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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매일 저녁 9시쯤 EBS에서 방영하는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여행 다큐멘터리의 간판 프로그램이라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지난 6월 말엔 '중원의 별 중국 후난'이란 제목으로 서명수 중국 전문기자의 후난 성 여행 편이 방송되었습니다. 서 기자는 중국 근대화의 중요 사건들이 펼쳐지던 지역을 소개하며 마오쩌둥의 고향에 있다는 한 음식점에 들러 후난 요리를 소개했는데요. 제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홍샤오러우(红烧肉, hóng shāo ròu)'라는 돼지고기 요리였습니다.  
红烧肉, 홍샤오러우

红烧肉, 홍샤오러우

출처: http://www.flickr.com/avlxyz
중국 매운맛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후난 요리,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홍샤오러우는 마오쩌둥이 즐겼던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마오 주석은 혁명 당시 '매일 홍사오러우 한 접시만 먹게 해 준다면 나는 지치지 않는다.'라고 했을 정도로 이 음식을 좋아했다는데요. 이야기를 마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샤오러우를 먹는 서 기자의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보는 내내 TV 앞에서 군침을 삼키며 후난성 미식여행의 꿈을 키우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그러다가 지난 8월 초, 갑자기 계획에 없던 중국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후난이 아닌 톈진으로 말입니다.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와 비슷한 번잡한 빈장따오를 걷다가 허기를 느껴 들어선 '아무'식당.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외관만 보고 건물 한 채를 다 쓰는 큰 레스토랑이니 웬만큼 맛은 있겠지라는 기대를 하며 들어선 입구. 호텔 로비처럼 생긴 데스크 앞에서 얼떨결에 218번이란 번호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데스크 안쪽으로는 음식의 사진이 붙은 메뉴판이 걸려 있었는데, 언뜻 보니 순서가 되면 메뉴를 고르고, 그 자리에서 주문하는 시스템인 듯했습니다.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자세히 메뉴를 살펴보는데... 이건 뭐 사진이나 글자나 다 그림으로 다가오네요. 몇 개는 영어로 발음을 표기해 놓았는데,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전 해독이 불가하니 그저 추측만 할 뿐, 그림의 떡입니다. 옆에서 웨이트리스는 중국어로 계속 설명을 하고, 뒤로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고... 고민을 거듭하던 중 문득 'mao shi hong shoa rou' 즉, 마오스 홍샤오러우라는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전광판에 인쇄된 사진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반신반의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홍샤오러우?'라고 한번 묻고는 그냥 주문해버렸습니다. 추가로 언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발음의 몇 가지 음식을 더 시켰고요.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어수선한 1층과는 사뭇 다른 쾌적한 2층의 분위기.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안내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엇. 그런데 이건...? 낯익은 마오쩌둥의 얼굴이 보이네요. 

주변을 둘러보니 벽에도 마오쩌둥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혹시 이곳이 그 유명한 홍샤오러우 전문점의 분점?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즈음 먼저 '꿍바오지딩(宮保鷄丁, gōngbàojīdīng)'이 나왔습니다. 꿍바오지딩은 닭가슴살을 튀겨 채소나 견과류와 함께 소스로 볶아낸 사천요리인데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주저없이 시켰던 음식입니다. 우리의 닭강정과 비주얼이 비슷하죠?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맛 역시 매콤달콤한 것이 닭강정과 비슷합니다. 치킨엔 역시 맥주! 시원해서 더 좋았네요.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진의 명물 구부리 만두는 아니지만 비슷한 고기만두도 하나 시켰습니다. 한입 베어 물었을때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의 향연~ 중국만두란 이런 거죠.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한참을 기다려 받은 작은 토기 하나, 홍샤오러우입니다. TV에서 봤던 것처럼 푸짐하지는 않지만 나름 그리던 이미지와 비슷합니다. 워낙 기름지고 가격이 비싸 작은 조각으로 판매한다고 하네요. 한 조각의 가격은 16위안 (약 2,700원)입니다.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젓가락으로 찔러보니 스르륵~ 녹는 듯 부드럽게 들어가는 것이 고기가 얼마나 연한지 알 수 있습니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소스에는 매워 보이는 고추 하나가 들어 있더군요. 고추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파육 비슷한 느낌입니다. '홍샤오(红烧)'란 고기를 기름에 튀긴 후 간장과 설탕을 넣어서 오래 익혀 검붉은 색이 나도록 하는 중국의 요리법이라고 하는데요. 두툼한 살코기와 비계살, 껍데기로 구성된 오겹살에 반지르르한 윤기가 더해져 참 먹음직스럽습니다.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처음엔 TV에서 본 것처럼 젓가락으로 조그맣게 잘라 먹다가 감질나서 그냥 체면 불고하고 이로 베어 먹었네요...^^; 맛이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매콤하고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동파육 같달까~ 생각보다 훨씬 매콤해서 살짝 땀이 날 정도입니다. 입맛에 잘 맞더군요. 왜 그가 매일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홍샤오러우를 찾았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중국 여행] 마우쩌둥의 음식 '홍샤오러우(红烧肉)'를 맛보다

나오면서 보니 마오쩌둥의 흉상이 제단처럼 꾸며져 있더군요. 과거 기복신앙으로 관우 떠받들던 중국의 서민(라오바이싱)들은 혁명의 아버지인 마우쩌둥을 관우와 맞먹는 강력한 재물 신으로 여기며 하나의 종교처럼 믿고 있다고 합니다. 마오쩌둥 = 부(富)라는 인식이 있어 거리 곳곳에서 그의 동상이나 마오쩌둥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알고 보니 이곳은 '텐진 카오야 디엔 (天津烤鸭店, Tianjin kǎoyādiàn)'라는 베이징 덕 전문점이었습니다. --; (어쩐지 베이징 카오야를 시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1958년 마오쩌둥이 천진에 방문했을 때 오리 요리를 맛보고 직접 주방에 들어가 격의 없이 주방장과 종업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번역기를 돌려 중국 신문을 훑어보니 그때의 이야기를 '문화혁명'과 결부시키기도 하더군요. 벽에 걸려 있던, 테이블 대기표에 있던 사진들은 다 오랜 옛날,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맞긴 했습니다. ^^

 

상호: 天津烤鸭店 
(텐진 카오야 디엔)
전화번호: 022-27303335 022-27317001
주소: 和平区辽宁路146号(长春道口) / 11:00 - 22:00
위치소개: 텐진 빈장따오 거리 안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