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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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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맥주] 연기를 머금은 맥주, 라우흐비어(Rauchbier),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14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연애에 완전히 젬병인 것도 아니고, 남자에게 먼저 고백해보기도 처음이 아닌데, 열다섯 소녀마냥 며칠째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서 밤잠을 설쳤다. 무턱대고 바스티를 찾아가서 ‘나 좋아한다며. 나도 네가 좋으니 한번 사귀어 볼까?’하고 말하기도 쑥스럽기 그지 없고, 그쪽에서 먼저 고백해주길 기다리며 은근한 추파를 던지는 짓도 목구멍이 오글거려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다 있는 대로 머리를 쥐어짜 겨우 해낸 생각이란 게, 내 손으로 구운 쿠키였다. 지난 크리스마스 파티에 친구들을 위해 쿠키를 구워갔었는데, 내가 구운 줄도 모르고도 바스티가 제법 맛있게 먹었던 기억 덕분이었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둥! 두둥! 준비는 완료됐다. 갑작스런..
[독일맥주] 현장에서 즐기는 옥토버페스트⑥ - 옥토버페스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세월을 거슬러 200년 전인 1810년 10월 12일, 바이에른의 왕세자였던 루드비히 1세는 작센힐드부르크하우젠의 테레제 공주를 비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은행가이자 기병대장이던 안드레아스 폰 달라미는 왕세자의 결혼식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성대하게 치를 수 있을까 곰곰이 고심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왕인 막시밀리안 1세를 만나 이렇게 얘기합니다. “승마대회를 여시죠, 폐하.” 그래서 그 해 10월 17일 길고 화려한 피로연은 승마대회로 개최되었습니다. 최초의 옥토버페스트가 열린 것입니다. 현장에서 즐기는 옥토버페스트⑥ - 옥토버페스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마리엔플라츠(Marienplatz)는 여전히 옥토버페스트의 흥겨운 분위기가 충만합니다. 복작거리는 거리의 한 켠에는 맥주전문점 정문을 지키는 돼지 동상..
[독일맥주] 달콤한 맥주, 쌉쌀한 맥주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했더니 금세 초가을 분위기다. 입추가 지나도록 삼십 도를 웃도는 한국과는 공기가 사뭇 다르다. 날씨가 선선하니 길거리에서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를 사 먹는 사람들도 꽤 많이 늘었다. 토요일 오후, 마른 날씨가 좋아서 오전부터 내도록 시내를 쏘다녔다. 그러다 종소리가 빚어내는 예쁜 화음에 이끌려 어느 실내 쇼핑몰에 깊숙이 들어섰다. 동시에 부우우우- 휴대폰이 외투 주머니에서 진동한다. 나는 종소리에 취해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이작! 나야, 바스티! 잘 있었어?"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는 무려 2주간이나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던 바스티다. "바스티!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어디야?" "어젯밤에 도착했어. 시간 괜찮으면 잠깐 만날까?..
[독일맥주] 슈니첼(Schnitzel), 맥주의 좋은 친구 한 친구의 친구가 되는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은, 사랑스런 여인을 차지한 사람은, 그 환희를 함께 하라! 그래, 단 하나의 영혼일 지라도 나의 사람이라 세상에 말할 수 있는 이도 기뻐하라! 그러나 이를 이루지 못한 자는, 울며 이 무리에서 조용히 물러나리라! - 실러, ‘환희의 송가’ 중에서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빗방울이 흩뿌리는 날씨에도 프라우엔교회(Frauenkirche)의 내부는 은은한 빛이 감돈다. 천장너머 하늘에서 아기천사들의 합창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배고파, 이작."이라고. 뭐? 하고 뒤돌았더니 마쿠스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 그만 넋 놓고 밥 먹으러 가자." 킥킥 웃으며 클라우디아가 다가왔다. 나는 프라우엔..
[독일맥주] 환상적인 경기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핸드폰이 또 부른다. 아바의 댄싱퀸을.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는 십여 초 동안, 멈춰있던 머릿속에 희미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일년 육 개월째 저 벨소린데 바꿀 때가 되었나 보다, 눈꺼풀이 무거운 건 어젯밤에 먹고 잔 떡볶이 덕분이겠지, 한국대표팀의 첫 승을 자축하는 승리의 떡볶이, 무자비한 한국인 친구 셋이 애지중지 지켜온 나의 냉동실을 털었지, 아! 아까운 내 쌀떡볶이, 부산오뎅, 냉동만두야. “할로.” 잠긴 목소리가 겨우 나온다. 그러게 나이를 생각해서 작작 소릴 질렀어야 했다. “축하해, 이작. 어제 한국팀 정말 잘 하더라.” “바, 바스티?” “응.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래, 아프다. 일요일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오랜만의 늦잠을 설치게 만든 너 때문에 이 누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