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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고단한 일상을 비워내는 곳, 한옥 북스테이 통영 ‘잊음’

통영을 소개하는 타이틀에는 흔히 ‘한국의 나폴리’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하지만 통영을 제대로 경험한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나폴리가 이탈리아의 통영이다’라며 따져 묻곤 하죠. 그만큼 한번 다녀오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이곳 통영입니다.


통영은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곳이자 현재도 예술가들이 사랑하고 머무는 도시입니다.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통영 주변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섬들이 있기 때문에 ‘섬부자’라고도 불리죠.


그뿐인가요? 맛있는 음식도 손가락 열 개를 다 세고도 모자랄 만큼 다양합니다. 음식도 볼거리도 풍요로워서인지 어디서나 친절이 넘치고 웃음 가득한 도시가 바로 통영입니다. 자유와 낭만이 살아있는 곳,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예술가가 이곳에서 자라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술가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랑방 <잊음>

어딜 가도 여행자들이 북적이는 통영에는 오롯이 쉼을 위한 북스테이가 있습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이곳의 이름은 ‘잊음’. 본래 ‘잊고 고치다’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지만 그 깊이에는 “내면의 머무름 또는 내적 평화”를 뜻합니다. 


통영 잊음은 많은 역사가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지이기도 하며, 그 옛날 유명한 예술가들이 드나든 사랑방이기도 한 곳이었습니다. 또 소설 속 통영의 4대 갑부 중 한 곳이었던 ‘하동집’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죠. 그리고 현재는 오롯이 한 팀을 위한 독채형 숙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까치발을 들면 담장 너머 앞마당을 둘러볼 수 있는 잊음은 편안한 느낌의 한옥입니다. 너른 잔디밭에는 테이블 몇 개와 의자가 있고 화단에는 로즈메리와 동백을 닮은 금목서 등,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심겨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다양한 식물이 모두 하나씩 심어져 있는데, 이는 아마도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임을 뜻하는 바가 아닐까요.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함께 한쪽 벽에 차곡히 쌓인 책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좋아했던 혹은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꽂혀 있어서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마저 듭니다.


보이는 책들 대부분이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라도 너무 걱정 마시길. 다소 무거운 책이 있는 만큼방마다 만화책부터 카페에 관련된 책 등,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놓여있어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체크인을 하면서 이곳의 주인장, ‘잊음지기’에게 통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제껏 알던 통영을 조금 더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죠. 통영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 말고도 유명한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중 목칠공예의 장식기법 중 하나인 ‘나전칠기’가 있는데요. 바로 잊음지기의 또 다른 취미가 나전칠기라고 합니다. 그 덕에 거실에선 나전칠기로 된 소품이나 가구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답니다.


104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에서 함께하는 맥스

‘잊음’은 원래 기와집 4채로 집터를 잡은 구조의 집이었다고 합니다. 통영의 4대 갑부 중 하나로 불릴 만큼 부잣집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 채, 두 채 나뉘어 팔렸다고 합니다. 그중 유일하게 그 시절의 집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사랑방이었던 이곳인데요, 현재는 대들보와 기와 등은 그대로 살린 채 현대에 맞게 조금씩 리모델링하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곳 잊음은 한때 소설가 백석이 사랑했던 연인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며, 작곡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 김춘수와도 연관이 있는, 많은 예술가의 흔적이 서려 있는 공간입니다. 광복 후에는 ‘광복건국추진위원회’를 주최한 곳인 데다, 더 옛날 조선 시대에는 통제사 음식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드나들던 곳이라하니, 통영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공간이라고 해도 더할 나위 없겠죠?


