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된 필라이트 라들러! 가볍고 상큼한 레몬맛에 많은 분들의 성원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필라이트 라들러를 더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필라이트 라들러처럼 상큼달콤한 레몬 타르트! 타르트라고 하면 왠지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요. 오늘 비어투데이에서는 에어프라이어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노오븐 레시피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드릴 테니 잘 따라오세요!
상큼한 필라이트 라들러에 딱! 레몬 타르트 레시피
재료 : 레몬, 밀가루, 버터, 박력분, 계란, 설탕
1. 녹인 버터 40g, 설탕 25g, 계란 노른자 1/2개를 넣어준 뒤 잘 섞어주세요.
2. 박력분 110g을
채에 거르고 반죽해 주세요.
완성된 반죽은 밀봉시킨 뒤 냉장고에 1시간 정도 휴지시켜 주세요.
3. 반죽을 휴지시킬 동안 레몬 커드를 만들어 볼까요?
달걀 2개, 설탕 110g을 넣어 잘 섞은 뒤, 레몬즙을 넣어줍니다.
4. 걸쭉해질 때까지 약불에서 중탕으로 저어주세요.
5. 충분히 걸쭉해졌다면, 불을
끄고 버터 20g과 레몬 제스트를 넣어주세요.
다시 잘 저어주면 레몬 커드 완성!
6. 도마와 밀대에 밀가루를 살짝 묻히고 휴지가 끝난 반죽을 평평하게
펴주세요.
7. 반죽을 넣기 전 타르트 틀에 버터를 발라주세요.
8. 타르트 틀에 반죽을 얹고 가장자리 부분을 깔끔하게 잘라주세요.
9. 포크로 반죽에 숨구멍을 내주세요.
10. 에어프라이어 160도에 20분 구워주면 타르트지 완성!
11. 타르트지에 레몬 커드를 넣고 에어프라이어에 90도로 20분 구워준 뒤,
냉동실에 30분 정도 얼리면 레몬 타르트 완성!
에어프라이어로
만드는 레몬 타르트! 보기만해도 상큼하지 않으신가요?
한 입 먹어보니 겉은 바삭하고, 레몬 커드는 부드럽고 달콤했는데요. 여기에 필라이트 라들러 한 입 먹으면 상큼한 레몬의 풍미가 UP! 이번
주말, 오븐이 필요 없는 레몬 타르트를 만들어 필라이트와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집에서 상큼한 피크닉 분위기를 달콤하게 즐겨보세요!
지난달 출시된 필라이트 라들러! 가볍고 상큼한 레몬맛에 많은 분들의 성원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필라이트 라들러를 더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필라이트 라들러처럼 상큼달콤한 레몬 타르트! 타르트라고 하면 왠지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요. 오늘 비어투데이에서는 에어프라이어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노오븐 레시피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드릴 테니 잘 따라오세요!
상큼한 필라이트 라들러에 딱! 레몬 타르트 레시피
재료 : 레몬, 밀가루, 버터, 박력분, 계란, 설탕
1. 녹인 버터 40g, 설탕 25g, 계란 노른자 1/2개를 넣어준 뒤 잘 섞어주세요.
2. 박력분 110g을
채에 거르고 반죽해 주세요.
완성된 반죽은 밀봉시킨 뒤 냉장고에 1시간 정도 휴지시켜 주세요.
3. 반죽을 휴지시킬 동안 레몬 커드를 만들어 볼까요?
달걀 2개, 설탕 110g을 넣어 잘 섞은 뒤, 레몬즙을 넣어줍니다.
4. 걸쭉해질 때까지 약불에서 중탕으로 저어주세요.
5. 충분히 걸쭉해졌다면, 불을
끄고 버터 20g과 레몬 제스트를 넣어주세요.
다시 잘 저어주면 레몬 커드 완성!
6. 도마와 밀대에 밀가루를 살짝 묻히고 휴지가 끝난 반죽을 평평하게
펴주세요.
7. 반죽을 넣기 전 타르트 틀에 버터를 발라주세요.
8. 타르트 틀에 반죽을 얹고 가장자리 부분을 깔끔하게 잘라주세요.
