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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서울 데이트코스 추천! 녹슨 시간 위로 덮인 감성의 색 ‘문래 예술창작촌’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58번지. 한 때 이곳은 고막을 자극하는 철골재 다듬는 소리, 전기드릴의 요란한 기계음, 번쩍이는 용접 불빛만이 가득하던 삭막한 풍경의 철강단지였습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이곳에 예술가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철공과 예술의 의미신장한 동거가 시작되었답니다. 녹슨 철공소 쪽문 위로 솜사탕 같은 파스텔톤의 벽화가 덧입혀지고 낡은 담벼락 아래에는 소박한 꽃 화분 하나가 놓였습니다. 산업화 도시의 일면에서 새로운 감성을 찾아낸 문래동 예술창작촌, 그곳은 이제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네로 변모하며 서울 속 이색 데이트 장소가 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이 철강단지로 간 까닭은?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출구를 나와 약 200m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청마 조형물과 함께 문래동 창작촌은 시작됩니다. 올해가 청마의 해이니 이 조형물에 더욱 눈이 가는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버려진 철재로 만들어진 기린이네요. 문래동 예술창작촌의 지도 조차도 너트! 철강단지 안의 예술창작촌으로서 독창성이 돋보입니다. 

기린 조형물과 인포메이션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대형 용접 마스크가 세워져 있는데요. 이곳부터 본격적인 문래동 예술창작촌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서 보물을 찾듯 예술가들의 솜씨를 발견해 내는 일은 문래동 예술창작촌의 매력. 이제부터 구석구석 꼼꼼히 문래동 예술창작촌을 살펴 볼까요? 



문래동 철강단지는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생겨나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발돋움하는 데 전초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60년대 말, 을지로·원효로 일대에서 시작된 철재산업의 수요가 전체 산업구조의 변화, 건설 붐 등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당시 문래동 군수송본부 자리에 철강단지가 조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문래동은 90년대 초반까지 철재산업의 메카로서 그 위상을 떨쳤지요. 새벽부터 밤 늦도록 공장이 돌아가고 주말에도 이곳의 기계 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이곳의 대기오염은 전국 최고로 심각해지고 철강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서울시는 문래동과 도림동 일대의 철강판매상가를 외곽으로 이전시키는 계획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문래동의 철강산업은 점점 쇠퇴했고 철재산업의 터전도 시흥을 시작으로 김포, 검단, 시화, 반월 등 수도권 공단지역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며 문래 철강단지는 빈자리가 늘어갔습니다. 여기에 IMF까지 겹치면서 문래동은 침체기에 빠지게 되지요.



철강 산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중간 유통 업무 사무실이나 위락시설이 주로 있던 철재상가 2~3층도 시간이 갈수록 비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 틈새로 예술가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이곳 철강단지는 값싼 임차료로 매력있는 곳. 2002~2003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약 250여 명, 90여 개의 작업실이 문을 열었습니다. 아파트와 복합상가 속 유령도시 같던 무채색의 이 철강단지는 고운 감성의 색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주말, 철강단지는 또 다른 색을 입는다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주말에 찾는 것이 더 좋습니다. 철공소가 셔터를 닫으면 나타나는 페인팅이 많은데다 지금도 영업 중인 철공소들이 꽤 있기 때문에 좀 더 한적하게 문래 예술창작촌을 즐기기 위해서는 철공소가 쉬는 날 찾아가는 것이 좋겠지요?



