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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돌문어와 곰장어가 유혹하는 참이슬 맛집 [돌곰네]

어둠이 내리면 지하에 주당들이 모인다.


주당들에게는 연고 따위는 상관없는 법입니다. 맛있는 안주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열성 덕에 떠오른 이색명소. 다름 아닌 25년 된 아파트의 지하상가 식당입니다. 어둠이 내리면 하나둘 주당들이 모여드는 아파트 단지라니 이색적인 풍경임은 확실하죠?


살짝 좀비영화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오해는 마세요. 이들은 모두 맛을 찾아 먼 길 돌아온 식객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그곳에는 정겨운 이름의 ‘돌곰네’가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간 낡은 포차의 감성



낯선 풍경의 주인공 ‘돌곰네’는 논현동 서울세관 맞은편 동현아파트 지하상가에 위치해있습니다. 혹, 요새 화려한 면면으로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지하상가를 상상하시나요? No~No~No~No~. 20년 넘은 아파트의 지하1층 상가의 풍경은 시간을 거꾸로 흐릅니다.


좁다란 통로와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 그리고 곳곳에 덧입혀진 세월의 흔적은 거리 포차를 실내로 옮겨온 듯한 분위기를 선사하지요. 하지만 불편하기보다는 아늑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히 밤이면 지하1층을 하나로 터서 영업을 하기에 왁자한 분위기 또한 소주 한잔을 찐하게 부딪치기에 제격입니다.

돌문어와 곰장어, 그래서 '돌곰네'


그런데 라면과 떡볶이를 팔 것만 같은 분식집 포스의 이름 ‘돌곰네’가 조금 언밸런스하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돌곰네’의 주력 메뉴를 훑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돌문어와 곰장어의 만남, 그래서 ‘돌곰네’인 것이지요. 돌문어숙회는 물론 문어회국수, 문어국밥, 문어매운탕, 문어비빔밥까지 메뉴판 속 문어의 화려한 변신에 그저 감탄만 나오는데요. 문어의 물량공세에 반해 곰장어는 구이 메뉴 하나로 뚝심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열무보리밥 한 술에 마음까지 부르다



일단 ‘돌곰네’의 테이블마다 빠지지 않고 올라 있는 문어숙회를 만나보실까요? 
그냥 숙회보다는 ‘돌문어톳쌈’이 인기 메뉴.


목 빼고 기다리는 동안 열무보리밥 비빔밥과 미역국이 한상을 먼저 차지합니다. 대부분이 저녁을 거르고 직행하는 손님이기에 술 들어가기 전, 배를 든든히 채우라고 제공되는 감동적 에피타이저이지요. 


보리밥에 열무, 된장 한 덩이뿐인데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배는 물론 마음까지 부르게 되는데요. 뭉근한 미역국까지 곁들이면 ‘참이슬’을  받아들일 준비 완료입니다.

문어숙회와 톳&미역, 놀라운 만남이로세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문어톳쌈 등장!


얇게 저며진 문어 한 접시와 톳, 미역 그리고 김이 수북이 따라옵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배워보는 문어톳쌈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제사상의 천덕꾸러기 문어숙회가 톳, 미역, 김과 어우러지며 이토록 환상적인 맛으로 태어나다니! 바다가 입안에서 퍼지는 이 맛이란, 미사여구 필요 없이 요건 직접 맛보셔야 합니다.


여기에 ‘참이슬’ 한 잔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지요. 개그맨 이희경 씨가 다이어트식으로 꼽은 해초와 문어의 조합이 딱 ‘돌곰네’ 스타일(이희경 씨 싸인도 있더라고요)인데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식 안주랍니다.

자작한 곰장어구이, 술을 당기네



이왕지사 큰맘먹고 찾은 발걸음, 곰장어 구이도 한번 맛봐야겠지요? 소금반 양념반(‘반반’은 정말 신의 메뉴인듯)을 주문하니 특이하게 철판 위에 곰장어가 나옵니다. 버섯과 양파 등 각종 야채와 어우러져 자작한 국물을 뿜어내며 익어가는 것인데요.


양념맛이 더욱 간간하게 배어들 뿐 아니라 야채와 어우러진 맛이 더욱 일품입니다. 지글거리는 소리에는 ‘짠’하는 추임새가 더해져야 제 맛이지요. 이 맛에 오늘도 주당들의 ‘돌곰네’ 사랑은 계속되고 있답니다.


[돌곰네]
서울 강남구 논현동 105 동현아파트상가 지하1층 
Tel. 02-3446-2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