9. 포크로 반죽에 숨구멍을 내주세요.
10. 에어프라이어 160도에 20분 구워주면 타르트지 완성!
11. 타르트지에 레몬 커드를 넣고 에어프라이어에 90도로 20분 구워준 뒤,
냉동실에 30분 정도 얼리면 레몬 타르트 완성!
에어프라이어로
만드는 레몬 타르트! 보기만해도 상큼하지 않으신가요?
한 입 먹어보니 겉은 바삭하고, 레몬 커드는 부드럽고 달콤했는데요. 여기에 필라이트 라들러 한 입 먹으면 상큼한 레몬의 풍미가 UP! 이번
주말, 오븐이 필요 없는 레몬 타르트를 만들어 필라이트와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집에서 상큼한 피크닉 분위기를 달콤하게 즐겨보세요!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연애에 완전히 젬병인 것도 아니고, 남자에게 먼저 고백해보기도 처음이 아닌데, 열다섯 소녀마냥 며칠째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서 밤잠을 설쳤다. 무턱대고 바스티를 찾아가서 ‘나 좋아한다며. 나도 네가 좋으니 한번 사귀어 볼까?’하고 말하기도 쑥스럽기 그지 없고, 그쪽에서 먼저 고백해주길 기다리며 은근한 추파를 던지는 짓도 목구멍이 오글거려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다 있는 대로 머리를 쥐어짜 겨우 해낸 생각이란 게, 내 손으로 구운 쿠키였다. 지난 크리스마스 파티에 친구들을 위해 쿠키를 구워갔었는데, 내가 구운 줄도 모르고도 바스티가 제법 맛있게 먹었던 기억 덕분이었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둥!
두둥!
준비는 완료됐다. 갑작스런 방문에 대비해, 사전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파악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바스티는 서너 시간 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간다고 했다. 도서관이 우리 집 근처라, 그는 책을 빌리거나 반납할 때면 꼭 들렀다 가곤 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식탁 위에 올려진 재료를 보고 “쿠키 구워?”라며 룸메이트 잔드라가 주섬주섬 소매를 걷어붙였다. 일단 큰 그릇에 밀가루와 설탕, 버터 한 덩이를 부었다.
물론 맨손으로 버터를 뭉개며 양심의 가책을 살짝 느꼈다. 매번 구울 때마다 느끼지만 쿠키에 들어가는 설탕과 버터의 양은 정말 엄청나다. 뱃살이 찌면 안 된다며 복근도 없는 배를 팡팡 두들기는 바스티의 평소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달콤한 음식을 좋아해, 맥주마저 라들러(Radler)를 마시는 그에게 쿠키는 거절하지 못할 선물이 될 터였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깨끗이 닦은 식탁 위에 밀가루를 흩뿌리고 차진 반죽을 올렸다. 베이킹에 있어서는 나보다 한 수 위인 잔드라가 먼저 나서서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었다. 그 다음은 베이킹 틀이다.
우리는 번개 같은 속도로 별과 꽃과 종, 그리고 트리 모양을 찍어나갔다. 웬일로 쿠키를 굽냐고 물을 만도 한데, 잔드라마저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 있다는 듯 공감 내지는 응원의 눈빛만 보낼 뿐이다.
두어 판을 오븐에 굽고 나서 두 번째 쿠키반죽에 들어갔다. 이번엔 버터가 두 덩이다. ‘바스티, 미안. 나중에 윗몸 일으키기 할 때 발목 잡아줄게’를 뇌며, 식탁 위에 코코넛 가루를 흩뿌렸다. 조그맣게 떼어 구 모양으로 굴린 반죽에 코코넛 가루를 묻혔다. 그리고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폭폭 두드리면 딸기잼을 담을 구멍이 생긴다. 룸메이트가 딸기잼 병을 열자 “뻥!”하는 소리가 났다. 물을 조금 섞어 중탕한 딸기잼이 반죽 위에 하나 둘 얹혀졌다. 빛깔이 고왔다.
나는 라임액과 슈가파우더를 섞어 밝은 갈색으로 구워진 쿠키 위에 덧바르고 장식을 했다. 몇 시간에 걸쳐 완성한 두 종류의 쿠키가 식탁 위에 주르륵 늘어섰다. 참 보기가 좋다.
