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un 2DAY

연말 영화 추천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늑대소년 vs 가위손 )

DNA가 닮은 두 영화 늑대소년 vs 가위손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던 <늑대소년>이 어느새 관객 600만을 돌파하며 역대 멜로-로맨스 영화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흥행에 <늑대소년:감독판>으로 편집해 새로운 엔딩과 이야기를 더해 12월 재개봉하기도 하였는데요,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한 편의 순정만화 같은 <늑대소년>의 열풍이 어디까지 계속 이어질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늑대소년>을 보면 조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고 하네요. 바로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인데요, 제 블로그에도 리뷰를 통해 ‘<늑대소년>은 <가위손>의 DNA가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늑대소녀>의 조성희 감독님도 <가위손>과 많은 점이 닮았다고 인정, 두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비교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에서 멀어진 두 소년들이 세상을 만나고 그로 인해 한 소녀를 사랑하며 벌어지는 갈등과 애절함 등등 많은 점이 닮았는데요, 그러나 그 닮은 속에서도 묘하게 다른 점이 두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대영화는 12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두 작품, <가위손>과 <늑대소년>을 비교 분석하는 시간을 갖기로 해 봅니다.
 

비교포인트1.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하지만…


<늑대소년>과 <가위손>의 공통점은 극 중 화자가 바로 할머니라는 사실입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손녀에게 아름답고도 슬픈 동화를 이야기하는데요, 사실 그 이야기는 할머니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 나중 반전으로 밝혀지죠. <가위손>은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였으며, <늑대소년>은 소녀와 함께 자신의 옛추억으로 돌아온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두 작품은 옛 추억으로부터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의 시작을 예고합니다.

비교포인트2. 미완성의 사람?

 

 <가위손>, <늑대소년>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극 중 남자주인공이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두 어떤 목적을 갖고 창조주가 만들어[혹은 기르고]이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창조주는 죽고 그렇게 미완성 된 상태에서 세상을 만나게 되죠. 이로 인해 극 중 두 주인공, 모두 사회 적응이 더딥니다. 마치 어린애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죠. 결국 ‘미완성된 인간’이라는 점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대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묘한 사회적 의미도 같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비교포인트3. 축복이자 저주-두 사람의 능력

 

비록 미완성된 존재이긴 하나 <가위손>의 에드워드와 <늑대소년>의 철수에게는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축복이자 저주이기도 하죠.

<가위손>의 에드워드(조니뎁)는 양 손이 모두 가위로 되어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머리 관리, 정원정리, 애완견의 털 관리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마을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뾰족한 가위 손으로 인해 자신의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저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슬픈 건 가위 손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줄 수 없다는 것이죠. 
<늑대소년>의 철수(송중기)는 늑대의 야생본능과 인간의 몸이 합쳐진 존재입니다. 처음에는 사납고 으르렁거리지만 강철 같은 체력으로 순이 가족을 보호하고 때로는 목숨을 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늑대의 야생본능으로 인해 분노를 조절하기가 힘들어 늑대로 변신 한 뒤 모든 것을 파괴, 큰 비극을 낳기도 합니다. 즉 순이를 보호하기 위한 힘이 결국 순이와 멀어지게 만드는 저주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런데 두 사람의 능력 중 가장 부러운 건 뭔 줄 아세요? 바로 늙지 않는다는 것. 잘생긴 꽃 미남에 나이까지 먹지 않으니! 이건 사기 캐릭터야 엉엉엉[못난 남자는 웁니다T.T]

비교포인트4. 두려운 세상 속, 엄마를 만나다

 


<가위손>과 <늑대소년> 두 작품 다 미완성의 존재가 만나는 첫 번째 사람이 마음씨 좋은 아줌마, 아니 어떻게 보면 그들의 엄마로 해석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세상의 좋은 점을 먼저 알게 되고 점점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되었죠.
 

<가위손>에서는 애드몰의 착한 부인 ‘펩’(다이안 위스트)이 사회적으로 고립 된 에드워드에게 세상을 가르쳐 주며 더 나은 곳을 가도록 도와 줍니다. 무엇보다 에드워드의 가위 손을 치료해주기 위해 큰 노력을 하기도 하죠. 
<늑대소년> 역시 철수를 보담아 주는 건 순이 엄마(장영남)이었습니다. 배고픈 전쟁고아로 생각해 그에게 옷과 음식, 머물 곳을 마련해주며 나중엔 진짜 아들처럼 철수의 안타까운 처지를 이해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두 작품 다 자신의 집에 그들이 살 수 있게 해줘 나중 그 집의 딸들과 썸씽[!]을 만들게 해주기도 하는데, 여기서 드는 한가지 의문 점. 아무리 마음씨 좋은 분들이라고 해도 다 큰 처녀가 있는데 이렇게 남자랑 같이 살게 해줘도 되나요???!?