문래동 예술창작촌 지도는 창작촌 내 ‘쉼표말랑’ ’플랫픽’ 등의 카페에 비치되어 있어요. 전시 공간 위치뿐만 아니라 좁은 골목 사이에 그려진 벽화의 제목이 무엇인지도 하나하나 표시되어 있어 지도를 보며 구경하면 문래동 예술창작촌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환상의 조형’ ‘대나무와 난’ ‘해안가와 거북이’ ‘옥상의 IU’ 등 지도에 표시된 26개의 벽화와 조형물을 모두 찾아보세요~


∆ 예술공간과 벽화, 조형물의 위치가 표시된 문래동 예술창작촌의 지도


벽화, 조형물, 전시공간, 오픈 작업실 등 볼거리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거리의 벽화와 조형물 외에도 문화예술 관련한 복합 공간과 사진공간 빛타래, 대안예술공간 이포, 2相공간 두들 등의 전시·공연 공간이 산재해 있습니다. 작가들의 작품을 구경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지요. 오픈 작업실에 들러 금속 공예, 가구 디자인 등 작가들의 작업 현장을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네요. 



문래동 예술창작촌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신진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전시와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문화예술공장이 바로 그곳인데요. 자생적으로 생긴 예술마을 ‘문래동 예술창작촌’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개관했다고 하네요. 공연장을 비롯해 공동 작업장, 녹음실, 영상편집실, 예술가 호스텔 등의 시설이 있습니다.  


<문래동 예술창작촌 전시공간 정보>


● 대안예술공간 이포: 사진과 영상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창작공간 겸 전시공간.

artspaceipo.asia / 010-5382-6921 / 11시~17시(월 휴무)

● 사진공간 빛타래: ‘마음의 렌즈로 세상을 찍다’의 작가 케이채의 작업 및 전시공간.

bittarae.com / 070-8291-1781 / 월·목~금 13시~21시, 토~일 11시~22시

● 2相공간 두들: 화가 3명이 모여 만든 곳으로 예술가를 위한 전시와 공간 지원.

www.dudl.kr / 010-4940-3035 / 13시~19시(전시 없을 시 월 휴무)

● MINEBOO: 금속 디자인 공방. 자전거와 금속 디자인 가구를 디자인하고 설계〮제작함.

www.jeonboo.com / 070-4405-5262 / 10시~18시(토〮일 휴무)

● 쉼표말랑: 집밥 같은 제철음식과 간식, 차를 마실 수 있는 아담한 공간.

www.facebook.com/commmamallang  / 11시~20시(월 휴무)

● 우쿨렐레파크: 우쿨렐레 레슨과 판매.

ukulelepark.com / 010-9929-7121 / 14시~24시(일·월 휴무)

● 플랫픽: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카페. 옥상의 아이유 벽화로 유명함.

www.flatfic.com / 02-2678-6780 / 12시~22시

● 문래예술공장: 전시, 공연 및 워크숍 등이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복합공간. 

www.seoulartspace.or.kr/G05_mullae/main.asp / 02-2676-4300  



문래동 예술창작촌에는 철강단지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식사를 제공하던 식당이 아직도 여럿 남아 있는데요. 저렴한 기사식당 문래돼지불백, 30년 된 옛날식 돼지갈비집 송원돼지갈비, 40년 전통의 칼비빔으로 유명한 영일분식 등은 문래 맛집으로 손꼽힙니다. 단돈 6천원으로 숯불향 솔솔 나는 돼지불백을 즐길 수 있는 문래돼지불백에서 참이슬 한 병 불러놓고 백반에 불고기 한 점 올려 놓으니 성찬 부럽지 않네요. 



차가운 철근 사이로 피어난 따뜻한 예술의 감성을 엿볼 수 있었던 문래동 예술창작촌 나들이 어떠셨나요? 몇 년 전 문래동 일대 재개발 계획이 잡히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문래동 창작촌은 사실 불안한 미래를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 새롭게 발전된 도시의 모습도 좋지만 축적된 시간이 고스란히 간직된 공간에서 우리는 더 먼 미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생적으로 형성된 예술인마을 문래동 예술창작촌, 부디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문래동 예술창작촌 맛집 정보>


[송원돼지갈비]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4가 8-18

02-2678-2978


[영일분식]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8-26 

02-2636-9817 


[문래돼지불백]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5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