시계를 보니 네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올 때가 되었구나 싶어 바스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신호가 가다가 뚝 멈췄다.
“바스티?”
“응, 이작.”
“어디야?”
“아, 집에 왔는데.”
피시식 김이 빠졌다.
“올 줄 알았더니. 그냥 갔어?”
“전화했는데 안 받던데? 오늘 금요일이라 부모님 댁에 다녀오려고 짐 싸는 중이야.”
재빨리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 하필 왜 귀에 들리지 않았는지 바스티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두 통이었다.
“기차시간 맞추려면 나 지금 나가야 하는데. 할 말 있어?”
바스티가 물었다.
나는 애꿎은 쿠키봉지만 한동안 만지작거리다 “아니. 잘 다녀와.”라고 대답했다. 어차피 바스티는 일요일 오후면 돌아오고, 그 동안 다 먹어 치우지 않는 한 쿠키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바스티는 주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맥주나 마시자.”
옆에서 아작아작 쿠키를 먹던 잔드라가 군말 없이 윗옷을 건넸다.
“라우흐비어(Rauchbier?)”
‘담배를 피우다’라고 할 때 쓰는 독일어 동사가 라우헨(rauchen)이다. 그래도 담배와는 관련이 없겠지 싶었다. 그렇다면 다른 뜻으로 ‘훈제하다’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체 맥주를 어떻게 훈제한단 말인가. 잔드라는 “한 번 마셔봐.”라며 짙은 빛깔의 맥주를 내 앞에 턱 내려놓았다.
1678년부터 밤베르크(Bamberg)지역의 특산맥주라고 했다. 설마 내가 맥주를 가릴 쏘냐. 한 모금을 벌컥 들이켰다. 맙소사. 내가 잔드라를 향해 한 말은 이랬다.
“훈제연어를 마신 느낌이야.”
잔드라가 킥킥 웃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맥주를 만드는 맥아를 훈증해서 이런 별난 맛이 난다고 했다. 나는 별난 맛이 마음에 들었다. 바스티에게 고백하겠다는 마음이 푹 꺼져버린 자리에 자꾸 라우흐비어가 스몄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주량을 넘기고 석 잔을 마셔버렸다. 똑같이 석 잔을 마시고도 멀쩡한 잔드라의 팔에 매달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침대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에이, 타이밍도 하나 딱딱 못 맞춰.
에이, 기껏 용기를 냈더니.
에이, 안 해. 좋아하거나 말거나 안 해!
마음 속으로 실컷 ‘에이’를 연발하다가 가물가물 잠에 취했다. 그런데 부른다. 핸드폰이 아바의 ‘댄싱 퀸’을. 들러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리고, 핸드폰을 찾았다.
“여보세요?”
아직 혀가 꼬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머리에 불이 번쩍 들었다. 한국에 있는 남동생의 전화였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연애에 완전히 젬병인 것도 아니고, 남자에게 먼저 고백해보기도 처음이 아닌데, 열다섯 소녀마냥 며칠째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서 밤잠을 설쳤다. 무턱대고 바스티를 찾아가서 ‘나 좋아한다며. 나도 네가 좋으니 한번 사귀어 볼까?’하고 말하기도 쑥스럽기 그지 없고, 그쪽에서 먼저 고백해주길 기다리며 은근한 추파를 던지는 짓도 목구멍이 오글거려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다 있는 대로 머리를 쥐어짜 겨우 해낸 생각이란 게, 내 손으로 구운 쿠키였다. 지난 크리스마스 파티에 친구들을 위해 쿠키를 구워갔었는데, 내가 구운 줄도 모르고도 바스티가 제법 맛있게 먹었던 기억 덕분이었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둥!
두둥!
준비는 완료됐다. 갑작스런 방문에 대비해, 사전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파악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바스티는 서너 시간 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간다고 했다. 도서관이 우리 집 근처라, 그는 책을 빌리거나 반납할 때면 꼭 들렀다 가곤 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식탁 위에 올려진 재료를 보고 “쿠키 구워?”라며 룸메이트 잔드라가 주섬주섬 소매를 걷어붙였다. 일단 큰 그릇에 밀가루와 설탕, 버터 한 덩이를 부었다.
