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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주당] 홍대 생맥주 전문점 펍 원(PUB ONE)의 정현철 사장

비어투데이에서는 이번 포스팅부터 특별한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맥주 전문가, 애주가와 함께 맥주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위풍주당을 만나다’ 시간인데요.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해요.

얼마 전, 하이트맥주 홈페이지 게시판에 제보가 왔습니다. 제보를 쓴 글쓴이는 평소 맥스를 좋아하는 유학생이었는데요. 생맥주를 무척 잘 관리하는 집이 있다며 꼭 칭찬 좀 해달라는 글을 남겼더군요. 생맥주가 얼마나 맛있었으면 이렇게 글을 남겼을까요? 얼른 맛난다는 생맥주를 맛보고 싶은 마음에, 또 대체 생맥주를 관리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하여 얼른 취재 약속을 잡고 사장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바로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처에 있는 펍 원(PUB ONE)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서태지 본명과 같다고 소개하시는 펍 원의 정현철 사장님. 사장님은 펍 원을 열기 전에는 수제 햄버거 가게를 운영했었다고 합니다. 햄버거집도 괜찮았지만, 워낙 맥주를 좋아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더 나은 사업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생맥주와 관련한 일을 하기로 도전했다고 합니다.

딱 하나, 맥스 생맥주만 팝니다

맥주를 사랑하는 주인이 만든 생맥주 전문점 '펍 원’. 매장 이름이 참 간결하면서도 귀에 딱 들어오는데요. 정현철 사장님은 펍 원이 ‘오직 하나’라는 컨셉에서 따왔다고 설명합니다. 이곳은 소주도 양주도 판매하지 않고 오직 맥주만, 그것도 맥스 생맥주 하나로 승부하는 곳입니다. 펍에서 술을 딱 한 가지만 판다니? 사장님은 이런 맥주 전문점은 아마 국내 유일일 것이라며 빙긋 웃으시네요.
생맥주 하나만 판매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리와 회전(손님 방문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맥주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사장님의 몫이지만, 제때 맥주를 팔아 손님에게 항상 신선한 상태의 맥주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매장 주인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특히 펍 원처럼 작은 매장들은 회전율 높이는 게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한 종류의 맥주만 판매하는 대신, 회전율을 최대로 끌어 올려 맥주가 최대한 신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생맥주 하나, 사장님 하나, 안주 하나, 일주일 하루 휴일, 새벽 한 시까지 영업. 그래서 펍 원이에요.
‘한 가지 생맥주’란 점에 착안하여 다른 것도 모두 하나로 통일하려고 했다는데요. 오죽하면 친구에게 자신을 사장이 아닌 ‘원장’으로 소개할 정도였다네요. 처음에는 사장님 혼자 운영하면서 매일 각기 다른 안주를 하나씩 판매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쉬려고 했으나 손님이 많아지다 보니 유지하기 어려워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차츰 작은 매장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여러가지 시도할 생각이라네요.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을 재미있게 해볼 생각이에요. 지금 가게가 완성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나중에는 매장을 투, 쓰리로 늘려서 생맥주 종류도 둘, 셋씩 늘려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웃음)

잘 관리한 국산맥주, 열 외산맥주 안 부러워요

병맥주 맛은 매장마다 비슷하지만, 생맥주는 관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맥주가 가진 고유의 맛을 잘 살리는 것이 기본이자 핵심이죠. 정현철 사장님은 맛있다고 소문난 생맥주 전문점은 일일이 찾아가 맛을 본다고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관리를 잘 해주는 집이라면 맥주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합니다.
자부심을 품고 맥주를 팔고 싶어요. 맥주를 잘 관리하면 국산맥주도 외산맥주만큼 맛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 가게의 주인은 사장도 아니고 안주도 아니고 바로 맥주거든요.
사장님이 맥스를 선택한 이유는 국산 맥주 중에 맛이 가장 좋고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데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맥스만 고집할 것은 아니며, 또 다른 맛있는 맥주를 만나게 되면 얼마든지 바꿀 생각이라고 합니다. 정현철 사장님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의 입맛이 아니라 손님의 입맛임을 강조했어요. 맥주의 본질이 평범한 직장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인 만큼, 저렴하지만 좋은 품질의 맥주를 손님들에게 판매하려고 노력한다는 모습에서 국산맥주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또 맥스 스페셜 호프 2011과 같은 한정판 생맥주도 우리 같은 작은 호프집에서도 판매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생맥주 관리, 기본만 잘해도 배탈 안 나요

