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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옛날엔 맥주를 빨대로 마셨다고요?

"맥주를 빨대로 마셔? 그거 빨리 취하는 지름길인데?"
흔히들 이렇게 얘기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가끔 빨리 취하고 싶은 날 한 번 해보고도 싶지만, 좀 짜증날 것 같아요. 모름지기 맥주란 큰 잔에 거품 가득 받아 놓고 벌컥 벌컥 마셔야 제 맛인데, 빨대로 찔끔 찔끔 먹을라니, 영…

맥주는 신의 음료

그런데 정말 옛날엔 맥주를 빨대로 마셨다는 거 아세요? 기원전 4천년 쯤, 메소포타미아의 테페 가우라 유적(지금은 이라크 북쪽 지역)에서 발견한 그림엔 사람들이 맥주를 빨대로 먹는 장면이 있더랍니다. 그게 맥주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라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맥주는 고대 바빌로니아와 수메르 그리고 이집트 사람들은 맥주를 약이나 성수로 생각했다고 하는군요.

메소포타미아의 테페 가우라 유적(지금은 이라크 북쪽 지역)에서 발견한 그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와인도 마찬가지지만 맥주가 생기는 과정이 참 기묘했기 때문일 겁니다. 과학 지식이 없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보리가 싹이 나고 발효되어 맛있는 음료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그야 말로 기적이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이집트에서는 맥주를 의약품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의술책까지 있었다고 할 정도니, 맥주야 말로 신의 음료였을 겁니다.

수메르인이 빨대로 맥주를 마신 까닭

그런데 왜 하필이면 맥주를 빨대로 마셨을까요? 정확히 말하면 요즘 같은 빨대가 아니고 갈대 대롱이었겠지만요. 어쨌거나 빨대로 맥주를 마신 까닭은 요즘처럼 맥주를 깔끔하게 만들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맥주를 담는 통은 덮개가 없었을 테고 보리 쭉정이와 먼지 같은 것들이 표면에 둥둥 떠 있었겠지요. 그래서 바로 떠 먹을 수 없어 빨대를 꽂아 아래 쪽에 있는 맥주를 마셨을 겁니다. 아래 쪽에 있는 깨끗하고 깊이 숙성된 맥주를요.

맥주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고 맥주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는 예쁘고 멋진 잔이 나오면서 이제는 빨대로 먹을 일이 없지만(아, 그래도 맥주를 모자 옆에 꽂아 놓고 빨대로 마시기는 해요!) 어쨌거나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픈 사람들의 욕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만 생각하니 빨대로 맥주를 마시면 위에 거품은 그대로 있을테니 맥주이 톡 쏘는 맛이 더 오래 갈까 싶기도 하군요. ‘무슨 말씀, 맥주는 거품으로 먹는거야’고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요. ㅋ 그래도 어쨌든 오늘은 진짜, 빨대로 한 번 마셔볼까, 그런 생각이 불끈 솟아오르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