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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주당명언#3] 내가 마신 술잔을 한 번 세어보아요

급작스럽게 따스해진 5월의 봄날... 갑자기 바다가 격하게 보고 싶어 귀찮아하는 남친을 졸라 가까운 안면도 해변으로 향했어요. 햇볕은 뜨겁지만 바람은 아직 찬 기가 제법 남아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변으로 소풍을 왔더라고요.
아직 물에 들어갈 엄두는 안나고... 그늘진 바닷가에 돗자리를 펴놓고 뒹굴뒹굴하며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하다, 준비해온 아이스팩에서 꺼낸 시원한 맥스를 한 병 두 병 꺼내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어요.
남친에게는 미안하지만, 전 어차피 면허가 없어 운전을 도와줄 수도 없으니 한잔 하면 어때요.;-) 그래서 일부러 도시락도 제가 임금님 상 못지 않게 싸온거 아니겠어요! 술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닌데 그날따라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역시, 좋은 경치가 안주라더니...'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주량을 오버해 버렸네요. 룰루~ 내친김에 남친 무릎을 베고는 그동안 좋았고 서운했던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까지는 좋은데....
악!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문득 눈을 떠 보니... 한심한 눈으로 절 내려다보고 있는 남친님. '야... 자면서 주정까지 하더라? '아이부리와쉬고'? 이상한 말 계속 중얼거리고. 어? 뭐야... 아씨 침까지 흘렸네! 바지 다 젖었잖아!! 아 축축해.' 아... 어째 술이 잘 들어간다 싶더니... 비웃듯 내려보는 남친님의 눈빛... 민망해 죽겠어요. 어쩌죠? 두고두고 놀림당하겠네...

술은 정직합니다. 문제는 과음!

상큼한 5월의 봄날의 소풍... 바다와 산, 푸른 물빛과 초록빛 자연을 마주한 그 순간... 아마 이것보다 술맛 나는 '지금 이 순간'은 더이상 없을 거에요. 그런데, 이런 좋은 분위기에서 마시는 술은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
술은 정직한 것이야, 딱 마신 만큼만 취하거든...
-희곡 '햄릿' 중-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주사를 부린 사람들은 흔히들 이렇게 말합니다. '아,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분위기에 취해 과음을 해버렸네?' 분위기에 취해, 그날 따라 피곤해서... 여러 가지 이유를 대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취한 이유는 딱 하나. 술을 많이 마셔서입니다. 마신 양만큼 취하는 게 술이거든요.
고주망태가 되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 술을 적당히, 절제해 가며 마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죠?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자신이 마신 술잔의 수를 세는 겁니다. 한 잔, 두 잔, 세 잔... 이렇게 하다 보면, 내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도 있고, 한 잔... 두 잔... 세어가면서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도 있고요. 명심하세요! 취하지 않는 방법은 딱 하나! 적당히 마시는 것 뿐이랍니다!!!


*‘주당명언’은 술과 관련있는 명언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