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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홍콩의 발렌타인데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하는 날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임자 없는 싱글이라면 누군가의 고백을 듣지 않을까 희망에 부풀 수도 있고, 닭살 연인들의 애정행각을 떠올리면서 짜증을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커플이라면 연인과 함께 보낼 로맨틱한 하루를 떠올리며 즐거워할 수도 있고,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으면 토라질 상대방을 위해 의무감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죠. 레스토랑과 초콜릿, 선물가게 주인이라면 어떻게든 대박을 내려고 손님 끌기에 마음이 분주할 수도 있겠군요.

홍콩에서는 발렌타인데이에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한다

예약된 꽃들이 가득 쌓여 있는 발렌타인시즌 홍콩의 꽃가게

예약된 꽃들이 가득 쌓여 있는 발렌타인시즌 홍콩의 꽃가게

한국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으로 마음을 고백하는 날로 알려졌지요. 일본의 한 제과업체에서 남은 초콜릿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벌였던 이벤트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자리 잡은 것이라고 합니다. 홍콩의 발렌타인데이는 좀 다릅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남자들이 여자에게 꽃과 선물을 주는 날의 개념이 일반적입니다. 고백의 날이 아니라,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즐기는 날입니다. 홍콩에서 멋진 남친이 되려면 발렌타인데이에 여친의 회사로 꽃다발과 선물을 보내고, 저녁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의 발렌타인데이 스페셜 코스를 대접해야 합니다. 레스토랑에서는 몇백불 ~ 몇천불짜리 발렌타이 커플 메뉴를 내걸고 미리 예약을 받습니다. 평상시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지지만, 인기가 있는 곳은 몇 주전에 이미 예약이 꽉 찹니다.
꽃다발과 선물박스로 고백받은 C양의 선물로 장난치는 다른 직원들

꽃다발과 선물박스로 고백받은 C양의 선물로 장난치는 다른 직원들

몇 년 전 발렌타인데이에 회사에서 가장 예쁜 여직원 C양에게 선물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C양은 마카오 태생으로 170cm의 큰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가진 청순가련형 미인이라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거든요. 예쁜 꽃다발과 큰 박스안에 다시 하나씩 포장한 선물이 10개 가까이 들어 있어요. 향수, 다이어리, 액세서리 팔찌 등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 한 가득 들어 있어서 여직원들은 모두 부러워했지요. 정작 받은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선물에 부담스럽고 불편한 기색이었어요. (위 사진에서 꽃을 들고 장난치는 건 C양이 아닌 다른 직원들이예요.) 누가 보냈는지는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밝혀졌어요. 회사의 소심남 S군이 평소 짝사랑하던 C양에게 보냈다고 하네요. 홍콩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뚱뚱한 체형에, 말을 더듬는 착하기만한 S군은 결국 C양에게 고백하고 바로 거절당했다고 해요. 불쌍한 S군…
침사추이 하버시티 쇼핑몰, 초콜릿과 토끼 컨셉의 데코레이션

침사추이 하버시티 쇼핑몰, 초콜릿과 토끼 컨셉의 데코레이션


홍콩의 각 쇼핑몰에서는 ‘사랑의 계절’에 지갑을 여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각종 이벤트를 벌입니다. 각 쇼핑몰들은 사랑을 테마로 하는 데코레이션으로 분위기를 띄웁니다. 올해 침사추이 하버시티 백화점에서는 올해의 동물인 토끼와 초콜릿을 컨셉으로 장식했습니다.
머리에 찻잔을 이고 달리는 토끼를 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왔던 토끼가 떠올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됩니다.
침사추이 하버시티 쇼핑몰 복도에는 발렌타인시즌에 임시 초콜릿 상점이 생긴다

침사추이 하버시티 쇼핑몰 복도에는 발렌타인시즌에 임시 초콜릿 상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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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된 커플이기에 발렌타인데이에 특별히 마음이 설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시기가 너무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좋아하는 맛있는 초콜릿을 즐길 기회가 많아지니까요. 로그온에서 초콜릿 제품들을 팔고 있는데, 초크렛 스푼을 넣으면 핫 코코아가 되는 제품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다크초콜릿 + 꼬냑 세트를 하나 샀어요. 우유를 뜨겁게 덥혀서 그 속에 넣고 젓기만 하면 된다는 거예요. 추운 날, 따뜻하게 한 잔 마시니 참 좋네요.
아네스베 베네수엘라 초코렛 케이크

아네스베 베네수엘라 초코렛 케이크

평소 맛있는 차와 케이크 때문에 좋아라 하는 ‘아네스 베’ 카페에서 발렌타인 스페셜 초콜릿 케이크를 팔고 있네요. 베네수엘라 싱글 오리진 카카오 70%이상으로 만든 초콜릿 스폰지 케이크를 기간 한정으로 판매중이길래 가족들과 나눠 먹었습니다. 주말 오후 나른한 시간, 진한 초콜릿 케이크와 홍차 한 잔이면 인생이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