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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섬진강 여행] 하동에서 구례까지 섬진강 따라 봄꽃 여행

화사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 거리부터 얼굴로 닿는 바람결까지 좋은 것들만 한가득인 요즘, 이 봄날은 모든 자연이 각양각색으로 빛나며 어서 다가오라고 손짓하는 계절입니다. 군데마다 피어난 꽃들의 향기는 꿀벌뿐만 아니라 사람 마음과 발걸음까지 유혹하니, 무미건조한 일상을 박차고 나가 촉촉한 봄기운 만끽하는 여유와 낭만도 상당합니다.


더군다나 이 봄날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일상으로 다가왔다 떠나가니 잠시도 머뭇거릴 이유 없이 봄꽃 만나러 밖으로 나서봄을 무조건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번엔 하이트진로의 2016년 봄을 분홍분홍하게 빛낼 탄산주 “이슬톡톡” 과 봄의 전령사인 벚꽃 만나러 하동 화개장터에 만발한 벚꽃 거리, 함께 가볼까요.



꽃바람 살랑이는 봄나들이, 경상남도 하동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진행된 하동 화개장터 벚꽃축제로 향한 여정은 KTX의 시속 300km 낭만을 곁들였습니다. 사실 축제장 입구인 화개터미널까진 고속버스로 바로 향할 수 있지만 벚꽃장관을 기다려온 이들이 많았던지 예매 현황엔 붉은색 매진 표시만 한 가득 보였습니다. 기차 타고 하동까지의 여정은 KTX와 무궁화호를 번갈아 이용해 3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벚꽃축제로 다가가는 설렘을 이슬톡톡 한 캔과 곁들이니 톡 쏘는 탄산처럼 유쾌합니다. KTX와 달려간 하동역 플랫폼에선 가득 채워진 하얀 벚꽃들이 반겼습니다. 이 봄날 하동역은 보다 완벽한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위한 관문이니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하동역부터 화개장터까진 25km 정도 거리가 있어 하동버스터미널에서 화개, 쌍계사행 농어촌 버스나 2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35-1 시내버스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여행 떠나기 전에 미리 버스 시간을 숙지해 이용하면 불편함 없지만 혹시나 버스 기다리는 일이 발생하면 하동공설시장을 둘러보세요. 매 2일과 7일에 5일장이 열리며 현대화된 모습과 옛 모습이 함께 어울린 분위기가 굉장히 묘합니다. 더불어 하동까지 오랜 여정에 임하느라 허기졌을 뱃속 달래기 위해 장터국밥 한 그릇도 챙기세요.


가수 조영남의 노랫말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화개장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명성 높은 소재입니다. 또한 학창시절 문학시간에 접한 김동리의 소설 “역마(驛馬)” 는 과거 화개장터의 규모를 잘 표현하고 있으니 직접 만나보기 전까진 큰 기대가 내게 머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개장터는 현대화 된 모습에 축제 기간에만 장날 풍경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하지만 국민적인 명성은 조그만 장터에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생동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호박엿 파는 각설이, 부모님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뻥튀기, 강원도의 별미로 알려진 수수부꾸미 등 다채로운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화개장터 입구에 자리합니다.



남도의 봄은 꽃잎을 타고, 십리벚꽃길

하동 화개장터 벚꽃길은 화개장터~쌍계사 간 십리벚꽃길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전국적으로 모여든 봄나들이 인파에 북적임은 분명 존재하지만 조금만 다름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더 여유롭고 다채로운 벚꽃나들이가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매력적인 다름은 십리벚꽃길을 통하지 않고 화개장터에서 곧장 쌍계사로 향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최초 차나무 시배지로 알려진 하동 녹차밭과 십리벚꽃길이 합쳐진 절경을 내려 보며 한적함 확실한 벚꽃축제 즐기기가 가능합니다.


벚꽃은 어떻게 초점을 두고 바라보냐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라 정말 매력적인 꽃입니다. 때문에 봄의 전령사란 명성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며 또한 우리가 봄을 맞이함과 동시에 “벚꽃은 언제 피려나?” 하고 기대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로 통합니다. 나무 한 편에 옹기종기 모인 몇 송이의 꽃들만 바라보면 새들이 머무는 둥지가 마치 하얀 옷을 입은 것 같고 숲을 채운 벚꽃나무들의 펼쳐짐과 마주하면 봄날에 내린 함박눈처럼 보입니다. 꼭 벚꽃의 꽃말로 통하는 절세미인과 순결이 눈앞에 드러난 것처럼.



지리산 아래 봄을 가득 머금은 쌍계사

벚꽃 그리고 이 봄을 만끽하며 발걸음 옮기다 보니 지리산 쌍계사에 닿았습니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3년(724) 의상 대사의 제자 삼법(三法)이 창건한 사찰인데 절 앞에 흐르는 화개천이 절의 좌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두 갈래의 물이 만나 합쳐진 것으로 그 이름 뜻을 가집니다.