물론 맨손으로 버터를 뭉개며 양심의 가책을 살짝 느꼈다. 매번 구울 때마다 느끼지만 쿠키에 들어가는 설탕과 버터의 양은 정말 엄청나다. 뱃살이 찌면 안 된다며 복근도 없는 배를 팡팡 두들기는 바스티의 평소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달콤한 음식을 좋아해, 맥주마저 라들러(Radler)를 마시는 그에게 쿠키는 거절하지 못할 선물이 될 터였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깨끗이 닦은 식탁 위에 밀가루를 흩뿌리고 차진 반죽을 올렸다. 베이킹에 있어서는 나보다 한 수 위인 잔드라가 먼저 나서서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었다. 그 다음은 베이킹 틀이다.
우리는 번개 같은 속도로 별과 꽃과 종, 그리고 트리 모양을 찍어나갔다. 웬일로 쿠키를 굽냐고 물을 만도 한데, 잔드라마저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 있다는 듯 공감 내지는 응원의 눈빛만 보낼 뿐이다.
두어 판을 오븐에 굽고 나서 두 번째 쿠키반죽에 들어갔다. 이번엔 버터가 두 덩이다. ‘바스티, 미안. 나중에 윗몸 일으키기 할 때 발목 잡아줄게’를 뇌며, 식탁 위에 코코넛 가루를 흩뿌렸다. 조그맣게 떼어 구 모양으로 굴린 반죽에 코코넛 가루를 묻혔다. 그리고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폭폭 두드리면 딸기잼을 담을 구멍이 생긴다. 룸메이트가 딸기잼 병을 열자 “뻥!”하는 소리가 났다. 물을 조금 섞어 중탕한 딸기잼이 반죽 위에 하나 둘 얹혀졌다. 빛깔이 고왔다.
나는 라임액과 슈가파우더를 섞어 밝은 갈색으로 구워진 쿠키 위에 덧바르고 장식을 했다. 몇 시간에 걸쳐 완성한 두 종류의 쿠키가 식탁 위에 주르륵 늘어섰다. 참 보기가 좋다.
시계를 보니 네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올 때가 되었구나 싶어 바스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신호가 가다가 뚝 멈췄다.
“바스티?”
“응, 이작.”
“어디야?”
“아, 집에 왔는데.”
피시식 김이 빠졌다.
“올 줄 알았더니. 그냥 갔어?”
“전화했는데 안 받던데? 오늘 금요일이라 부모님 댁에 다녀오려고 짐 싸는 중이야.”
재빨리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 하필 왜 귀에 들리지 않았는지 바스티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두 통이었다.
“기차시간 맞추려면 나 지금 나가야 하는데. 할 말 있어?”
바스티가 물었다.
나는 애꿎은 쿠키봉지만 한동안 만지작거리다 “아니. 잘 다녀와.”라고 대답했다. 어차피 바스티는 일요일 오후면 돌아오고, 그 동안 다 먹어 치우지 않는 한 쿠키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바스티는 주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맥주나 마시자.”
옆에서 아작아작 쿠키를 먹던 잔드라가 군말 없이 윗옷을 건넸다.
“라우흐비어(Rauchbier?)”
‘담배를 피우다’라고 할 때 쓰는 독일어 동사가 라우헨(rauchen)이다. 그래도 담배와는 관련이 없겠지 싶었다. 그렇다면 다른 뜻으로 ‘훈제하다’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체 맥주를 어떻게 훈제한단 말인가. 잔드라는 “한 번 마셔봐.”라며 짙은 빛깔의 맥주를 내 앞에 턱 내려놓았다.
1678년부터 밤베르크(Bamberg)지역의 특산맥주라고 했다. 설마 내가 맥주를 가릴 쏘냐. 한 모금을 벌컥 들이켰다. 맙소사. 내가 잔드라를 향해 한 말은 이랬다.
“훈제연어를 마신 느낌이야.”
