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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느리고 깊은 여행자를 위한 북스테이. 경주 ‘딮 게스트하우스’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만큼 냉정하고 잔인한 건 없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하는데요. 그런 매몰찬 시간마저도 느긋하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상북도 경주가 그곳이죠. 흔히들 수학여행지나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낯익은 이름, '경주'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매력이 배에 달하는 곳입니다. 시간마저도 여유 있게 흘러가는 곳, 경주에 느린 여행자에게 딱 좋은 게스트하우스. 딮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드릴게요


경주의 느릿한 시간이 배어 있는 <딮 게스트하우스>

경주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딮 게스트하우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경주 성동시장 주변에 있는 딮 게스트하우스의 첫 느낌은 어느 소도시에 있는 예쁜 카페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아름다운 능선들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대릉원’부터, 요즘 핫한 핫플레이스들이 모여있는 ‘황리단길’까지 누릴 수 있는 위치 덕에 딮 게스트하우스는 경주를 천천히 돌아보기에 좋은 곳입니다. 늦은 저녁까지 편안하게 여행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는 곳이죠.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반기는데요. 한쪽 벽에는 수동카메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다른 쪽에는 다양한 서적들이 차곡차곡 탑을 이루고 있습니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자리는 조용히 책을 읽기에 좋은 공간이죠. 책들은 대부분 여행이나 경주에 관련된 서적들이 많은 이곳은 가끔은 북 콘서트나 소규모 북 토론회도 열립니다.


따뜻한 햇볕이 스미는 방, 딮 게스트하우스 객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방을 향해 계단을 오르면 창문 사이로 따뜻한 빛이 들어옵니다. 복도 사이로 살며시 보이는 빛 마저도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이곳. 벽에는 경주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겨울 눈이 쌓인 능의 모습, 아침 일찍 안개가 자욱한 계림의 모습 등 우리가 알고 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전시되어있죠.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 개의 문이 보입니다. 하나는 화장실 겸 욕실, 그리고 아늑한 침실입니다. 바닥부터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이대로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지는 포근한 공간입니다.


짐과 두터운 외투를 걸어두고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천장에 별이 보입니다. 그 정체는 바로 조명등인데요. 딮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의 감성이 엿보이는 별 모양의 조명등은 투박하지만 감각적인 이곳과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어둠이 내리면 더욱더 깊어지는 이 곳.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

경주의 밤이 찾아오면 딮 게스트하우스는 더욱 고요해집니다. 대신 공용 공간인 1층에선 밤 11시까지 마음껏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편의점이나 근처 성동시장에서 사 온 다양한 안주들과 맛있는 맥주 맥스만 있으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끊이질 않죠. 운 좋게 주인장이 내어준 전어와 먹태도 함께하니 넉넉함에 왠지 부자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서로 맛있는 안주와 맥주를 나눠 먹고 경주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밤. 깊어가는 별빛 아래 함께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죠. 거기다 맛있는 맥주 맥스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안개 낀 아침 경주 황성공원을 산책하다가 결심했죠. 경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살아야겠다고.”


어느덧 경주에 내려와서 터를 잡고 산 지 5년이 되었다는 사장님. 술손님으로 찾아온 경주 토박이 친구분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여행의 고단함을 풀어봅니다. 


“일 년 중 어느 때의 경주가 가장 아름다운가요?”

- “경주사람들은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살아서, 이 소중함을 잘 몰라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경주 토박이 친구분이 갸우뚱하자, 웃으며 핀잔을 주던 사장님의 대답에 왠지 모르게 경주가 더욱 매력적이게 다가옵니다. 경주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공존하는 밤. 왠지 맥스가 더욱 맛있게 느껴집니다.


딮 게스트하우스에서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는 아침.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빛에 눈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가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조식으로는 간단한 식빵과 시리얼, 달걀 등 무엇보다 아일랜드 테이블 위에 다양한 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맛있는 조식, 그리고 좋아하는 책까지. 그렇게 느릿하게 또 아침을 시작합니다.


<딮 게스트하우스>

- 주소 : 경북 경주시 북정로 63-7

- 번호 : 010-7321-9258

- 운영 : 체크인 16:00, 체크아웃 11:00


맛있는 맥주 맥스와 경주에서의 느린 산책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은 바로 건물들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고분입니다. 특히 딮 게스트하우스 근처에는 대릉원이 있어, 가볍게 거닐다 오기 좋죠.


담장 너머, 우아하고 아름다운 능선이 가득한 대릉원은 천마총을 포함해 총 23개의 고분 외에도 무덤의 흔적들이 수없이 많은 곳이죠.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삶이 공존하는 도시 경주. 무덤이라 무섭게 느껴지기보다는 경주 그 자체의 정취가 더욱더 짙게 다가옵니다. 


대릉원을 가로질러 앞문 쪽으로 간 다음 길을 건너면 경주 여행의 중심인 반월성이 나옵니다. 멋 옛날, 별을 관찰했다는 첨성대를 지나면 핑크색 갈대가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죠.



이 부근은 경주의 햇살 아래서 맛있는 맥주 맥스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장소로 꽤 괜찮은 곳입니다. 볕이 좋다면, 이곳에서 간단한 피크닉도 추천해드려요. 물론 맥스와 함께 말이죠.


옛것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거리, 경주 황리단길

대릉원 주변에는 요즘 SNS에서도 핫한 경주 황남동, 일명 ‘황리단길’이 있습니다. 원래는 조용한 동네였는데 청년들이 하나, 둘 몰려와 레스토랑을 열더니 지금의 황리단길이 되었다고 합니다.


황리단길은 요즘 힙한 거리로 뜨고 있는 만큼 예쁜 카페나 밥집들이 많습니다. 건물들이 대부분 단층으로 되어있어 해 질 녘이 되면 황금빛 햇살이 잔잔하게 남아있는 풍경도 무척이나 근사한 거리이기에 한 번쯤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조급해지고, 빠르게 흘러간 시간에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요즘. 좋아하는 책과 맛있는 맥주 맥스를 들고 북스테이 딮 게스트하우스로 떠나보세요. 이곳에서만큼은 느릿한 시간을 온전하게 만끽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치 유유자적하게 흘러가는 경주의 구름처럼 말이죠.