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여행] 바삭하고 부드러운 홍콩계란빵, 자꾸만 손이 가요

홍콩에는 비싸고 화려한 음식들이 많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길거리 음식들도 많아요. 2009년 홍콩의 한 신문사가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홍콩사람들이 추억의 음식 1위로 꼽았던  ‘계란빵’을 소개합니다.

계란빵을 먹는 개굴군

계란빵의 원조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시장이 있고, 홍콩섬이지만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北角, North Point’에 있는 작은 가계예요. 지하철 ‘North Point’역 계단으로 올라와 King’s Road를 따라 한 블록 정도 걸어가 Kam Hong Street의 작은 골목으로 꺽으면 언제나 사람들이 늘어서 있어요. 음식평론가와 연예인들 다양한 사람이 다녀갔는데, 아저씨와 함께 찍은 사진들로 가게 전면이 장식되어 있어요.

계란빵 원조 가게 – North Point 점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작은 창문으로 주문을 하고, 돈을 내고 노란색 종이봉투에 담긴 따끈한 계란빵을 받습니다. 계란빵은 겉모습이 뽁뽁이를 연상시켜요. 물건을 포장하는 뽁뽁이 있잖아요? 비닐로 되어 있는데 공기가 들어있어서 물건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포장재료요. 어릴 때 뽁뽁이 한장만 있으면 한참 앉아서 터트리면서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나는 군요.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갓 구워져 나온 따끈한 계란빵

계란빵의 묘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죠. 반으로 잘라보면 아래쪽에는 부드러운 빵이 차있고, 윗쪽은 비어 있어 바삭하지만 부드럽기도 한 독특한 식감을 주는 구조예요. 윗쪽이 비어있어서 저는 이 녀석을 ‘계란공갈빵’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계란빵 속모습, 윗부분에 비어있어요

밀가루, 계란, 설탕 등 기본 빵 원료만을 배합해 만든 심플한 반죽을 사용하지만, 재료의 비율이라든지 굽는 시간 등에 따라 빵의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죠. 이 집의 맛의 가장 큰 비결은 한번 만든 반죽은 4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것만 사용하는 원칙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날씨와 습도에 따라 반죽의 질기를 다르게 해 완성된 빵은 항상 같은 식감이 나도록 유지해요. 반죽의 황금비율이라든지, 굽는 시간 등 사소한 기술에도 장인정신이 배어있지요. 예전엔 주인 아저씨가 다른 사람에게 화덕을 절대 맡기지 않고, 직접 다 구우셨다고 해요. 하긴 굽기가 무섭게 다 팔려나가니 반죽이 남는 것보다 모자라는 게 더 문제일 것 같아요.

개굴군 계란빵 먹는 모습

빵을 구워내는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주변을 은근하게 감싸고 돕니다. 예전 집에서 엄마가 밥통에 해주던 카스텔라라든지, 아이와 함께 처음 구워먹었던 계란빵처럼 그리운 것들이 떠오르게 하는 마법 같은 냄새예요. 소박하지만 입안 가득 행복한 맛.

걸으면서 하나씩 떼어 먹다 보면 순식간에 종이백은 바닥을 드러내고, 계란빵은 부스러기만 남아요. 한 사람이 하나씩 들고 먹는 것도 좋고,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는 (경쟁하듯 뜯어먹는) 것도 재미있어요. 홍콩은 습한 나라이다 보니 만든지 15분만 지나도 빵이 눅눅해져서 갓 구웠을 때의 바삭함이 사라진답니다. 그러니 아끼지 마시고 바로 입으로 쏙쏙 넣어 맛있게 드세요. 계란빵 외에 와플도 팔고 있어요. 연유와 피넛 버터가 뚝뚝 떨어지는 따끈한 와플도 맛있죠. 하지만 제 입맛엔 역시 계란빵이 더 좋아요.

North Point점은 찾기 어려운데, 침사추이 분점은 찾기 쉬워요. 침사추이 경찰서 길 건너편 맥도널드 옆쪽에 있는데 늘 사람이 줄 서 있어서 바로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침사추이는 길거리인데다 붐벼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돈을 내고 미리 주문을 하고 초록색 작은 번호표를 받으세요.

계란빵 침사추이 분점

상호명 : 北角雞蛋仔
가격정보 : 와플, 계란빵 동일 ( 1개 - 13 홍콩달러 / 2개 - 24 홍콩달러)
위치 : MTR ‘North Point’ 역 출구로 나와 King’s Road를 따라 한 블럭 걸어가면 Kam Hong St.와 만나는 지점에 있어요.
주소 : 北角英皇道492號 / 492 King's Road, North Point
전화번호 : 852) 2590 9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