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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가르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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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맥주] 오래도록 곁에 있는 그 사람, 그 맥주 뜨겁다. 입안이 바짝 마른다.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나는 그만 감기에 함빡 들어버렸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목이야, 혼자 끙끙 앓으려니 처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텅 빈 방에 덩그러니 누워 ‘세상에서 제일 아픈 병은 어쩜 암 같은 중병이 아니라 혼자라는 느낌일 거야’ 한탄하다가 선잠에 들었다. 멀리 부모님의 얼굴이, 한국에 있을 절친한 친구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감은 눈에서부터 생긴 아릿한 기운은 코끝을 찡 울리고 사라진다. 결국 혼자라는 느낌은 감기처럼 내성이 짧다. 딩동. 누군가 벨을 눌렀다. 그런데 만사 귀찮으니 깨기가 싫다. 귀찮아서 무시하고 싶은데 잠결에도 배는 고프다. 아플 땐 좀 허기가 안 들면 안 되나, 오장육부조차 원망스럽다. 다른 가녀린 처자들처럼 우..
[홍콩여행] 드래곤보트 카니발 & 비어가르텐과 함께한 홍콩여름축제 지난 주말 홍콩 빅토리아 만에서 열린 '드래곤 보트 카니발 & 비어가르텐'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주중에는 태풍이 근처까지 오고, 비가 많이 내려 행사가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금요일 오후부터 날이 개더니 주말에는 오히려 햇살이 뜨거워 살이 탈 정도로 화창하고 더웠습니다. 날렵하게 생긴 드래곤 보트들이 빅토리아만을 누비는 광경이 장관입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닷물 위로 검게 그을린 건강한 선수들이 힘차게 노를 젓는 모습이 멋지네요. 다양한 경기가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장애인 팀의 경기였습니다. 유독 한 경기를 할 때 출발선이 많이 앞으로 당겨져서 다른 팀들의 2/3 정도의 거리로 줄이기에 어린 학생들인가 했습니다. 나중에 안내방송에서 '맹인'팀이 이겼다는 안내방송이 나와서 장애인 경기라는 것을..
[독일맥주] '축구와 맥주 사이' 독일에서 맥주와 즐긴 축구 경기-우루과이와의 16강전 잘록한 여인의 허리처럼 맥주잔은 유려한 곡선을 그린다. 차가운 황금색 액체가 맥주잔에 찰랑거리면, 찬기를 만난 표면엔 금새 자잘한 물방울이 맺힌다. 작고 탄력 있는 기포가 황금색 액체의 밑바닥부터 뽀글뽀글 피어 오른다. 꿀꺽. 부드러운 거품이 윗입술을 스친다. 알싸하고 농밀한 그 맛. 꿀꺽꿀꺽. 관자놀이에 맺힌 땀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흐른다. 물로도 가시지 않는 목마름이 단번에 사그라진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유월의 마지막 주, 나는 뮌헨의 어느 카페에 앉아있었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그 주에 나는 일과 관련해서 뮌헨, 슈투트가르트, 로텐부르크, 푸랑크푸르트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 지역이 맥주로도 유명하지만, 축구로도 굉장히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