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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을지로에서 만난 노가리와 골뱅이 짝꿍! 맥스 생맥주를 만나다.

노가리 골목을 아시나요?



서울의 한 복판이라지만 을지로3가의 골목골목은 시간을 20~30년 전으로 되돌린 듯합니다. 솔직히 낡고 후미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번뜩이는 빌딩을 뒤로하고 굳이 이 골목을 찾습니다. 일명 ‘노가리 골목’으로 불리는 이곳에 들어서면 일단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지요. 특히 세월의 흔적이 잔뜩 내려앉은 오랜 간판들은 나이를 함께 먹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가게 밖으로 툭툭 나와 있는 테이블은 일상의 경계를 풀어줍니다. 그 중에서도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임을 자랑하는 ‘뮌헨호프’. ‘뮌헨’의 분위기라고는 1%로 나지 않는 곳이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이 넘치는 그곳에서 낮부터 노가리를 뜯어보려합니다.

10월에는 야외 테이블이 진리



실내에도 넉넉한 좌석(퇴근시간이 되기 무섭게 꽉 들어차기는 합니다)있지만 요즘처럼 볕 좋고 바람 좋은 가을날에는 야외 테이블에서 자리를 잡는 게 정석이겠지요. 투박한 플라스틱 테이블과 블편한 의자(파란 테이블에 빨간 의자, 보색대비의 미학까지^^)가 전부이지만 하루종일 각 세우고 힘 준 이들에게 이만큼 편안한 자리도 없습니다. 몸은 불편할지 몰라도 마음만은 적당히 풀어져도 좋은 곳, 그것이 낡고 오래된 가게의 묘미이지요.

노가리 한마리 천원, 착하다 착해!


그렇게 자리를 잡으면, 뭐 따지고 말 것도 없이 ‘노가리’부터 외쳐줍니다. 젊은이용인 ‘을지로 노가리’와 얼려서 건조하여 푸석푸석한 식감을 자랑하는 어른용 ‘황태 노가리’가 있는데 웬만하면 ‘을지로 노가리’인 거 아시죠? 우리 아직 청춘이잖아요. 무엇보다 놀라운 건 노가리 한마디가 단 돈 천원이라는 사실! 그렇다고 결코 작거나 마르지 않았습니다. 살이 통통이 오른 제법 실한 노가리 한 마리인지라 ‘Max 生’ 3잔도 너끈할 것 같은데요. 착한 가격의 멋진 안주, 왜 이곳을 진작 알지 못했을까요?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노가리의 참맛



노가리 골목의 1인자답게 주문과 동시에 노가리를 숯불에 구워 3분 안에 테이블에 올려주는 초스피드 서비스를 자랑합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두툼한 노가리를 일단 먹기 좋게 찢은 다음 붉은 소스에 찍어 먹어보는데요. 아~~ 세상에나. 맵습니다. 매워도 너~~무 맵습니다. 그런데 외면하지 못하고 자꾸 손을 뻗게 됩니다. 알싸한 매운 맛이 구수한 노가리와 찰떡궁합인 것인데요. 간장에 마요네즈를 곁들인 소스 한번, 매운 소스 한번, 이렇게 번갈아 먹으며 불타는 입안을 진정시키는 것도 노하우. 마지막으로 시원한 생맥주로 시원하게 입가심을 하게 되니 ‘Max 生’이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놀라운 광경을 연출하게 되지요. 특히 회전율이 좋은 이곳의 생맥주 맛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국내산 골뱅이 무침 ‘동해’를 확인하세요!


을지로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메뉴가 바로 골뱅이 무침이지요. 풍성한 파 채와 대구포 그리고 볼을 꽉 채울 만큼 튼실한 골뱅이의 조화가 을지로 골뱅이만의 특징인데요. ‘뮌헨 호프’는 골뱅이는 이중에서도 특별합니다. 1단계, 파채와 대구포가 매콤하게 무쳐진 양푼과 골뱅이 통조림이 따로 나옵니다. 2단계, 골뱅이 통조림을 직접 파채에 부어줍니다(국물까지 남김없이 붓는 게 포인트). 3단계, 튼실한 골뱅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줍니다. 4단계, 양념과 잘 비벼줍니다. 5단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한 젓가락 맛나게 먹어주시면 됩니다.

라면에 계란 사리까지, 배까지 든든하다.



천원 노가리에 비해 이곳의 골뱅이 무침은 고가의 안주에 속하는데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동해에서 잡힌 국내산 골뱅이를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자연산’이라고 표기된 통조림은 많지만 여기에 ‘동해’가 붙지 않으면 모두 수입산인데요. 국내산을 자랑하듯 부드러운 골뱅이의 식감이 남다릅니다. 그렇게 한참 골뱅이 무침 삼매경에 빠져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6단계가 나타납니다. 매콤한 양념과 어울리는 라면사리와 삶은 달걀이 서비스되는 것이지요. 골뱅이가 모두 사라져 아쉬울 즈음 나타나는 라면과 달걀에 다시 심기일전 젓가락질! 판이 새로워졌으니 ‘Max 生’도 한잔 더! 이 불콰해진 얼굴을 선선한 가을바람이 식혀주니 노가리 골목에서의 한잔, 이 가을 어찌 피할 수 있겠습니까.




뮌헨호프
서울 중구 을지로3가 104
Tel. 02-2273-2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