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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한국인에게 젓갈은 '밥 도둑'입니다. 요즘처럼 나른한 봄날,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갈에 곰삭은 젓갈 한 점을 올려 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지지요. 젓갈은 맛있기도 하지만 그 짠맛 때문에 밥을 더 많이 먹게 되는 음식인데요. 며칠 전 다녀온 남도 여행길에서 짜지 않고 감칠맛 나는 젓갈을, 그것도 다양한 종류를 한꺼번에 정식으로 맛볼 수 있었던 집을 소개합니다.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부안나들목을 지나면 머지않아 서해의 짭조름한 내음이 풍기는 곰소항에 닿을 수 있습니다. 곰소항은 국내 제일의 천일염이 생산되는 곰소염전으로도 유명한데요. 1970년대만 해도 100여 명의 염부(염전 종사자)들이 일할 정도로 큰 염전이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수입 소금이 들어와 곰소의 소금은 소량 판매하거나 젓갈을 담글 때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곰소염전 주변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젓갈정식'을 써 붙인 음식점이 많았습니다. 젓갈정식이 흥미롭기도 하고, 떠나기 전 주변에서 추천도 많이 받았던지라 검색결과 가장 평이 좋은 '곰소쉼터'에서 한번 맛보기로 했습니다.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8천 원짜리 젓갈정식을 주문하면 이렇게 작은 종지에 아홉 가지 젓갈이 나옵니다. 오징어젓, 낙지젓, 창난젓같이 익숙한 것부터 청어알젓, 순태젓 같은 생소한 젓갈까지!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맛을 내는 다양한 젓갈들입니다. 모두 곰소염전에서 나오는 천일염으로 1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다고 하네요. 밥을 먹다가 우연히 창문 너머로 젓갈 창고를 보게 되었는데, 그 크기와 규모가 이 집의 유명세를 실감하게 합니다.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젓갈정식이라길래 저는 찬으로 젓갈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요. 딸려나오는 반찬의 가짓수를 세어보니 무려 15가지나 됩니다. 제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여기는 바로 반찬 인심 후한 전라남도였던 거죠! 전라도에서 이 정도 반찬은 기본이랍니다. ^^ 반찬은 소금을 이용한 짠지 종류가 많았는데요. 바닷가라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방게볶음도 있었습니다. 젓갈 없이도 밥 한두 공기쯤은 뚝딱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젓갈정식만 맛보기엔 아쉬워 곰소쉼터의 또 다른 추천메뉴인 간장게장을 주문했습니다. 젓갈을 메인 메뉴로 하는 곳이라 게장을 시켜도 될까 내심 고민했는데요. 짜지 않고 달큼한 국물이 탱글탱글한 게살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그 감칠맛이 진정 일품이었습니다. 먹어본 간장게장 중 가장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이렇게 한 상 차려놓고 보니 임금님 밥상이 부럽지 않네요.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젓갈을 한 가지씩 맛보다가 가장 맛이 좋은 어리굴젓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젓갈의 참맛은 역시 뜨끈한 흰 쌀밥과 함께 먹을 때 느낄 수 있죠.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상추쌈도 하나 싸서 먹어봅니다.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남은 밥은 몽땅 게 뚜껑에 넣어 알과 함께 쓱쓱 비벼서 먹었습니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게가 얼마나 큰지, 게딱지 반쪽에 밥 반 공기가 다 들어갑니다. 젓갈과 게장이 살짝 비리다고 느껴질 때도에는 시원한 맥주를 한 병 주문하면 좋겠죠? ^^ 짭조름한 반찬에 맥주가 술술 넘어갑니다.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제가 이 집에서 느낀 한가지 불만은 젓갈정식을 1인분을 주문하든, 4인분을 주문하든 같은 양을 준다는 점입니다. 찬을 비운 후 젓갈을 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리필은 셀프서비스라네요.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고, 무한 리필이 가능하답니다. 젓갈이 담긴 냉장고를 보니 불타오르는 식욕을 참을 수 없더군요. 결국, 전 어리굴젓을 듬뿍 담아와 밥 한 공기를 더 주문했습니다. ^^;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밥 도둑 젓갈과 게장으로 배를 채운 후, 소화도 시킬 겸 곰소염전을 산책했습니다. 아직 바람이 차서 염전에서 흰 소금을 거두는 풍경은 볼 수 없지만, 물을 대 놓은 검은 염전도 충분히 이색적이었습니다.

[남도여행] 맛깔나는 밥 도둑! '곰소쉼터'의 젓갈정식과 간장게장

염전 끝에는 이렇게 소금 창고들이 줄지어 있는데요. 오래된 나무집과 염전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광에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가 없더군요. 근처에는 곰소항이 있어 포구와 어시장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하네요.

올봄, 남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곰소염전의 젓갈정식을 꼭 리스트에 넣어두시기를 추천합니다. 맛있는 젓갈정식도 먹고, 곰소염전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느끼실 수 있으니까요. 특히 가족 여행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아이가 염전을 무척 신기해하더라고요! ^^


상호명 : 곰소쉼터
전화번호 : 063-584-8007
주소 :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1219-19
위치소개 : 곰소항, 곰소염전 근처
인기메뉴 : 젓갈정식 8,000원, 간장게장정식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