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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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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여행] 독일 세계 최대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방문기 ① 세계 최대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지난 9월 18일에 177번째 막을 열었습니다. 첫 회가 1810년이었으니 올해로 꼭 200주년이 되는데요, 과연 그 명성답게 축제를 즐기기 위해 독일 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 흥겨운 행사에 비어투데이 독자님들도 빠질 순 없겠죠! 그래서 방문했습니다. 이제부터 저와 함께 옥토버페스트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현장에서 즐기는 옥토버페스트 ① - 일단 두루 살피기 뮌헨입니다! 긴긴 시간 기차를 타고 중앙역에 내렸습니다. 이전에 서너 번 뮌헨에 와본 적이 있는 저도 옥토버페스트 기간엔 처음인데요, 어쩐지 역사 안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술렁술렁합니다. 한눈에 봐도 뮌헨을 방문한 여행객들로 가득하군요.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은 뮌헨중앙역에서 조금..
[독일맥주] 오래도록 곁에 있는 그 사람, 그 맥주 뜨겁다. 입안이 바짝 마른다.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나는 그만 감기에 함빡 들어버렸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목이야, 혼자 끙끙 앓으려니 처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텅 빈 방에 덩그러니 누워 ‘세상에서 제일 아픈 병은 어쩜 암 같은 중병이 아니라 혼자라는 느낌일 거야’ 한탄하다가 선잠에 들었다. 멀리 부모님의 얼굴이, 한국에 있을 절친한 친구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감은 눈에서부터 생긴 아릿한 기운은 코끝을 찡 울리고 사라진다. 결국 혼자라는 느낌은 감기처럼 내성이 짧다. 딩동. 누군가 벨을 눌렀다. 그런데 만사 귀찮으니 깨기가 싫다. 귀찮아서 무시하고 싶은데 잠결에도 배는 고프다. 아플 땐 좀 허기가 안 들면 안 되나, 오장육부조차 원망스럽다. 다른 가녀린 처자들처럼 우..
[독일맥주] 맥주와 소시지의 연애담 며칠 전이었다. 우리는 사건현장에 있었다. 맥주집과 소시지가 여섯 친구에게 결혼계획을 밝힌 것이다. 여섯 중 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축하를 했고, 나머지 넷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축하를 했다. “세상에. 언제부터 사귄 거야?” 놀란 표정 중 하나였던 내가 물었다. “이사하고 한…… 세 달쯤 뒤부터.” 맥주집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맥주가 원흉이지.” 소시지가 덧붙였다. “아니아니, 맥주는 보배야.” 맥주집은 소시지의 볼에 가벼운 키스를 한다. 부럽다. 서로 다른데, 서로 어울리는 둘은 참으로 축복인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결혼을 발표한 슈테판과 카타리나는 바스티를 통해 알음알음 사귄 친구들이다. 몇 년 전 슈테판이 처음..
[독일맥주] 달콤한 맥주, 쌉쌀한 맥주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했더니 금세 초가을 분위기다. 입추가 지나도록 삼십 도를 웃도는 한국과는 공기가 사뭇 다르다. 날씨가 선선하니 길거리에서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를 사 먹는 사람들도 꽤 많이 늘었다. 토요일 오후, 마른 날씨가 좋아서 오전부터 내도록 시내를 쏘다녔다. 그러다 종소리가 빚어내는 예쁜 화음에 이끌려 어느 실내 쇼핑몰에 깊숙이 들어섰다. 동시에 부우우우- 휴대폰이 외투 주머니에서 진동한다. 나는 종소리에 취해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이작! 나야, 바스티! 잘 있었어?"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는 무려 2주간이나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던 바스티다. "바스티!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어디야?" "어젯밤에 도착했어. 시간 괜찮으면 잠깐 만날까?..
[독일맥주] 슈니첼(Schnitzel), 맥주의 좋은 친구 한 친구의 친구가 되는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은, 사랑스런 여인을 차지한 사람은, 그 환희를 함께 하라! 그래, 단 하나의 영혼일 지라도 나의 사람이라 세상에 말할 수 있는 이도 기뻐하라! 그러나 이를 이루지 못한 자는, 울며 이 무리에서 조용히 물러나리라! - 실러, ‘환희의 송가’ 중에서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빗방울이 흩뿌리는 날씨에도 프라우엔교회(Frauenkirche)의 내부는 은은한 빛이 감돈다. 천장너머 하늘에서 아기천사들의 합창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배고파, 이작."이라고. 뭐? 하고 뒤돌았더니 마쿠스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 그만 넋 놓고 밥 먹으러 가자." 킥킥 웃으며 클라우디아가 다가왔다. 나는 프라우엔..