백두산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리산의 아늑한 곳에 자리한 쌍계사엔 1990년대에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석가 진신사리 등을 봉안한 구층 석탑이 팔영루 앞에 위치하는데 그 모습이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을 닮았습니다. 더불어 한 달 후 석가탄신일을 미리 준비하듯 알록달록한 연등들도 아름답게 펼쳐졌어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향하던 길에선 십리벚꽃길을 내려봤지만 여행객들의 북적스러움이 머무는 그곳으로 향함은 벚꽃축제의 완벽한 나들이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쌍계사를 둘러보고 시내버스로 나머지 여정이 꾸며질 수 있지만 2차선 도로엔 전국에서 모인 자가용, 대형버스들로 빼곡하니 차라리 벚꽃 구경하며 걸어서 움직이는 방법이 현명할 것입니다.



벚꽃터널 가득한 꽃내음 그리고 여유

톡 쏘는 탄산에 복숭아 향이 듬뿍인 이슬톡톡 마시며 이 여행 시작된 화개장터로 향하다보면 초록 녹차밭의 푹신함과 벚꽃의 화려함이 결합된 아름다움이 하동 벚꽃축제만 가진 백미로 다가옵니다. 또한 아늑하게 비친 햇빛엔 수면제가 포함되었는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길 한 편에서 낮잠 자는 여유도 심심치 않게 펼쳐졌습니다. 물론 두 손 꼭 잡은 청춘 남녀들의 발걸음은 군데마다 머무르며 사진으로 애틋한 봄날의 추억 남기기에 바빴습니다. 

 

하동 십리벚꽃길의 명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망대 느낌의 데크에선 벚꽃나무가 수놓은 십리가 고스란히 눈앞에서 펼쳐져 보는 이마다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40~50년 된 벚나무가 빽빽이 서있고 분홍빛 꽃송이 하나 하나 포개져 하나의 꽃송이를 이루는 모습. 꽃내음과 함께 마음에는 편안함이 찾아옵니다. 벚꽃이 활짝 피는 날, 봄바람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맞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니는 상상으로 물들어 버립니다.



하동 봄꽃나들이, 분홍빛 마침표를 찍다

하동의 벚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여행객들이 정말 많아 이미 벚꽃축제 1주일 전부터 서울남부터미널-화개터미널 간 고속버스는 매진 행렬이었습니다. 더불어 자가용을 타고 온 이들을 모두 품기엔 하동 십리벚꽃길, 섬진강 강변도로는 너무나 비좁았지요. 덕분에 하동-쌍계사, 구례-화개 간 시내버스 시간표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차량 정체로 시간표보다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까지 늦춰졌으니 말이죠. 이 때문에 하동 벚꽃축제는 화개장터-십리벚꽃길-쌍계사 코스를 걸어서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향하는 것이 여러모로 현실성 있습니다. 당일 여행으로 14km 걷기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벚꽃 풍경을 만나다 보면 생각보다 가뿐할 것입니다. 


하동 벚꽃여행의 아름다운 마침표는 구례구역에서 KTX를 만나며 장식되었습니다. 구례구역은 주소 상으론 순천에 속하지만 구례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란 뜻을 가졌습니다. 구례 읍내로 향하는 시내버스는 약 1시간에 1대씩 운행되니 기차 시간과 잘 맞춰 움직인다면 하동 십리벚꽃길까지 여정은 구례구역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구례는 봄꽃의 서막인 산수유 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 곳이며 요즘 시즌엔 섬진강 벚꽃축제로 많은 이들이 찾습니다. 


하얀 벚꽃의 꽃말은 순결과 절세미인이라고 합니다. 남쪽에서부터 찾아든 봄기운이 피워낸 벚꽃과 만나며 지금보다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소망해봄은 어떨까요? 



봄의 정령을 담은 하동 꽃나들이 여행TIP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 밤에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집니다. 벚꽃의 하얀 꽃잎은 마치 흰 도화지 같이 어떤 조명과 어울리냐에 따라 그 매력이 정말 다채롭게 느껴지며. 밤하늘 아래에서 바라보는 꽃잎이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먼 곳에서부터 부지런히 달려온 여행자를 그 아름다움으로 한껏 맞이할 것 입니다.



하동 화개장터 벚꽃나들이는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충분하지만 보다 여유로운 봄나들이를 원하신다면 게스트하우스 숙박을 추천합니다. 화개장터부터 십리벚꽃길 따라 쌍계사 부근까지 게스트하우스, 펜션, 민박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있습니다만 개인 혹은 소규모 여행객들께선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으면서 조식까지 넉넉하게 챙길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제격일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지리산국립공원을 곁에 둔 덕분에 맑은 공기는 물론, 반짝이는 별들이 빼곡한 밤하늘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선 도통 접하기 힘든 청정함 덕분에 봄날 벚꽃놀이는 우리에게 행복한 기억과 힐링을 선사할 것입니다.


*글과 사진: 협이투어

:“기차 타고 내나라 구석마다, 협이투어의 협이 소개

기찻길을 사랑하는 여행작가를 꿈꾸는 철도 전공 대학생이자 민트색 표지의 여행 노트에 기차여행 만들어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청춘여행자로 살고 있다. 그가 만든 기차여행은협이투어라 불리는데 분명히 우리들 일상과 함께했던 존재들이 세상 변화 속에서 무심히 잊혀져 가는 추억들을 사진과 글로써 기록하는 작가입니다

 

*블로그(협이는 트래블링) travelerhyub.kr ㅣ 인스타그램 @travelerhy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