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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1년치 꼬막 충전하세요~ 벌교 거시기 꼬막 식당!

지난 2월 26일, 올해 설과 맞먹는 사흘간의 연휴가 시작되는데 비투걸은 한심하게 집에서 마냥 뒹굴고 있었더랩니다. 뭘 해야 좋을까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이제 겨울도 마지막인데... 앗! 겨울이 마지막이면, 꼬막 시즌도 슬슬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거군요!!! 부랴부랴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 이렇게 외쳤습니다. 

"야!! 꼬막먹으러 벌교로 뜨자!!!"

눈을 뜨자 마자 친구들과 함께 기차를 잡아타고 벌교역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밤은 꼬막 생각, 여행 생각에 날밤으로 세워 기차 안에서는 마냥 숙면... 잠든지 몇 분 안된 것 같은데 장장 여섯시간을 달려 벌교 역에 도착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실 여기저기 서로 자기가 원조집이라는 리뷰들이 수백개는 족히 나옵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믿어요~ 이럴땐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게 최고죠. 두리번 거리다 벌교역 역장님을 붙들고 물었습니다. '아저씨, 꼬막 잘하는 집좀 소개해주세요. 저희 다 서울 촌놈들이거든요 ~~' 근데 아저씨가 하신 말씀이 너무 선문답 같습니다. 

"거시기 식당이 꼬막을 기냥 거시기하게 해부리니께,
거시기식당에 가서 거시기들 허더라고~"

이게 뭔소리당가요 ㅜㅜ. 무슨 말이 죄다 거시기래... 몇 번을 다시 듣고 생각해본 결과, 결론을 냈습니다. 식당 이름이 바로 "거시기 식당"이네요!! ㅠㅠ


역을 등지고 큰길로 2~3분 걸으니 금세 거시기 식당의 입간판이 눈에 보입니다. 입간판에서 우측으로 꺾으니 드디어 모습을 보이는 '거시기 꼬막식당'의 간판!


메뉴는 여러 가지지만, 벌교에 왔으니 꼬막 정식을 먹어 주셔야죠!! 근데 만 오천원짜리 '거시기 정식'은 뭐고, 만 이천원 짜리 '꼬막 정식'은 뭘까요?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꼬막 정식은 데친 피꼬막과 꼬막 구이, 숙회무침이 주로 나오는 것이고 거시기 정식은 거기에 꼬막전과 생꼬막 회, 조개 관자 회가 더 추가된 것이랍니다. 네 명 모두 거시기 정식을 시키려는데 아주머니 극구 만류하시며, '아따 그렇게 시켜불면 우리야 좋지만, 괜히 왜 돈을 쓴댜~" 하시며 묻지도 않았는데 꼬막 정식 둘과 거시기 정식 둘로 주문을 수정해 주십니다. 기본찬이야 어차피 비슷하니 이렇게 돈을 아끼게 해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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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꼬막 구이와 살짝 데친 피꼬막이 상 위에 깔립니다. 숟가락으로 꼬막의 뒤를 비틀면 '톡' 하고 열리지만, 역시 꼬막의 고장 벌교인지라 꼬막을 까는 전용 도구도 있네요!!! 자, 좋은 안주가 있는데 한 잔 안할 수가 없죠. "사장님 하이트 두어병 주소!" 


꼬막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꼬막전과 꼬막 파프리카 꼬치, 생꼬막 회, 조개 관자 회가 나옵니다. 맥주 한 모금과 함께 집어먹으니 간이 기가 막히네요!! 따로 뭘 찍어먹을 필요도 없어요. 다들 콩 줏어먹듯 꼬막요리와 회를 먹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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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에 부쳐낸 꼬막전이 기가 막힙니다. 근데 1인당 두어개 집어먹으니 끝이네요... 너무 맛있어서 추가로 시키려니 인심 좋은 아주머니, 싸주지는 못해도 먹는건 마음껏 먹으라며 듬뿍 담아 주십니다. 아 이거... 벌써부터 배가 살살 불러오네요. 큰일이네...


역시 남도의 저력!!! 이것저것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식사들 허셔야지?" 하며 반찬을 내오시는데... 꺄악~~~!!! 커다란 4인용 상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서 그릇과 그릇 사이에 포개놓고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대충 세어 봐도 반찬이 20가지는 되는 것 같아요ㅠㅠ 감동의 눈물이... 사진에 안나온 반찬도 대여섯 가지나 있어요. 아... 감동의 눈물이... 배꼽으로 밥이 나오는 한이 있어도, 나 비투걸 여기 있는 음식 모두 남김없이 먹으렵니다. 


위의 사진이 꼬막 숙회 무침입니다. 새콤달콤 너무 쫄깃합니다. 미나리와 양파 등 갖은 야채와 꼬막을 함께 먹으면,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어요.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세팅 대로 비빔밥을 준비해 봤습니다. 갖은 나물을 얹은 후 꼬막 숙회 무침을 가득 넣습니다. 여기에 김가루를 뿌리고 참기름을 적당히 뿌린 다음 썩썩 비벼서 먹으면 됩니다. 아... 비비면서 막 침이 고이네요. 
밥 한술 크게 떠서 넣고 된장찌개를 맛보는데. 와우, 대박 깜놀 랄라리뽕!! 꼬막 몇 알에 두부 조금이 전부인 된장찌개가 진짜 기가 막힙니다. 막 들통으로 마시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요!!! 입가심으로 맥주까지 한 잔 하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장장 한 시간에 걸쳐 계속된 거시기 정식+꼬막 정식 식사,거기에 맥주까지... 목구멍 끝까지 음식이 가득 차서야 우리는 거시기 꼬막 식당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역시 전라도!! 역시 벌교!!! 진짜, 벌교가 우리 옆동네였으면 너무 좋겠어요. 임금님의 저녁 상도 이것보다는 허접할 것 같아요. 어머님께 죄송하지만, 어머니 된장찌개는 거시기 꼬막 식당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퍽!)


참고로,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꼬막의 제철은 11월부터 3월 중순 정도까지에요. 그 기간 외에 벌교에서 꼬막을 드시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신, 벌교에는 우렁이도 유명하다고 하니 그걸 드시러 오시는 것도 좋겠어요. 조정래 작가님이 세우신 '태백산맥 문학관' 구경하시는건 디저트구요. ^^ 
이제 내년까지, 꼬막은 안녕이군요... 뭐 1년치 꼬막 다 먹은 것 같으니 그리 억울하진 않아요.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비투걸, 간식이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아직 3월 중순까지는 기회가 있으니, 여러분도 이번 주말, 얼른 벌교로 떠나세요!!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Stay Coo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