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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제주맛집] 부드러운 방어회와 방어지리, 모슬포 맛집 '부두식당'

얼마 전, 오랜만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추운 겨울에 제주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항상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주의 겨울 날씨는 참 변덕스럽더군요. 눈이 오는가 싶었더니, 곧 해가 쨍~하게 비치고, 또 금방 우박이 떨어지곤 했으니 말입니다.

이번 여행은 관광보다는 제주도의 맛을 찾아 봐야겠다는 의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사실 제주도는 이전에도 몇 번 여행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장 먼저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얼마 전 TV 방송에서 보았던 ‘방어회’가 떠올랐습니다.

방송은 방어를 낚는 어부들의 모습을 담은 내용이었는데요. 새벽 일찌감치 배를 띄운 어부들이 방어를 잡기 위해 마라도로 향하기에 앞서 미끼가 될 자리돔을 잡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리돔을 낚싯바늘에 꽂아 바다에 던지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힘 좋은 방어들이 미끼를 물고 올라오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미끼를 문 방어를 다시 상어가 잡아먹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방어는 기름기가 많아 상어가 좋아하는 먹잇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상어가 좋아한다는 방어 맛이 궁금해 제주의 모슬포항을 찾았습니다.
모슬포항

모슬포항

모슬포항은 방어축제가 열리는 11월 가장 활기에 넘친다고 하는데, 1월의 모슬포항은 오고 가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고요하네요.
모슬포항에서 우리 일행이 선택한 곳은 ‘부두식당’이었습니다. 방어회를 찾아 모슬포항으로 가기 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가장 추천이 많은 맛집이더군요.
부두식당에서는 각종 생선회는 물론 자리물회, 한치물회, 갈치 그리고 고등어조림까지 제주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바다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니 상자 안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손님을 반겨줍니다. 나중에 주인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인을 잃고 가게 앞으로 돌아다니는 강아지인데, 그 모습이 불쌍해 이렇게 식당에 머무를 자리를 내주었다고 하시더군요.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또 때마침 TV에서는 까도남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방송 중이었는데요. 폐쇄공포증이 있는 현빈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죽을 고비를 맞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제주도가 배경이 되기도 했다죠? ^^
막상 주문하려니 얼만큼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는데요, 여쭤보니 방어회는 3만 원, 4만 원 짜리가 있는데 3만 원 짜리를 시키면 충분할 거라고 하더군요.
주문하고 잠시 식당 안을 둘러보며 훤하게 뚫린 주방을 들여다보니 사장님께서 직접 방어회를 손질하고 계셨는데요, 말씀을 들어보니 부두식당에서 파는 방어는 모두 어부이시기도 한 사장님께서 직접 바다에 나가 잡아온 것이라고 합니다. 직접 잡아온 것인 만큼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되면서 신선한 방어회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짜잔~ 이것이 기다리던 방어회입니다. 붉은 것과 흰 것이 보이는데, 제 기억으로는 흰 것이 방어 뱃살 부위로 방어회 중 가장 맛있는 부위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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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회를 먹을 때에는 소주가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기름기가 많아 씹는 맛이 부드러운 방어회와 함께 먹기에는 맥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한 병만 주문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운전도 해야 했기에 맥주 한 모금으로 목만 축이고자 한 이유도 있고요. ^^
그리고 특이한 것은 횟집에서 회를 주문하면 무채 위에 회가 얹혀져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부두식장에서는 차가운 얼음이 담긴 접시를 비닐랩으로 씌워 그 위에 방어회를 담아 놓은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마도 차가운 회의 온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부두식당에서 처음 맛본 방어회의 식감은 평소 즐겨 먹는 광어나 우럭의 쫀득하고 꼬들함과 달리 잇몸으로 씹어도 씹힐 만큼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아마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그런 것일 텐데요, 그래서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방어는 ‘호불호’가 나뉘는 생선이라고도 합니다.
방어회가 가득 담겨 있던 접시를 얼추 비우고 나니, 큰 냄비에 가득 담긴 방어지리가 나옵니다. (지리는 일본어인데, 알맞은 우리말은 없을까요? ^^) 여기에 식사까지 더하게 되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애초에 3만 원짜리라면 충분할 거라고 했던 말이 이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어지리를 보며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물입니다. 생선지리라고 하면 국물이 맑은 것이 보통인데, 방어지리는 맑지가 않았습니다. 주인아주머니께 이유를 여쭤보니, 이 또한 방어의 기름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다른 생선회와 달리 매운탕이 아닌 지리로 만들어 먹는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추운 겨울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신선한 별미 ‘방어회’. 그 맛에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여러분도 올겨울이 다 가기 전에 제주도를 찾아 한 번 맛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제대로 신선한 방어회 맛을 기대하시는 분들께 제주도 모슬포항에 있는 맛집 ‘부두식당’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


상호 : 부두식당
전화 : 064-794-1223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7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