잔드라가 킥킥 웃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맥주를 만드는 맥아를 훈증해서 이런 별난 맛이 난다고 했다. 나는 별난 맛이 마음에 들었다. 바스티에게 고백하겠다는 마음이 푹 꺼져버린 자리에 자꾸 라우흐비어가 스몄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주량을 넘기고 석 잔을 마셔버렸다. 똑같이 석 잔을 마시고도 멀쩡한 잔드라의 팔에 매달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침대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에이, 타이밍도 하나 딱딱 못 맞춰.
에이, 기껏 용기를 냈더니.
에이, 안 해. 좋아하거나 말거나 안 해!
마음 속으로 실컷 ‘에이’를 연발하다가 가물가물 잠에 취했다. 그런데 부른다. 핸드폰이 아바의 ‘댄싱 퀸’을. 들러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리고, 핸드폰을 찾았다.
“여보세요?”
아직 혀가 꼬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머리에 불이 번쩍 들었다. 한국에 있는 남동생의 전화였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했더니 금세 초가을 분위기다. 입추가 지나도록 삼십 도를 웃도는 한국과는 공기가 사뭇 다르다. 날씨가 선선하니 길거리에서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를 사 먹는 사람들도 꽤 많이 늘었다. 토요일 오후, 마른 날씨가 좋아서 오전부터 내도록 시내를 쏘다녔다.
그러다 종소리가 빚어내는 예쁜 화음에 이끌려 어느 실내 쇼핑몰에 깊숙이 들어섰다. 동시에 부우우우- 휴대폰이 외투 주머니에서 진동한다. 나는 종소리에 취해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이작! 나야, 바스티! 잘 있었어?"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는 무려 2주간이나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던 바스티다.
"바스티!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어디야?"
"어젯밤에 도착했어. 시간 괜찮으면 잠깐 만날까?"
"나 어차피 지금 시내야."
"그럼 모서리카페에서 봐. 지금 출발한다! 아, 참! 야나도 같이 갈 거야!"
야나가 누구냐고 물으려는 순간 전화가 뚝 끊겼다. 은근슬쩍 짐작이 가면서 호기심이 일었다.
두 줄로 달린 크고 작은 종들이 만들어낸 화음은 여전히 둥근 천장을 맴돌아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바스러질 것 같은 햇살도 아니건만 왠지 눈이 시리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맥주에 스프라이트 또는 콜라를 섞어 만든 라들러
모서리를 돌자마자 은색 철제의자에 앉아 있던 바스티가 벌떡 일어섰다. 함빡 미소를 짓는 바스티는 이산가족상봉의 현장처럼 포옹한다. 전화 한 통 없었던 게 괘씸하기는 하지만 일단 안아준다. 자세히 보니 그는 보기 좋을 정도로 햇빛에 그을었다.
"이작, 이쪽은 쾰른에서 만난 야나. 야나, 내 절친한 친구 이작이야."
바스티는 차례로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하고 악수를 청하는 아가씨는 어깨까지 오는 갈색 머리와 발그스름한 양 볼이 매력적이다. 통성명을 마치자 바스티는 늘 마시던 버릇대로 라들러(Radler)를 주문했다. 야나도 똑같은 걸 주문한다. 그러고는 둘이 좋다고 키득댄다. 귀여운 연인이구나. 눈이 시린 게 눈꼴시려고 그랬나 보다.
"얘기 좀 해 봐. 둘이 어떻게 만났어?"
내 몫으로 나온 흑맥주를 홀짝이며 물었다.
솜사탕 같이 포근한 거품과 쌉쌀한 맛이 사랑스런 흑맥주
"이작, 비어볼레(Bierbowle)를 알아?"
"그게 뭔데?"
"제조방법이 이래. 맥주 여섯 병을 큰 그릇에 쏟아 붓고, 거기에 체리 조금, 레몬즙 조금, 설탕, 그리고 차게 식힌 위스키를 섞는 거야."
"하여튼 넌 섞어 마시는 맥주 참 좋아하는구나."
내 말에 바스티는 장난기가 잔뜩 어린 표정으로 하하 웃었다.
"세미나 끝나고 마음 맞는 친구들하고 그렇게 한잔하다가 야나를 만났지. 얘기가 잘 통하더라고. 야나도 너처럼 싸구려 간의 소유자라 많이 마시질 못해."
