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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접대와 대접은 글자를 앞뒤로 바꿔 썼을 뿐 뜻은 같다. 한자도 똑같다. 국어사전엔 접대와 대접을 이렇게 풀어놨다.

접대 : 손님을 맞아서 시중을 듦.
대접 : 마땅한 예로서 대함. 음식을 차려 접대함.

뭐, 말은 어려우나 뜻하는 건 똑같다. 손님을 잘 맞는 일이다. 그런데 접대와 대접, 느낌은 참 다르다. ‘접대’하면 이상한 술집이나 불법 같은 생각이 나고 ‘대접’하면, 어려운 손님을 융숭히 맞는 것 같다. 말이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참 다르다.

손님을 만날 일이 생겼다. 일 때문에 만나기는 하지만 ‘접대’는 아니다. ‘대접’을 해야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세상엔 고민할 일이 많지만 이것도 참 고민스러운 일이다. 손님이 뭘 좋아하는지,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지, 가격도 적당해야 하고, 먹고 나서 잘 먹었다는 생각도 들어야 하는 집. 많을 것 같아도 막상 그런 집 별로 없다.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봐야 시끄럽기만 하고, 기대에 부풀어서 그런지 음식 맛은 그저 그렇고, 정신 없이 먹다가 어수선해 나오면, 이거 뭔가 다른 ‘접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집 말고 진짜 손님 대접할 만한 집 없을까.

[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그래서 소개받은 집이 청담동에 있는 랑랑이다. 중국요릿집이고 인터넷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소개받았다는 믿음과 검색에 잘 안 걸린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주소만 가지고 찾은 랑랑은 학동 사거리에서 영동대교 쪽으로 가다 커핀그루나루 있는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해서 들어오다가 두부생각이라는 음식점 맞은 편 골목 안에 있다.

[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문을 열고 올라서니 퓨전 중국요리점 같은 느낌으로 살짝 어두운 실내가 드러난다. 조용하고 은은한 조명, 시끄럽지 않은 공간, 대접하기 딱 좋은 분위기다. 잘 모르지만, 조명과 그림도 괜찮다.

[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처음 간 집이라 알 수 없어 요리는 추천을 부탁했다. 가지 요리가 맛있다는 얘기를 사전에 들었으나 주방에 잠깐 들러온 종업원이 오늘은 가지가 좋지 않고 소고기와 해물이 괜찮다고 해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음식점 처음 가서 ‘이 집 뭐 맛있어요?’ 라고 묻는데, ‘다 맛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정 떨어지는 것도 없다. 자신있는 요리가 없다는 뜻하고 똑같은 거니까.

[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랑랑의 해물볶음요리

해물볶음요리. 새우, 관자, 해삼 같은 것들이 고소한 소스에 볶아 나왔다. 일단 모양새는 청담동답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요리. 양만 따지면 화날 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대접 자리 아닌가. 해물을 조금 덜어 한 입 먹다 보면,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손님 표정도 좋다.

소고기 탕수육

소고기 탕수육

소고기 탕수육. 유자를 얇게 썰어 튀긴 후 장식으로 얹었다. 보통 노릇노릇한 튀김 옷을 입힐 텐데, 색깔이 살짝 어둡다. 모양새는 좀 달라도 어쨌든 아는 요리가 나와 반가워 한 입 물었는데… 잠시 말을 잃었다. 튀김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니. 보통 탕수육은 튀김은 딱딱하고 고기는 살짝 질긴 법인데, 튀김 옷부터 고기까지 부드럽게 씹힌다.

[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소고기 탕수육 소스

게다가 달콤하면서도 간간한 전용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역시 사람은 익숙한 것을 변형해야 더 좋아한다. 알고 있는 것을 낯설게 하면, 빠져든다.

유산슬

유산슬

다음은 유산슬이다. 탕수육처럼 다른 곳에서 보던 유산슬과 모양새가 좀 다르다. 해삼, 새우, 버섯, 고기, 죽순 등 재료는 엇비슷한데 밝고 경쾌하다. 고기를 밝게 볶고, 노란 죽순과 파 고명을 적절히 배열한 탓일까. 손님의 젓가락이 바쁘다. 뒤질세라 내 젓가락도 바쁘다. 대접하러 와서 이렇게 먹으면 안되는데.
만찬에 술이 빠져선 안된다. 그러나 술을 잘 못하는 손님에게 독한 중국 술을 권할 수는 없는 법. 마침 드라이피니시 d가 있다. 시원하면서도 톡 쏘는 뒷만이 깔끔한 맥주. 약간 느끼할 수도 있는 중국 요리에 반주 하기엔 딱 좋다.

[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드라이피니시 d와 소고기볶음

[청담맛집] 누군가를 대접해야 한다면, '랑랑'

마지막으로 소고기 볶음 요리. 소고기와 브로콜리, 피망, 버섯, 양파 같은 채소를 함께 볶았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 이미 배는 넉넉히 불렀으나 아무도 젓가락을 내려놓는 사람이 없다. 역시 고기는 일단 부드러워야 하는 법. 간간한 소스에 밥이라도 비벼 먹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배는 꽉 찼다. 들은 얘기론 이 집 짬뽕도 맛있다 했으나 너무 배가 불러 식사는 패스.

손님이 꽤 만족했다는 것으로도 대접은 성공. 국어사전에 있는 것처럼 역시 대접엔 맛난 음식이 꼭 있어야 하는 법일게다. 청담동이라 짐작은 했지만 음식 값은 싸지 않다. 요리 한 접시에 4-5만원. 게다가 술이라도 몇 병 마실라치면 두세명이 가도 삽심만원은 금세 나온다. 그래서 이 집은 ‘대접’하기 좋은 집이다. 자주 대접할 일이 생기기야 하겠냐만(마음 같아선 많은 사람들을 다 대접하고 싶으나) 그래도 마음 편히 대접할 집 하나 알고 있다는 건, 일하는 사람에겐 참 든든한 일이다. 랑랑은 고민거리 하나 덜 만한, 그런 집이다.

상호: 랑랑
전화: 02-512-5589
주소: 청담동 1-8
*청담동 여느 식당들처럼 발레 가능하다(물론 발레요금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