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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노중훈의 아주 특별한 겨울 미식여행, 맥주와 어울리는 전국구 히든 맛집!



여행에서 진한 여운을 남기는 건 아마도 맛있는 음식을 마주했던 순간이 아닐까요? 여행과 술을 즐기는 분이라면, 꼭 한 번쯤 방문하게 되는 곳은 여행지에서의 맛집일 겁니다. 그래서 비어투데이에서 준비한 특별한 시간! 라디오를 통해 귀로 듣는 먹방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는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와 함께 떠나는 미식 여행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맛집 중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들로만 엄선한 히든맛집 베스트5! 모두들 궁금하시죠? 그럼 지금부터 특별한 미식 여행,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튀김


- 서울 북창동 김설문일식

50여 년이란 긴 세월 동안 튀김에 천착해온 ‘튀김의 장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튀김 코스 요리다. 여러 가지 튀김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손님이 먹는 속도에 맞춰 단계별로 제공되기 때문에 눅눅해진 튀김을 먹을 일이 없다. 튀김 A코스를 주문하면 우선 호박죽과 광어회가 나온다. 이어서 새우, 흰 살 생선, 오징어, 깻잎, 관자, 은행, 마, 장어, 시샤모, 전복, 고구마, 단호박, 멍게, 인삼 등 다채로운 튀김이 세 번에 나눠 테이블에 오른다. 개인적으로는 멍게 향을 함초롬하게 머금고 있는 멍게튀김이 놀라웠다.


김설문일식의 튀김옷은 그야말로 슬쩍 묻어 있다. 내용물을 받쳐주는 역할에 그친다. 튀김도 결국 튀김옷이 아니라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바삭한 튀김과 톡 쏘는 맥주와의 궁합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튀김을 다 해치우면 알밥과 서더리탕이 주어진다. 좀 단 편이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튀김이 준비된다. 뜨거운 기름 속에서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여기, 가볼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1길 26-10 / (02)774-3631



생돼지갈비의 종착역


- 인천 간석동 부암갈비

부암갈비는 이미 수많은 지지자를 보유한 인천의 대표 갈빗집이다. ‘생돼지갈비의 종착역’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하다. 메뉴는 딱 세 가지. 생돼지갈비와 양념돼지갈비, 그리고 젓갈비빔밥이 그 주인공이다. 갈비를 논하기 이전 볶은 갓김치, 고추장아찌, 갈치속젓, 부추무침 등으로 구성된 반찬부터가 퍽이나 인상적이다. ‘고깃집 찬은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려준다. 특히 2년 묵은 갓김치와 고릿한 젓갈이 입맛을 확 돋운다.


갈빗대를 온전히 품고 있는 생갈비는 선도와 비계의 함유량 모두 좋아 보인다. 기름 잘 먹은 불판에서 굵은 천일염을 뿌려가며 굽는데, 화력(번개탄+숯불)이 좋아 금방 익는다. 밑으로 떨어진 돼지기름 때문에 가끔 불꽃이 위로 용솟음치면서 고기에 불맛을 화끈하게 입혀준다. 생갈비인데도 마치 양념한 것처럼 감칠맛이 있게 달다. 육즙도 잘 배어나온다. 이쯤 되면 ‘돼지고기 한 점이 소고기 열 점 부럽지 않다’는 문장이 오롯이 성립된다. 맥주 한 모금 곁들이면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배가된다. 불판 가장자리에 부어 돼지기름으로 익혀 먹는 달걀말이 또한 별미다. 고추가 들어 있어 살짝 칼칼하다. 부추와 버섯이 들어간 된장찌개도 제법 웅숭깊은 맛이 난다. 부암갈비의 ‘히든카드’는 젓갈비빔밥이다. 적당히 비릿해서 부른 배를 움켜쥐면서도 끝까지 먹게 된다.

*여기, 가볼까? 인천시 남동구 용천로 149 / (032)425-5538



고수의 중국집


- 경기 평택 동해장

동해장은 평택시에서 상당히 이름난, 화상이 운영하는 중국집이다. 주인장의 뚝심과 요리 내공이 실로 놀랍다. 메뉴는 다양하다. 그중 사품냉채는 해파리냉채, 송화단, 오향장육, 소라조림으로 구성된다. 저마다 씹는 맛이 다른 네 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가지튀김은 가지에 돼지고기, 버섯, 부추 등을 짤게 썰어 넣어 튀긴 요리다.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맛이다. 두반장 소스로 볶아낸 키조개관자볶음은 매콤하고 쫄깃하다. 동파육은 소스가 진한 편이지만 칼칼한 맛이 꼼꼼하게 심어져 있어 이를 중화시켜준다. 부드럽고 촉촉한 고기는 씹을 틈도 없이 넘어간다. 중국 음식 특유의 느끼함은 신선한 맥주 한 잔이 흔적도 없이 해소시켜준다.