간단한 요깃거리로 시킨 뷔어쯔플라이쉬(Würzfleisch)가 나왔다. 바스티는 곁들여 나온 토스트 두 쪽 중 하나를 당연한 듯 야나에게 밀어주고, 남은 하나를 반으로 잘라 나에게 내민다. 왠지 심술이 돋는다.
간단한 요기거리 뷔어쯔플라이쉬(Würzfleisch)
뷔어쯔플라이쉬(Würzfleisch) : 닭고기나 생선살 등을 잘게 썰어 밀가루와 양념을 넣고, 그 위에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굽는다. 치즈 아래는 닭죽과 맛이 거의 비슷하다. 60년대 후반 이후로는 일반적으로 토스트가 곁들여져 나온다. 대표적인 동독음식이며, 프랑스에서는 라구(Ragout)라고 한다.
"흠. 그러고 보니 네 말이 맞네. 그렇게 섞어 마시는 맥주는 달콤한 맛이 좋잖아."
바스티는 바삭한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이작은 쌉쌀한 맥주를 좋아하나 본데?"
야나가 생글거리며 끼어든다.
"맥주만 그런가. 이작 이 친구는 대체적으로 쌉쌀한 음식을 좋아해."
바스티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꾸하려는데 카페 입간판이 눈에 걸렸다.
01
독일어 해석: ‘달콤한 게 당겨요?(Lust auf Süßes?)’ 우유에 쌀을 넣어 달콤하게 끓인 밀히라이스(Milchreis), 사과를 넣어 만든 페스트리인 압펠슈트루델(Apfelstrudel), 초코렛무스(Mousse au chocolate).
모두 가끔 먹기는 하지만 즐기지는 않는 음식이다. 생각해 보니 맥주도 그렇다. 평소에 다양하게 맛을 본다고 이것저것 시켰어도, 막상 아무 계획 없이 마시고 싶은 맥주를 고를라 치면 항상 오늘처럼 쌉쌀한 흑맥주를 시키게 된다. 문득 '바스티가 날 이렇게 잘 알고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말이 결정타를 날렸다.
"이작은 글도 즐겨 쓰는데, 달콤한 로맨스보다는 쌉쌀한 자기성찰의 글을 주로 써. 그렇지?"
동의를 구하는 바스티에게 나는 "으응……"하고 대답을 흐렸다. 그렇구나. 나는 쌉쌀한 맛을 좋아하는구나. 전혀 깨닫지 못했던 나의 일면이다.
우리는 지난번 클라우디아의 생일 때 드레스덴을 방문했던 얘기며, 바스티가 날마다 한군데씩 쾰른의 브라우하우스(Brauhaus; 원뜻은 맥주양조장이지만 대게 선술집을 겸함)를 공략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 와중에 야나가 콧소리로 "비어 비어 비어~"하고 노래를 불렀다. 바스티가 살짝 취하면 곧잘 부르는 노래를 제대로 흉내 낸다. 그녀의 구김살 없는 모습에 깔깔 웃음이 터져버렸다. 더불어 꽁꽁 닫혔던 내 마음도 차츰 누그러졌다.
"우리, 야나 돌아가기 전에 다음 주말쯤 공원에서 그릴하자. 마쿠스도 부르고"
해 그림자가 길어지고, 헤어지려는 즈음에 바스티가 제안했다.
"그래, 그럼 나도 요리실력 발휘 좀 해야겠는걸. 잘 가."
나도 즐겁게 약속했다.
빨간 불. 신호등 대기에 멈추어 기다리는 동안 뒤를 돌았다. 반대편으로 저만치 장난을 치며 걸어가는 바스티와 야나의 모습이 달콤하고 행복해 보였다.
나는 달콤함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더라?
갑자기 자조 섞인 생각이 밀려들었다. 쌉쌀한 맛도 나쁘진 않지만, 꼭 나만 멈춰서 진부한 맛을 고집해 온 느낌이다.
그러다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길어봐야 몇 분. 어차피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기 마련이다. 지금은 잠시 멈춰서 '지금 이대로의 쌉쌀함이 좋아.' 고집을 부려도 괜찮겠다 싶다.