비교포인트 5. 오직 그대만…

 


두 소년 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무사히 세상으로의 적응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그런 둘에게 예상치 못한 큰 떨림이 다가오는데요, 바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오직 그대만’의 존재….

<가위손>은 팩의 딸 킴(위노나 라이더)에게 모든 것을 바칩니다. 자신의 방에 침입한 강도라고 생각한 킴과 에드워드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킴은 남자친구도 있는 상태. 하지만 에드워드는 킴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하고 그녀에게 순정을 바칩니다. 특히 그녀가 궁지에 몰려있을 때도 ‘니가 부탁했으니…’라는 말로 그녀를 끝까지 보호하기도 하죠. 이런 에드워드의 순정에 킴은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둘은 작은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늑대소년>도 첫 만남은 <가위손>만큼 불편했습니다. 게걸스럽게 먹는 철수를 보고 무엇보다 청결에 신경 써야 하는 순이(박보영)는 그를 혐오하죠. 하지만 점점 자신의 말을 듣고 따라 하며 칭찬받길 좋아하는 철수에게 뭔가 끌리게 됩니다. 특히 이 둘의 묘한 감정은 살짝 종속관계를 가지고 있는데요, 순이의 명령에 100% 복종하는 철수에게 후반부 ‘기다려’의 의미는 폭풍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비교포인트6. 질투의 남자들

 


오직 그대만을 위해 순정을 다 바치는 두 사람, <가위손>에드워드와 <늑대소년>철수.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고깝게 보는, 질투에 눈 먼 남자들이 있었으니…. 에드워드와 철수는 그들에게 같은 마음으로 외칩니다. “그냥 우리 사랑하게 해줘요!”
 

<가위손>은 킴의 남자친구 짐(안소니 마이클 홀)이 에드워드의 순정을 짓밟습니다. 처음부터 짐은 에드워드의 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짓궂은 친구에 가까웠죠. 하지만 킴을 향해 에드워드의 마음을 알게 되고 킴 역시 에드워드에게 호의를 베풀자 갑자기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죠. 이후 에드워드를 마을에서 쫓아내기 위해 위협하며 끝장을 보려다 그만….
 
 
<늑대소년>에서는 지태(유연석)가 ‘짐’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그의 악행은 짐보다 더 노골적이라고 할까요? 순이가 사는 집을 지태가 제공하며 그것을 약점 잡아 순이 식구들을 얕잡아보고 행동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철수의 존재, 그로 인해 지태의 악행을 철수가 보호하며 그를 내쫓기 위해 살인미수[?]도 서슴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지태역의 유연석씨는 <건축학개론>에서도 강남선배, <늑대소년>에서도 지태로 출연, 사랑하는 두 사람을 갈라놓는데 일등공신이네요. 올 해의 커플 브레이커로 선정합니다!] 그런데 짐과 지태 두 사람 다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둘을 떼놓으려 할수록 사랑의 마음은 깊어간다는 것을….

비교포인트7 영화의 명장면

 


<가위손>과 <늑대소년> 모두 영화의 명장면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는 로맨틱한 설정을 제공합니다. 수줍은 듯 애틋한 고백이 담긴 명장면,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그리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기위손>의 명장면은 바로 ‘눈을 만드는 에드워드’. 킴이 자신의 잘못으로 누명을 쓴 에드워드를 미안하게 바라 볼 때 에드워드는 킴을 위해 멋진 얼음 조각을 만듭니다. 그때 얼음가루가 마치 눈처럼 흩날려 ‘눈이 내리지 않는 마을’에 에드워드가 ‘눈을 내리게’ 만들죠. 가위손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안을 수 없는 에드워드가 킴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선물!! 그런 에드워드의 눈을 맞으며 좋아하는 킴의 모습은 <가위손>의 최고 명장면입니다. 
<늑대소년>은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명장면이 있습니다. 주종관계 같았던[?] 순이와 철수가 단 둘이 집에 남고, 순이는 철수에게 기타를 치며 수줍은 노래를 부릅니다. 아 글쎄 그 노래 제목도 ‘나의 왕자님’ 이라니!! 철수는 폐병으로 세상에 나설 수 없어 오랜 외로움을 가지고 있던 순이에게 고마운 친구이자 따뜻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로 인해 늘 칭찬받기만 했던 철수가 순이를 쓰다듬는 장면은 순이식 교육의 성공이자[?] 순이에 대한 철수만의 고백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고 보면 <가위손>과 <늑대소년> 모두 마지막 ‘눈’과 관련 된 장면이 나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지금 이때, 한 남자의 지고 지순한 순정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네요. 같은 DNA를 가진 두 영화. 그러고보니 둘다 겨울에 어울리는 배경과 클라이막스를 갖추고 있네요. 다가오는 연말, 올 겨울 크리스마스 추천 영화로 두 작품 다 강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