커다란 새우에 녹말가루를 입혀 튀겨낸 대하튀김은 귀와 입이 동시에 즐거운 요리다. 소양표고는 표고버섯과 만두소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 다음, 걸쭉한 매생이 소스를 부어낸다. 동해장의 볶음밥은 단연 압권이다. 연탄불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몇 가지 채소를 넣고 다시 연탄불 위에서 볶아내는데, 밥알 하나하나가 존엄과 위엄을 갖추고 있다. 웍에서 튀겨낸 달걀프라이도 감동스럽다. 가지짬뽕에는 말 그대로 가지를 듬뿍 넣어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지에서 나온 물 때문에 면과 국물의 색깔이 진해진다. 숙성한 면은 새침때기처럼 국물을 튕겨내는 것이 아니라 부들부들해서 육수를 잘 머금는다. 간은 좀 짠 편이다.

*여기, 가볼까? 경기도 평택시 중앙로 137 / (031)651-2353



입안에서 폭죽이 터진다


- 강원 동해 생선조개구이

겨울이 기다려지는 건 제철 해산물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탓이다. 기름이 잔뜩 오른 제주 모슬포의 방어와 부들부들한 살점이 압권인 경남 거제 외포항의 대구, 그리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충남 홍성 남당항의 새조개는 추워야 제맛을 낸다. 또 있다. 강원도의 도루묵 역시 삭풍의 계절을 기다리게 만드는 고마운 겨울 생선이다. 도루묵은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 여름에는 동해 깊은 바다에 살다가 겨울철 산란기가 되면 연안으로 몰려들고, 이때 그물로 잡는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근처에는 허름한 간판의 생선구이집이 있다. 모둠생선구이정식을 주문하면 연탄불에 구운 6가지 생선이 나온다. 철판에 가지런히 누운 도루묵, 청어, 삼치, 고등어, 꽁치, 양미리의 자태가 아름답다. 은근하게 그을린 생선들은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아 젓가락질을 쉬이 멈출 수가 없다. ‘삼삼하다’라는 형용사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백미는 역시 도루묵구이다. 갓 잡은 생물 도루묵은 냉동에 비해 살이 훨씬 부드럽고 알에서 묻어나는 점액질도 많다. 후루룩 감기듯 넘어가는 촉감이 다른 생선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겨울철 산란기의 도루묵은 몸의 절반가량이 알이다. 구워서 한입 베어 물면 미끌미끌한 알들이 치아 사이에서 탁탁 터진다. 입안에서 벌어지는 폭죽놀이는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맥주가 합세하면서 환상적으로 마무리된다. 함께 나온 공깃밥과 낙지젓은 도루묵과 더불어 완벽한 ‘맛의 삼위일체’를 형성한다.

*여기, 가볼까?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2-288 / (033)533-9289



이토록 다채로운 굴 요리


- 경남 통영 향토집

향토집은 통영에서 굴 코스 요리를 개발한 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향토 코스(1인당 2만3000원)는 굴밥, 굴전, 굴회, 굴구이, 굴찜, 굴무침 등으로 알차게 구성된다. 새콤달콤한 굴무침은 싱싱한 통영 굴에 각종 채소와 과일을 섞고, 키위 갈아 넣은 초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 요리다. 간이 점잖은 편이다. 생굴을 껍질에서 분리해 석쇠에 구운 굴구이는 부드럽게 익은 속살이 큰 울림을 준다. 깨끗하게 잘 튀겨낸 굴튀김은 맥주 안주로 제격이고, 아귀찜에서 힌트를 얻은 굴찜은 익숙한 양념 맛이다.


생굴 한두 개가 들어 있는 굴전은 반으로 접은 모양새부터가 예쁘다. 불린 쌀에 완두콩, 표고버섯, 조, 수삼, 굴 등을 넣고 무쇠솥에 지은 굴밥은 간장 및 부추와 함께 비벼 먹는다. 비리지 않고 구수한 굴숭늉은 마지막 입가심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기, 가볼까? 경상남도 통영시 무전5길 37-41 / (055)645-4808




여행 칼럼니스트 노중훈 님과 떠난 미식여행, 어떠셨나요? 제철을 맞이한 음식에서 고수의 음식까지! 맛을 음미하기도 바쁘지만 맥주가 당기는 절묘한 타이밍을 코멘트해주어 읽어내려 가는 동안 여러분도 모르게 침이 고이지 않으셨나요? 찬바람으로 실외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이지만, 히든 맛집을 찾아 겨울 여행 테마를 잡아보면 어떨까요? 뜻밖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과 사진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소개 *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는 여행신문 기자 출신으로 국내외 구석구석 숨은 여행지와 맛집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에서 전국에 숨은 맛집을 소개하면서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았으며, 현재 라디오 프로그램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직접 진행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