잠깐 지나쳐도 될 상식 야나가 바스티를 흉내 냈던 노래 "비어 비어 비어(Beer Beer Beer)"는 Rob Manuel과 Daniele Davoli의 노래인데요, 흥겹고 가사가 간단해서 맥주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이 애창할 만한 귀여운 노래랍니다. 영화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의 삽입곡으로도 쓰였군요. 우리도 함께 불러볼까요?
>>노래 들으러 가기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했더니 금세 초가을 분위기다. 입추가 지나도록 삼십 도를 웃도는 한국과는 공기가 사뭇 다르다. 날씨가 선선하니 길거리에서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를 사 먹는 사람들도 꽤 많이 늘었다. 토요일 오후, 마른 날씨가 좋아서 오전부터 내도록 시내를 쏘다녔다.
그러다 종소리가 빚어내는 예쁜 화음에 이끌려 어느 실내 쇼핑몰에 깊숙이 들어섰다. 동시에 부우우우- 휴대폰이 외투 주머니에서 진동한다. 나는 종소리에 취해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이작! 나야, 바스티! 잘 있었어?"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는 무려 2주간이나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던 바스티다.
"바스티!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어디야?"
"어젯밤에 도착했어. 시간 괜찮으면 잠깐 만날까?"
"나 어차피 지금 시내야."
"그럼 모서리카페에서 봐. 지금 출발한다! 아, 참! 야나도 같이 갈 거야!"
야나가 누구냐고 물으려는 순간 전화가 뚝 끊겼다. 은근슬쩍 짐작이 가면서 호기심이 일었다.
두 줄로 달린 크고 작은 종들이 만들어낸 화음은 여전히 둥근 천장을 맴돌아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바스러질 것 같은 햇살도 아니건만 왠지 눈이 시리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맥주에 스프라이트 또는 콜라를 섞어 만든 라들러
모서리를 돌자마자 은색 철제의자에 앉아 있던 바스티가 벌떡 일어섰다. 함빡 미소를 짓는 바스티는 이산가족상봉의 현장처럼 포옹한다. 전화 한 통 없었던 게 괘씸하기는 하지만 일단 안아준다. 자세히 보니 그는 보기 좋을 정도로 햇빛에 그을었다.
"이작, 이쪽은 쾰른에서 만난 야나. 야나, 내 절친한 친구 이작이야."
바스티는 차례로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하고 악수를 청하는 아가씨는 어깨까지 오는 갈색 머리와 발그스름한 양 볼이 매력적이다. 통성명을 마치자 바스티는 늘 마시던 버릇대로 라들러(Radler)를 주문했다. 야나도 똑같은 걸 주문한다. 그러고는 둘이 좋다고 키득댄다. 귀여운 연인이구나. 눈이 시린 게 눈꼴시려고 그랬나 보다.
"얘기 좀 해 봐. 둘이 어떻게 만났어?"
내 몫으로 나온 흑맥주를 홀짝이며 물었다.
솜사탕 같이 포근한 거품과 쌉쌀한 맛이 사랑스런 흑맥주
"이작, 비어볼레(Bierbowle)를 알아?"
"그게 뭔데?"
"제조방법이 이래. 맥주 여섯 병을 큰 그릇에 쏟아 붓고, 거기에 체리 조금, 레몬즙 조금, 설탕, 그리고 차게 식힌 위스키를 섞는 거야."
"하여튼 넌 섞어 마시는 맥주 참 좋아하는구나."
내 말에 바스티는 장난기가 잔뜩 어린 표정으로 하하 웃었다.
"세미나 끝나고 마음 맞는 친구들하고 그렇게 한잔하다가 야나를 만났지. 얘기가 잘 통하더라고. 야나도 너처럼 싸구려 간의 소유자라 많이 마시질 못해."
간단한 요깃거리로 시킨 뷔어쯔플라이쉬(Würzfleisch)가 나왔다. 바스티는 곁들여 나온 토스트 두 쪽 중 하나를 당연한 듯 야나에게 밀어주고, 남은 하나를 반으로 잘라 나에게 내민다. 왠지 심술이 돋는다.