겨울이 찾아오면 더욱 물오르는 통영의 맛, 맥스와 함께

통영이 여름보다 겨울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굴’ 때문입니다. 11월부터 3월까지 통영은 통통하고 싱싱한 굴로 유명하죠. 특히 굴은 12월이 가장 제철이라고 하는데요. 통영은 굴 뿐 아니라 방어도 못지않게 유명하죠. 숙소 잊음 근처의 ‘중앙시장’에서 넉넉하게 장을 본 후, 조촐한 ‘맥스 파티’를 열어보세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조명과 함께 연말 분위기도 내면서 말이죠.


고소한 방어와 싱싱한 굴 그리고 맛있는 맥주 맥스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멋진 저녁이 있을까 싶습니다.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굴 한 점을 먹고 맛있는 맥주 맥스 한잔 마셔주니, 오늘 밤은 그 어떤 밤보다 더 풍요로울 것만 같습니다. 그 옛날 이곳을 넘나 들던 예술가들에게 이 맛있는 맥주 맥스를 선물해주고 싶은 엉뚱한 상상마저 듭니다. 잠시이지만 고단한 어제는 비운 채, 담백한 오늘을 채우는 이 곳. 통영 잊음에서의 하룻밤이 저물어갑니다.

 <잊음>

- 주소 : 경남 통영시 충렬4길 33-5

- 번호 : 055-643-0586

- 운영 :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1:00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 서피랑에서 동피랑까지

잊음을 방문하신다면 잊음지기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서피랑 산책 가이드’를 놓치지 마세요. 잊음은 서피랑 마을 안에 위치해 있어, 미리 신청만 하면 잊음지기와 함께 서피랑을 산책하며 다양한 통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서 듣는 통영은 이제껏 우리가 알던 통영을 더욱더 새롭게 느껴지게 합니다. 


여행자가 원하는 주제에 따라 산책 코스도 달라지는데요. 맛있는 굴이 먹고 싶을 땐 중앙 시장을, 통영의 예술인들에 대해 더 알고 싶을 땐 서피랑을, 그 밖에 통영 어디든 더 깊이 떠나고 싶은 곳에 함께 동행하며 길라잡이가 되어줍니다.


통영성을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고지대 벼랑이라 하여 ‘서피랑’이라 불리는 언덕이 있습니다. 소설가 박경리 씨가 태어나 자란 마을이기도 하며, 층렬사와 수백 년이 된 동백나무 등 소설 속의 배경지가 실제로 존재하는 문학동네입니다. 


예전의 서피랑은 한적한 동네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많은 사람이 인생 사진을 찍는 스팟으로 떠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백경리의 시집 ‘나비야 청산가자’와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나비의 꿈’에서 영감받아 나비를 테마로 한 그림들을 볼 수 있죠.


알록달록 벽화와 조형물, 그리고 글귀를 따라가며 맛있는 맥주 맥스를 마시면 더더욱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고요한 마을 서피랑은 통영에서도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합니다. 고요한 밤이 되면 별이 잘 보이는 언덕이기에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서피랑 앞에는 강구항과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인 중앙시장이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싱싱함은 물론, 저렴하고 푸짐하게 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통영의 명물인 꿀빵과 유자빵 등을 사 먹는 재미도 쏠쏠하죠. 


서피랑의 맞은편 동쪽에 있는 언덕 마을 동피랑. 이곳은 조선 시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담장 너머로 아름다운 강구항이 눈에 들어와요.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길에는 다양한 벽화들이 있어 결코 지루하지 않죠. 현재 통영의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언덕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가면 색색의 지붕과 통영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통영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맛있는 맥주 맥스를 잡고 사진을 찍어보세요. 그곳에서 마시는 맥스 맛은 통영의 바다 냄새와도 잘 어울려 여행자의 기분을 더욱 설레게 합니다.


맛있는 맥주 맥스처럼 다양한 재미가 있는 곳 통영.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들이 조용히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만큼은 아주 잠시지만 마치 통영의 예술가가 되는 기분마저 듭니다. 한 해 동안의 힘들었던 일을 내려놓기 위한 잊음으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요? 맛있는 맥주 맥스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