우리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 열에 여덟아홉은 대체 생맥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는 생각으로 들어옵니다. 맛을 보면 맥주 맛이 왜 이렇게 다르냐면서, 맥주에 뭘 탄 게 아니냐고 진지하게 묻는 사람도 있고 또 국산맥주인데 외산맥주 맛이 나냐고 묻기도 해요.
펍 원의 맥주는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한 컵에 담겨 나옵니다. 한때는 얼음 잔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너무 차가우면 혀를 약간 마비시켜 맥주 맛을 잘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반면 차갑지 않은 잔은 맥주가 금세 따뜻해지게 하고요. 때문에 적당히 차가운 잔이 맥주 본연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다는군요.

정현철 사장님이 컵 온도와 함께 강조한 것은 바로 컵의 청결함입니다. 컵이 깨끗해야 맥주 맛도 좋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맥주잔의 냄새가 맥주의 맛을 저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생맥주는 맥주를 급속 냉장하는 역할을 하는 하이펜서를 쓰는 대신, 맥주 케그를 냉장고에 24시간 보관하여 맛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루에 5통의 케그만 팔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생맥주 관리는 쉬워요. 어렵지 않아요.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 20분이면 끝나는 일이죠. 아마 다른 곳에서는 관리를 안 해도 팔리니까 안 하는 거 같아요. 또 맥주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500mL 정도의 맥주는 버려야 하는데, 그게 아까워서 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맥주는 관리만 잘해도 기본은 하는데 안타까워요.  
정현철 사장님은 친구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셨습니다. 친구는 맥주를 무척 좋아하지만 생맥주를 마시고 나면 속이 좋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병맥주만 마셔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펍 원의 생맥주는 아무리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고 하네요. 아마 그동안 생맥주를 마시고 탈이 났던 이유는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은 것을 마셔서 그런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하는군요. 

"일부러 친구가 생맥주를 먹고 난 다음날에는 전화를 해서 탈이 났는지 확인합니다."

우리 매장에는 안주는 안 먹고 맥주만 딱 드시고 가는 분도 많아요. 그런 분들께 눈치를 안 주려고 노력합니다.(웃음) 손님들이 편하게 오셔서 가볍게 맥주 한잔 드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1시 마감인데 12시에 와서 맥주 석 잔을 딱 마시고 가는 여성분도 있답니다. ㅎㅎ
펍 원에는 생맥주 맛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함께 맛을 공유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는 정현철 사장님. 손님들과 맛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맥주에 관련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마냥 즐겁다는 사장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맥주 관리 전문가가 되겠습니다

정현철 사장님에게는 남다른 꿈이 있습니다. 지금도 매일 한 시간 씩 외국 사이트를 검색하며 맥주 공부를 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자료가 많이 부족해 늘 아쉬우시대요. 그래서 올 10월에는 맥주 전문가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단기 유학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말하죠. 그러나 이왕이면 마이크로 브루어리 같은 사람보다는 수십만 개의 치킨집과 호프집에서 많은 사람이 맥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게 더 좋잖아요. 저는 맥주를 만드는 전문가가 아닌, 맥주를 맛있게 관리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브루어리가 아닌, 생맥주를 맛나게 뽑아내는 노하우와 장비를 아는 사람, 맥주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는 사람, 맛있는 맥주를 판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정현철 사장님. 우와, 이런 분이 계시니 아마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맛있는 생맥주를 마실 기회가 더더욱 늘어나겠죠? 정현철 사장님의 꿈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상호: 생맥주 전문 ‘펍원’
전화: 02-333-7138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1-9
영업시간: 월~토, 오후 6시~ 밤 1시

위풍당당 말·말·말!

정현철 사장님에게 맥주는 ‘주인공’이다.


“사장님들, 조금만 더 관리하세요! 관리만 하면 맥주는 기본은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