간단한 요기거리 뷔어쯔플라이쉬(Würzfleisch)
뷔어쯔플라이쉬(Würzfleisch) : 닭고기나 생선살 등을 잘게 썰어 밀가루와 양념을 넣고, 그 위에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굽는다. 치즈 아래는 닭죽과 맛이 거의 비슷하다. 60년대 후반 이후로는 일반적으로 토스트가 곁들여져 나온다. 대표적인 동독음식이며, 프랑스에서는 라구(Ragout)라고 한다.
"흠. 그러고 보니 네 말이 맞네. 그렇게 섞어 마시는 맥주는 달콤한 맛이 좋잖아."
바스티는 바삭한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이작은 쌉쌀한 맥주를 좋아하나 본데?"
야나가 생글거리며 끼어든다.
"맥주만 그런가. 이작 이 친구는 대체적으로 쌉쌀한 음식을 좋아해."
바스티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꾸하려는데 카페 입간판이 눈에 걸렸다.
01
독일어 해석: ‘달콤한 게 당겨요?(Lust auf Süßes?)’ 우유에 쌀을 넣어 달콤하게 끓인 밀히라이스(Milchreis), 사과를 넣어 만든 페스트리인 압펠슈트루델(Apfelstrudel), 초코렛무스(Mousse au chocolate).
모두 가끔 먹기는 하지만 즐기지는 않는 음식이다. 생각해 보니 맥주도 그렇다. 평소에 다양하게 맛을 본다고 이것저것 시켰어도, 막상 아무 계획 없이 마시고 싶은 맥주를 고를라 치면 항상 오늘처럼 쌉쌀한 흑맥주를 시키게 된다. 문득 '바스티가 날 이렇게 잘 알고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말이 결정타를 날렸다.
"이작은 글도 즐겨 쓰는데, 달콤한 로맨스보다는 쌉쌀한 자기성찰의 글을 주로 써. 그렇지?"
동의를 구하는 바스티에게 나는 "으응……"하고 대답을 흐렸다. 그렇구나. 나는 쌉쌀한 맛을 좋아하는구나. 전혀 깨닫지 못했던 나의 일면이다.
우리는 지난번 클라우디아의 생일 때 드레스덴을 방문했던 얘기며, 바스티가 날마다 한군데씩 쾰른의 브라우하우스(Brauhaus; 원뜻은 맥주양조장이지만 대게 선술집을 겸함)를 공략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 와중에 야나가 콧소리로 "비어 비어 비어~"하고 노래를 불렀다. 바스티가 살짝 취하면 곧잘 부르는 노래를 제대로 흉내 낸다. 그녀의 구김살 없는 모습에 깔깔 웃음이 터져버렸다. 더불어 꽁꽁 닫혔던 내 마음도 차츰 누그러졌다.
"우리, 야나 돌아가기 전에 다음 주말쯤 공원에서 그릴하자. 마쿠스도 부르고"
해 그림자가 길어지고, 헤어지려는 즈음에 바스티가 제안했다.
"그래, 그럼 나도 요리실력 발휘 좀 해야겠는걸. 잘 가."
나도 즐겁게 약속했다.
빨간 불. 신호등 대기에 멈추어 기다리는 동안 뒤를 돌았다. 반대편으로 저만치 장난을 치며 걸어가는 바스티와 야나의 모습이 달콤하고 행복해 보였다.
나는 달콤함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더라?
갑자기 자조 섞인 생각이 밀려들었다. 쌉쌀한 맛도 나쁘진 않지만, 꼭 나만 멈춰서 진부한 맛을 고집해 온 느낌이다.
그러다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길어봐야 몇 분. 어차피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기 마련이다. 지금은 잠시 멈춰서 '지금 이대로의 쌉쌀함이 좋아.' 고집을 부려도 괜찮겠다 싶다.
잠깐 지나쳐도 될 상식 야나가 바스티를 흉내 냈던 노래 "비어 비어 비어(Beer Beer Beer)"는 Rob Manuel과 Daniele Davoli의 노래인데요, 흥겹고 가사가 간단해서 맥주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이 애창할 만한 귀여운 노래랍니다. 영화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의 삽입곡으로도 쓰였군요. 우리도 함께 불러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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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19:2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