[독일맥주] '축구와 맥주 사이' 독일에서 맥주와 즐긴 축구 경기-우루과이와의 16강전 잘록한 여인의 허리처럼 맥주잔은 유려한 곡선을 그린다. 차가운 황금색 액체가 맥주잔에 찰랑거리면, 찬기를 만난 표면엔 금새 자잘한 물방울이 맺힌다. 작고 탄력 있는 기포가 황금색 액체의 밑바닥부터 뽀글뽀글 피어 오른다. 꿀꺽. 부드러운 거품이 윗입술을 스친다. 알싸하고 농밀한 그 맛. 꿀꺽꿀꺽. 관자놀이에 맺힌 땀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흐른다. 물로도 가시지 않는 목마름이 단번에 사그라진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유월의 마지막 주, 나는 뮌헨의 어느 카페에 앉아있었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그 주에 나는 일과 관련해서 뮌헨, 슈투트가르트, 로텐부르크, 푸랑크푸르트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 지역이 맥주로도 유명하지만, 축구로도 굉장히 유..
[독일맥주] 가끔은 혼자 즐기는 맥주, 바이첸비어에서 길거리가 한적한 휴일 한낮, 시내입구의 중앙역 앞은 그래도 좀 붐빈다. 사람들은 슈트라센반(Straßenbahn)을 타고 떠나기도 하고, 내려서 종종걸음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특급열차는 아니지만 정류장 한 켠 어딘가에 어린 왕자가 나타나.. "저 사람들 상당히 바쁜데, 뭘 찾아가는 거야?"하고 물어볼 것 같다. 날씨는 얇은 가디건을 걸치기에 적당한 정도로 서늘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여가수가 어쿠스틱 기타반주에 맞춰 담담한 어조로 인생을 노래하고, 슈트라센반이 지나가자 햇살의 따스한 기운이 두 뺨에 와 닿았다. 이런 때면 괜히 묵혀둔 개똥철학이라도 곱씹고 싶은 기분이 되기 마련이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Die Deutschen Lieben Bier! 사실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시내에 나온 이유..
[독일맥주] 환상적인 경기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핸드폰이 또 부른다. 아바의 댄싱퀸을.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는 십여 초 동안, 멈춰있던 머릿속에 희미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일년 육 개월째 저 벨소린데 바꿀 때가 되었나 보다, 눈꺼풀이 무거운 건 어젯밤에 먹고 잔 떡볶이 덕분이겠지, 한국대표팀의 첫 승을 자축하는 승리의 떡볶이, 무자비한 한국인 친구 셋이 애지중지 지켜온 나의 냉동실을 털었지, 아! 아까운 내 쌀떡볶이, 부산오뎅, 냉동만두야. “할로.” 잠긴 목소리가 겨우 나온다. 그러게 나이를 생각해서 작작 소릴 질렀어야 했다. “축하해, 이작. 어제 한국팀 정말 잘 하더라.” “바, 바스티?” “응.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래, 아프다. 일요일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오랜만의 늦잠을 설치게 만든 너 때문에 이 누나는 마음..
[독일맥주] 병이냐 캔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모니터를 가득 메운 활자를 멍하니 들여다 보다 화들짝 깼다. 아, 나 졸고 있었구나. 기지개로 몽롱한 기운을 떨치고 일어나 보니 창 밖엔 비가 내린다. 하염없이 주룩주룩. 맥주 딱 한 잔이 생각나는 날씨다. 때마침 핸드폰이 아바의 댄싱퀸을 목놓아 부른다. 액정에 표시된 이름은, 아니나 다를까 세바스티안이다. 전화를 건 사연을 99퍼센트 짐작했지만,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받아보기로 했다. “바스티 (*주: 세바스티안을 줄여서 바스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웬일이야?” “이작, 비가 맥주를 불러. 딱 한 잔 어때?” 피식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아직 한낮이지만 뭐 어떠랴. 나는 오전부터 맥주를 마셔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나라, 독일에 산다. 바스티를 알게 된 건 독일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