로 유명한 50년 전통의 중국집 ‘영화루’, 삼겹살 600g에 2만2,000원인 초저렴 맛집 대하식당 등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서촌에서 해결하고도 먹어보고 싶은 게 넘치는 곳이랍니다.



기름떡볶이의 원조는 사실 통인시장이 아니라는 말도 있는데요. 그럼 어디냐고요? 통인시장에서 경복궁 역 1번 출구 쪽으로 쭉 내려오면 금천교시장(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이 있습니다. 그 입구에 97세 할머니가 그 주인공으로 추정(?)됩니다. 할머니가 워낙 ‘시크’하셔서 말 붙이기가 좀 곤란하지만 이곳에서 50년 넘게 기름 떡볶이를 만들며 인근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의 많은 펜을 거느리고 계시죠.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와 금천교시장 할머니 기름 떡볶이의 맛을 비교해보시고 각자 진짜 원조를 선정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여유 있게 타박타박 걸으며 기웃거리기 좋은 곳, 서촌. 이곳은 주거지인 만큼 조용조용 구경하는 에티켓이 필수라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다 열거하진 못했지만 그 외에도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곳이 너무나 많은 서촌. 분명 북촌과는 다른 소소한 옛 서민의 일상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다만 북촌에 비해 현대화가 좀 더 이루어진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쉬운 느낌이랄까요. 더 이상은 이대로의 모습, 잘 보존하고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차가운 가을의 무렵인 요즘, 여러분도 서촌 나들이 계획 세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